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생각. 내가 있어서는 안 되는 곳에 온 건가. 모스크바 공항에서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영어가 없다. 아예 하나도. 지하철역 표지판 앞에서 어디로 가야 될지 멀뚱멀뚱 서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여행하기 편한 나라만 다녔나 싶을 정도로.
거리에서 활보하는 사람들도 무서웠다. 러시아 사람들이 무서운 게 아니라 아시아 계통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았다. 혹시 북한 사람들이 아닐까. 내게 말을 걸면 어떡하지. 크렘린 궁이 있는 붉은 광장에는 군인 행진도 하고 있었다. 꼭 누구 잡으러 가는 것처럼.
이런 곳에 내가 오다니.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여행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붉은 광장 한편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봤다. 뭔가 낯설었다. 저들도 나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겠지. 쟤는 뭔데 저기 앉아있을까. 아니면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있을 확률이 높다. 나 혼자 긴장해서 주눅 들고 있었을지도.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시간이 지나니 조금 익숙해졌다. 아무도 나를 신경 안 쓰는데 나 혼자 의식하고 있는 것이 웃겼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시장과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이 나라 문화를 체험했다. 이상하게 물건보다는 사람들에게 더 집중이 되었다. 큰 덩치에 발음도 억세서 꼭 화내는 것 같지만 웃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직도 경계하고 있나 보다.
러시아 거리를 걸으며 생각했다. 여기는 극과 극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크렘린 궁처럼 부드럽고 장난감 같은 건물이 있는 반면, 직사각형의 칼각이 잡힌 건물들도 있었다. 회색에 딱딱한 느낌을 주는 커다란 건물들이 시내를 경직시키는 것 같았다. 나 역시 마음이 움츠려드는 느낌. 사람들에게도 강퍅한 마음을 주지 않을까 생각됐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러시아에서 처음 마주했던 당황스러움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러시아는 혼자 가고 싶지 않은 나라다. 누군가와 같이 가면 모를까. 분명히 멋지고 아름다운 곳도 많았을 텐데. 솔직히 좀 아쉽기도 하다.
첫인상은 어디서나 중요한 것 같다. 첫인상이 안 좋아 교회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떤 점에서 불편했냐고. 이유는 다양하다. 그리고 상처받은 마음은 쉽게 나을 것 같지도 않다. 하나님만이 그 마음을 풀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러시아에 대한 내 닫힌 마음도 누가 풀어줬으면 좋겠다. 영상에서 봤던 러시아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