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NGO 이직에 맞춰 새 배낭을 장만하다
1년 반 가까이 다녔던 NGO를 6월 말로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달부터 새로운 NGO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가 아닌 “새 직장은 새 배닝을 메고 출근해라” 정도가 되겠죠.
10년 이상 전에 샀던 배낭에 1년 반 정도 노트북을 넣고 다니다가 앞의 지퍼가 고장 난 후 앞 부분을 가위로 잘랐습니다. 지퍼가 안 잠기다 보니 보기 흉해서 잘랐는데 더 흉한 상태가 되었네요. 이런 흉한 상태로 한동안 메고 다니다가 이직이 확정되자 큰 마음먹고 새 배낭을 마련했습니다. 새 배낭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새 NGO에 메고 다니면 적응이 되겠죠.
재작년 말, NGO에 합격 통보를 받고 한 번도 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면서 나는 계속 고민을 했다. 과연 이 일이 나에게 맞는지,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1, 2년 후에도 계속할 수 있는지 등등.
1년 반 동안 NGO 업무와 NGO 사람들을 접하면서 몇 가지가 나에게 명확해졌다.
1. NGO 입사 전에 하던 일을 하는 환경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 돌아가서 비슷한 환경 속에서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을 한다는 것은 내가 이직해서 몇 개월간 만족할지언정 이후에 다시 이직에 대한 고민을 할 것 같았다.
2. NGO 구성원들의 가치관은 나의 가치관과 비슷하다. NGO에 다닌다고 모두가 다 나랑 비슷하지는 않지만, 여기서 친하게 지낸 동료들과는 내가 편하게, 솔직하게 사회 이슈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부분은 나에게는 꽤 중요하다. 연애, 가족, 골프, 진급, 험담 등에 대한 이야기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중요한 활력소이겠지만 나는 사회 이슈에 대한 논의를 동료들과 편하게 하는 것이 나에게는 큰 활력소다.
3. 그렇다면 다니던 곳을 계속 다닐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 수 있다. 여기서 맡았던 업무도 보람은 있었지만 나한테는 애초 생소한 분야이다 보니 가끔은 내가 이 자리에 맞는가 고민을 하였다. 이직하는 곳도 새로운 분야이긴 하지만 좀 더 내 성향에 맞아 보이고, 내 과거 회사가 속했던 산업과 새 직장에서 담당할 분야와 어느 정도 겹쳐서 내가 바로 일을 시작해서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내가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첫 NGO가 나에게 찾아온 우연이었다면, 두 번째 NGO는 나에게 이 쪽 길로 가게 되는 필연이 된 셈이다.
그나저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내가 무의식적으로 느꼈는지, 얼마 전 꿈속에서 일 시작하기 전에 일을 하고 있었다….
브런치에 나의 이직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 브런치를 하면서 길을 찾아서 NGO에 들어왔고, 또 새로운 NGO로 가게 되었으니 브런치에 감사하다.
NGO에 대한 개인 경험 글:
https://brunch.co.kr/@jitae2020/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