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Term1 스쿨링을 하기로 결정한 순간,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돈이었다.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한 달에 500만 원 수준의 에어비앤비를 덜컥 예약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냥 방 하나에 깨끗한 화장실, 주방만 있으면 되는데, 왜 집 전체를 빌리는 비용은 이렇게 비쌀까? 그 이유는 호주에 와서야 깨달았다. 여긴 널린 게 땅이라 콩나물시루와 같은 고시원과 원룸을 만들 필요가 없는 나라였다.
그나마 박스힐처럼 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빌라가 있어,대형 주택을 통째로 빌리는 것보다 저렴했다. 나도 처음엔 박스힐에 수영장과 헬스장이 있는 시설이 좋은 레지던스를 예약했지만 더 저렴한 대안을 찾고 싶었다.
그래니 플랫은 기존 주택의 뒷마당이나 부속 공간에 지어진 작은 독립형 주거 공간을 말한다. 보통 1~2개의 방, 주방, 욕실이 포함되어 있고, 별도의 출입문이 있어 메인 하우스와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
그야말로 짧은 여행이 아닌 한달, 두달살기 이상으로 지내기 딱 좋은 곳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는 부모님(특히 할머니, 할아버지)을 모시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었지만, 요즘은 단기 임대, 유학생 숙소, 혹은 추가 수입을 위한 렌탈 하우징으로 많이 활용된다.
10주짜리 에어비앤비 예약을 끝냈지만, 부담스러운 가격 탓에 우리멜번(한인사이트)에서 쉐어 구하는 글을 계속 뒤졌다. 그러던 중 TURO(내가 빌린 렌터카 앱)의호스트가 한국인이었고, 혹시 쉐어 가능한 집이 있는 지 물어봤다. 마침 아는 분의 별채(그래니 플랫)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연락했다.
주 550달러 전기세 별도
매우 좋은 조건이었다. 즉시 에어비앤비 예약을 취소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별채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벽이 얇아서 방음이 전혀 안 됐고, 집 바로 뒤에는 시속 80km로 달리는 도로가 있어 하루 종일 차 소리가 들렸다. 밤에도 차 소리가 뇌를 찌르는 수준이라, 울월쓰에서 숙면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를 사다 먹었지만, 결국 잠을 설쳤다. 다행히 아이는 무덤덤했지만, 나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결국 2주 만에 도망치듯 나왔다.
쉐어를 구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에어비앤비를 예약하고 싶었다.
멜버른에서 아이가 학교를 다닌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쉐어 매물을 찾아 나섰다. 네이버, 우리멜번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가까운 곳에 쉐어하우스 입주자를 구한다는 글을 발견했다. 바로 문자를 보냈고, 인스펙션을 한 다음 보증금을 바로 보냈다..
2주에 800달러, 전기세와 물세는 별도
그렇게 우리는 남은 8주 동안 아이와 함께 쉐어하우스 생활을 시작되었다.
호주 스쿨링 정보를 검색하면 '시드니에서 쉐어 구했다'라는 블로그는 있지만, 아이와 함께 쉐어하면서 생활한 경험담은 거의 없었다.
유학원 상담 때 쉐어하우스 가능성을 물었더니 대표님은 단칼에 "NO!"라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전 문제였다. 특히 아이가 있을 경우 쉐어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게다가 주방을 공유하는 게 생각보다 스트레스라는 점을 덧붙였다.
한국에서 미리 쉐어를 구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 사기를 당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사람 사이의 갈등은 돈보다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궁금했다. 정말 쉐어는 불가능한 걸까?
결론적으로, 10주 동안 다른 사람들보다 절반도 안 되는 비용으로 멜버른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단점도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훨씬 부담이 줄어든 건 확실했다.
쉐어하우스는 장단점이 확실히 있지만, 스쿨링 비용을 아끼려면 한 번쯤 고민해 볼 만한 선택지다. 결국, 돈을 아끼려면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 '쉐어하우스에서 살아가는 법'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