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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왓슨주 Sep 03. 2023

15.잘못된 전공선택, 백수된지 오백만년!

잘 살고 볼 일입니다.(슈퍼키드)

* 그래도 내 처지가 남들보다 낫더라.

교회를 나갔다. 매주 청년부 예배에 참석했다. 대학생들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모인 그 자리에서, 나는 4대 보험이 되는 정규직 간호사로서 월급을 받는다는 사실이 남들보다 나아 보였다. 세후 200 후반에서 300 초반을 받는 상근직 간호사라는 직업은 취업난에 허덕이는 다른 청년들 사이에서 내 자존심을 살려주었다.

주말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나름의 취업 선배로서 그들에게 조언을 해주며 우쭐대는 마음을 느꼈다. 나는 내세울 게 그것밖에 없었다. 교회 안의 잘생기고 인기 많은 친구들이 취업난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면, 마치 고등학교 때의 내가 그들을 앞지른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간호학과에 진학한 것은 내 인생의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믿었다. 간호사로서 얻는 안정적인 월급이 나의 자부심이 되었고, 그 월급 덕분에 결혼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알량한 우월감을 씹어 삼키며, 나는 지옥 같은 병원 생활을 버텨냈다.

* 얘들아, 얘기 좀 하자.

새엄마는 아버지가 없을 때마다 나와 동생을 앉혀놓고 하소연을 하곤 했다. 친엄마도 이혼 전에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나에게 털어놨었는데, 새엄마도 똑같았다.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모두가 서로를 탓했다. 할머니는 친엄마를, 친엄마는 아버지를, 새엄마는 아버지를 탓하며 살아갔다. 각자 자신이 더 힘들다고 생각했다.


* 참을 수 없는 관계의 가벼움

"이게 무슨 부부야. 그냥 짐 싸들고 가버리면 끝이지."

아버지와 새엄마는 사실혼 관계였다. 어렸을 때는 그 차이를 몰랐지만, 나이가 들면서 법적 혼인과 사실혼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엄마는 부부로서 경제권을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아버지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이 모든 상황이 그저 안타까웠다.


* 결국 저년도 마약 한 년이야.

할머니는 새엄마에게도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나, 할머니가 새엄마의 몸에서 멍자국을 발견한 이후, 새엄마도 마약을 한다고 확신했다. 할머니는 과거 작은 고모가 마약에 손을 댄 이후로, 주변의 모든 여자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렇게 새엄마도 마약한 년으로 찍혀버렸다. 새엄마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개선하려 애썼지만, 할머니와의 갈등은 결국 그 노력을 무산시켰다.

*행복한 재혼가정이 되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것

예수가 재림했다면 새엄마에게 "남편이 원하는 대로 해주어라"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엄마는 아버지가 자기 재산을 공동명의로 하자고 요구하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새엄마에게 그건 너무나도 큰 희생이었다.

* 자녀분 취업 걱정은 안 해도 돼요.

대학교 입학식에서 들었던 말이 기억난다. "자녀분들 취업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나 같은 사람도 한 번에 취업했으니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하루하루는 고통스러웠다. 그럴 때마다 나는 교회를 찾았다. 교회의 청년들을 보면서, 그들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우월감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


정신병동 입원일지 06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점점 더 이기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사연은 나를 슬프게 했지만, 동시에 나는 그들보다 나은 처지라는 우월감을 느꼈다. 부모님의 자살로 인해 정신병을 앓는 사람들, 자녀를 잃고 술에 의존하는 환자들... 모두가 가슴 아픈 사연을 안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 나는 스스로를 다잡았다.

나의 극단적인 선택이 혹시라도 나의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기적으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여기에서 무너지지 않고, 나를 지켜야만 한다고.

그런데 이곳에서 겪은 것들은 나에게 또 다른 결심을 심어주었다. 병원의 환경은 너무나 열악했다.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위생 상태도, 치료 환경도 모두 나쁘기만 했다. 나는 이런 열악한 현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퇴원을 준비하면서, 이 병동의 현실을 사회에 알리고 고발하겠다는 결심이 서서히 자리 잡았다. 나는 단지 이곳에서 벗어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방역운동을 통해 이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 병원의 실태를 세상에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이 결심을 가슴 깊이 새기며, 정신방역운동의 시작을 알릴 준비를 했다. 내가 경험한 이 모든 것을 바탕으로, 이제는 내가 세상에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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