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언제나 외톨이 맘의 문을 닫고.
외톨이(아웃사이더)
# 언제나 외톨이 맘의 문을 닫고. 슬픔을 등에 지고 살아가는 바보. 두 눈을 감고 두 귀를 막고. 캄캄한 어둠 속에 내 자신을 가둬.
* 너는 사람들하고 이야기도 좀 하고 그래라.
"열성아, 결혼도 했잖아. 말도 좀 걸고, 밥도 같이 먹자고 해봐. 군대도 다녀왔으니 직장에서도 남자답게 먼저 다가가고 인간관계를 좀 가져야지. 그렇게 겉돌기만 하면 여기 오래 다니기 힘들어. 아이들도 있잖아. 바뀔 생각 해야지."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쉬운 한마디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게 어려웠다. 계속해서 주변을 맴돌기만 하면, 사람들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쟤는 왜 사람이 변하질 않냐..."
* 친구들 만나서 욕도 좀 하고 그래라.
"스트레스받으면 친구들 만나서 욕도 좀 해. 혼자 끙끙대면 안 풀린다. 사람도 만나고 그러지 않으면 네가 더 힘들어지잖아."
사람들에게 속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욕을 하려면 결국 그 대상이 나 자신 같아서 입을 다물게 됐다. 친구도, 속마음을 나눌 사람도 없었다. 가족들에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면 괜히 걱정만 끼칠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두 눈을 감고 두 귀를 막은 나는, 설리반을 만나지 못한 헬렌 켈러. 그냥 병신에 불과했다.
"너는 경력 있다는 애가 왜 그 모양이냐? 똑바로 못해?"
이직한 곳에서 나는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력이 어느 정도 쌓였으니 어디서든 잘할 거라는 기대가 산산조각 났다. 이전 병원에서는 레지던트 한 명이 나를 싫어했지만, 이번 병원에서는 부서 전체가 나를 싫어했다. 마치 수렁에 빠진 듯했다. 나는 스스로를 헬렌 켈러라고 생각했다.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사람이지만 아직 좋은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언젠가 그런 선생님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나는 설리반을 만나지 못한 헬렌 켈러, 그저 무력한 사람일 뿐이었다.
*외부의 압박이 있었나요?
"선생님, 퇴사하시는 건가요? 외부 압박이 있었나요?"
나의 후임으로 들어온 남자간호사가 물었을 때, 나는 그저 웃었다.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절벽을 바라보며 나는 추락할 것인가, 뛰어내릴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결국 나는 뛰어내렸다. 퇴사를 결정하고 나서,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 공부 못해도 뽑아줬더니만... 경력 있어서 기대했는데...
나는 1년 11개월 만에 두 번째 직장을 도망치듯 나왔다. 첫 직장에서 간신히 버텨낸 경험이 있었지만, 두 번째 직장은 나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나의 밑바닥을 갱신하는 느낌이었다. 퇴사를 위해 간호부에 올라갔을 때, 첫 직장에서 "공부 못해도 뽑아줬더니만..."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두 번째 직장에서는 "경력 있어서 기대했는데..."라는 말만 들었다.
그들에게 나는 수고했다는 말조차 들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 할머니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부고는 갑작스러웠지만, 나는 덤덤했다. 구십이 넘으신 할머니가 식사를 못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곧일 거라 생각했다. 병원에 부고를 알리고 휴가를 받아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검은 테두리 속에 있는 할머니의 사진을 보니, 그제야 할머니의 부재가 실감 났다.
할머니는 자식들의 결혼 생활을 망친 장본인이었고, 나도 결혼 후 할머니와 멀어졌다. 하지만 돌아보니 나를 돌봐주신 분은 할머니였다. 언제나 나를 이해하고 보호해주셨던 할머니가 떠난 순간, 나는 큰 외로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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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 입원일지 05
나는 격리실로 옮겨졌다. 그곳은 어둡고 차가웠다. 벽은 낡고 얼룩졌으며, 바닥은 딱딱하고 냉기가 가득했다. 매트리스는 얇아서 바닥의 차가움이 그대로 전해졌다. 깜박거리는 조명은 나의 불안을 더욱 자극했고,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 속에서 나는 갇혀 있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고, 나는 이곳에서 점점 더 무기력해졌다. 몸은 움직일 힘도 없었고,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 차가운 공기가 나의 몸을 파고들었지만, 나는 도망칠 수도 없었다. 그 순간, 나는 약을 맞았다.
약이 천천히 몸에 퍼지자, 나를 괴롭히던 생각들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차가운 방 안에서도 마음속으로는 서서히 평온이 찾아왔다. 그동안 나를 짓눌렀던 구속감, 끝없이 이어졌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약의 힘으로 차차 풀려갔다. 몸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머릿속은 약 덕분에 맑아지고 있었다.
약의 효과는 확실했다. 내가 가둬놓았던 감정들이 풀려나가고, 더 이상 나를 구속하지 않았다. 약이 나를 진정시키고, 마치 나를 구속하던 족쇄가 벗겨진 것처럼 마음이 자유로워졌다. 그제야 나는 내가 왜 이곳에 있게 되었는지,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은 순전히 약 덕분이었다. 약이 나의 부정적인 생각들을 잠재워주었고, 나는 그 순간에야 진정한 평온을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