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내 주위 사람들은 온통 아름다웠다.
The beautiful people(Marilyn Manson)
#내 주위 사람들은 온통 아름다웠다. 다만 내가 못생긴 종자였을 뿐.
*야, 다 너 싫어해.
부서에서 내 존재는 불협화음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고,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씩 내 곁을 떠나갔다. 마치 내가 그들을 괴롭히는 악의 근원이 된 듯했다. 일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나는 그들이 보기에도 불편한 존재가 되어갔다.
"저 인간 때문에 도저히 못 참겠어요. 그만두기 전에 꼭 그 사람도 내보내고 나가려고요."
부서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을 때, 사람들은 환호했다. 나는 그저 벌벌 떨며 그들의 비난을 견뎌야 했다.
*너 소문 다 났어.
"열성아, 팀장님하고 상담했다며? 뭐라고 하셨어?"
"아... 그냥 버텨보라고 하셨어."
그 짧은 대화 속에서, 나는 내 소문이 이미 퍼졌다는 걸 알았다. 모두가 내가 외래팀장과 상담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그들은 아마 나를 보면서 '언제쯤 그만둘까?'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쉬는 시간이면 나는 화장실로 도망쳤다. 화장실은 나에게 유일하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한쪽 칸에 앉아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내 자신이 한없이 한심했다. 노력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몰랐다.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은 항상 무거웠다. 편의점에 들러 초코바 하나를 사서 집 근처를 배회하며 시간을 보냈다. 집에 들어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핸드폰을 켜서 무의미한 가십 기사를 읽고 시간을 허비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자책하며 잠이 들었다. 나는 안될 놈이었다.
* 솔직히 죽는 게 이기적인 거지.
어느 날, 대형 쇼핑몰에서 남자 간호사가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위 사람들은 말했다.
"솔직히 태움 때문에 죽었다는 건 좀 이기적인 거 같아. 그렇게 죽으면 같이 일한 사람들은 뭐가 돼?"
그 말이 내 귀에 또렷이 들렸다. 그 다음에 죽을 사람은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름다운 사람들 속 추한 인간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발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나아갔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는 달랐다. 나는 그 속에서 가장 어두운 존재였고, 그 추함을 숨기고 싶었다. 아름다운 이들 사이에서 내가 있을 자리는 없었다.
화장실은 나에게 유일한 도피처였다. 그곳에서만큼은 외부의 시선을 피할 수 있었다. 나는 화장실 한쪽에 웅크린 채, 이어폰을 귀에 꽂고 마릴린 맨슨의 The Beautiful People을 들었다. 그가 노래를 부르는 것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나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듯했다. 거칠고 불편한 음성이었지만, 그 순간에는 오히려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다.
"너는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아. 네 자리는 여기 없어."
그의 목소리는 마치 내가 느끼는 열등감과 불안감을 더 증폭시키는 것 같았다. 노래가 흐를수록, 그는 나에게 말을 걸 듯 내 마음속 깊이 파고들었다. 나의 모든 감정을 헤집고, 마치 내가 추하고,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너는 추해. 이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로 가득하고, 너는 그곳에 어울리지 않아."
그 목소리는 마치 내 내면의 깊은 어둠을 끌어내는 것 같았다. 그의 가사가 나를 조종하려는 것처럼 들렸고, 그 순간 나에게서 모든 긍정적인 생각을 빼앗아갔다. 나는 그의 목소리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나의 깊은 바람과 맞물려 있었다.
'그래, 나는 추한 인간이야. 이 세상에 내가 있을 이유는 없어.'
맨슨의 노래는 마치 내가 느끼던 고통을 더 크게 부각시키는 도구였다. 그 목소리가 내 생각을 잠식하고 있을 때, 나는 그곳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마음에 휩싸였다. 음악이 나에게 어떤 결정을 내리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
정신병동 입원일지 04
병동 화장실은 생각보다 끔찍했다.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서 용변을 보는 동안에도 불안했다. 그 작은 공간조차 나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화장실에서조차 나 자신을 숨길 곳이 없었다. 문을 닫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계속 참았다. 용변을 보는 것조차 불안과 긴장 속에서 이루어졌다. 내가 똥쟁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조롱당할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왔다.
내가 생각했던 화장실은 나를 잠시 숨겨주는 공간이었지만, 이곳에서는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타일 사이에 낀 곰팡이, 락스 냄새가 가득한 공기는 내 불안을 더욱 증폭시켰다. 군대 시절 선임이 지적하던 타일 사이의 때가 떠올랐다. 그가 나를 모욕하던 기억이 이곳에서도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나는 더 이상 이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 이 불안감을 떨쳐내려면 무언가를 해야 했다. 나를 보호할 무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보이는 무기는 없었지만, 문득 내 안경이 떠올랐다. 안경을 부수면 유리조각으로 나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안경을 타일 위에 놓고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 순간, 병동 간호사의 외침이 들려왔다.
"보호사님! 화장실로 빨리 와주세요!"
보호사들이 달려와 나를 붙잡았고, 나는 울부짖으며 발버둥쳤다. 그 순간에도 머릿속에는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이 화장실조차 나를 보호해줄 수 없었다.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