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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스민 Oct 16. 2021

비행ㅣ제다비행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는 속성비행

26-Apr-2011 도하-제다


제다비행은 말이 필요없다. 한번의 비행으로 정해진 규율을 따르는   중요한지, 의사소통이  중요한지, 시간 안에 서비스를 마치고 크루들도 밥먹을 시간이 있다는  감사한 일인지, 비행을 마치고 승객들에게 전해지는  따뜻함이 무언지 느껴보는 속성비행이니 말이다.





b o a r d i n g

주황색은 깨달음의 색이라는 이유로 머리부터 옷에 주황색 물결로 넘쳐난다. 우리는 흔히 passenger profile 이라고 칭한다. 한 노선에 주로 어떤 승객유형이 탑승하는지를 일컫는 말이다. 제다비행은 성지를 방문하는 세계 각지의 종교인들이 탑승하는 구간이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는 단체로 오는 경우가 많고 파키스탄. 이집트 정말이지 국적과 도시에 한정되지 않는다.


외항사의 매력은 기내에 다양한 국적의 크루들이 탑승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랍어를 구사하는 크루가 있다해도 이 비행만큼은 좌석을 재배치를 하는데 보딩에서 크루들 힘이 다 빠진다. 주로 성지를 가시는 연령대가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많다보니 좌석배치보다는 그들의 엉덩이가 닿는 곳이 자리가 되어버린다. 요지부동ㅋㅋㅋ 제다비행은 정말이지 거의 만석이기 때문에 여분의 좌석도 그렇게 많지 않지만 한번 뒤죽박죽 되어버린 좌석을 다시 원위치로 돌리는 건 쉽지 않고, 더 그러한 이유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승객들 좌석 옮기려 하면 눈을 흘기시며 아랍어로 무섭게 말씀하신다. 내용은 안다. 우리들은 다 한 팀이라는 말이다. 지상직원이 좌석을 비슷한 곳으로 묶어주면 우리도 편한 것을 신앞에 모든 걸 내 놓겠다는 표정으로 비행에 탑승하는지 몰라도 현실 앞에서는 한치의 양보심도 이해심도 없다. 아랍어와 요지부동, 이 것이 크루들을 난감하게 할 뿐이다.


t a k e  o f f

2시간 내외의 비행시간에 랜딩카드며 이번의 경우는 오무라 카드도 나눠드려야 한다. 기도에도 시기마다 불리는 명칭이 조금씩 다른가보다. 오무라 역시 성지에서 기도 드리는 의식 중 하나이다. 랜딩카드 배부-핫타월 서비스-이어지는 LD 런치디너. 1차 밀 서비스에 2차 티.커피 서비스까지 해야 하니 시간이 빠듯하다. 1차 밀 서비스 할 때부터 티. 커피는 달라고 하시지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말씀을 드린다. 보통은 식사 서비스 마치고 기내식 먹는 시간이 잠깐이라도 있는데 제다비행은 2시간 반정도 되는 비행시간에 서비스하다 시간 다 간다. 곧 랜딩한단다.


l a n d i n g

랜딩할 때 만큼은 눈 흘기시거나 아랍어로 무섭게 말씀하시는 승객은 온데간데 없다.ㅋㅋㅋ 신앞에 겸손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비행기 완전히 멈춰서 내리실 때에는 승객들 하나하나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데 유독 이 비행은 손을 잡아주시는 분들이 많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 분명 보딩때는 보딩패스며 좌석으로 한바탕 눈 마주쳤던 분들이건만 손흔들면서 환하게 웃으시거나 손을 꼭 잡아주신다. 코로나 시국에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 전에는 그런 contact이 가능했었다. 그저 옅게 미소 지으시지만 '무사히 도착해서 고마워. 앞으로도 하는 일 열심히 해.' 라는 의미로 느껴진다. 그리고 나 역시 그들 앞으로의 신앙생활과 삶에서의 축복을 느끼시며 살아가시길 바라본다.


c a r p e  d i e m

숙소에 돌아오니 인도룸메의 5월 로스터가 눈에 보인다. 보고 깜짝! 어떻게 이렇게 매달 좋은 로스터를 받지, 턴어라운드 비행 하나 없고 유럽권에 미국비행 하나 이렇게 받았네. 분명 나보다 시니어이고 로스터링에 인도인이 많아서 유리하게 받는다는 말은 들었지만 나는 다음달에 또 제다비행이 있는데 말이다. 제다비행은 크루들이 좋아하는 비행은 아니지만 난 이상하리 제다비행을 다녀오면 '내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오는 거 같다.


 스탠바이도 하나 없이 체류비도 좋은 곳을 받은 방짝의 스케줄이 부럽기도 하지만, 내가 느끼는 삶의 방식은 그런 정형화된 곳에서 온다기보다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감흥이 온다고 생각한다. 스탠바이로 어떤 비행을 받든, 다음 달에 있는 제다비행을 다시한번 가게 되든 내 삶에서는 그 비행의 의미가 새겨질 수 있다면 스케줄 이면의 보이지 않는 긍정의 힘을 믿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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