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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스민 May 07. 2020

13. 제다비행 보딩부터 랜딩까지

보딩 5분 전입니다.  


"승객이 바로 문 앞으로 있고, 총 165명의 인도네시안 승객입니다."



인도네시안 무슬림들이 하나같이 같은 복장으로 보딩하기 시작하는데, 가방마저 하나같이 맞춘 것 같은 게 여행사 통해서 오신 거 같습니다. 가방 앞에는 본인 사진이 손바닥만하게 붙여져 있어 각자의 짐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콜록콜록

정말이지 165명 승객 중 반 이상이 이쪽 콜록 저쪽 콜록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마스크 하나 없이 기내에 타고 있었을 기내 모습이 상상이 안되겠지만, 그 때 2010년에는 보딩마치고 그라운드에서 가벼운 음료 서비스 다 마칠 때까지 가능한 캐빈에 서 있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는 성지순례로 유명한데다, 이슬람교도인들의 생전 임무 중 하나가 성지순례 답사입니다. 보통 제다비행은 국적을 불문하고 나이가 있는 분들이 죽기 전 성지순례를 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보딩 이후에도 승무원은 가능한 캐빈에서 승객들이 필요한 부분을 확인하고는 했습니다.  


기내는 마치 메아리에 확성기를 달아놓은 듯, 한 번 울리면 퍼져 다시 들려오고 끊이지 않더니, 그 기침소리가 유독 더더욱 크게 들리는 듯 싶습니다. 기내식 제공하고, 클리어런스(clearance) 마치고, 랜딩할 때까지 기침소리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도하 출발 제다행 비행은 2시간 살짝 넘었고, 도하로 돌아가는 비행은 역기류를 타고 가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기 마련인데 제다 공항에서 워낙 딜레이가 되었던지라 약 1시간 30-40분 만에 도착한 듯 싶습니다.


만물교아

보통 음식을 안쪽부터, 창가쪽부터 건네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 통로쪽부터 내어 드리기도 하는데, 옆 사람 먼저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같은 음료를 시키셨으면 역시 옆 사람에게 먼저 건네는 모습도 기억에 남고요. 각자 라는 느낌보다 우리라는 게 느껴지는, 서비스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승객들이었습니다.

 

딜레이로 짧아진 서비스시간에, 영어를 잘 모르시는 승객분들이라 좋아하실만한 음료를 말씀드리는 식의 선을 넘지 않으면서 속성으로 서비스를 할 수도 있는데, 인도 남자동료는 직접 음료를 보여주면서 원하시는 걸 선택하게 하네요? 생각해보니 보딩할 때는 한 분 한 분 자리 안내하면서 알아서 짐도 들어줬던 게 기억이 납니다. 승객에 대한 배려가 저한테까지 느껴지는 동료였습니다.   


이상적인 동료의 서비스였지만, 비행시간 대비 기내식 서비스하는 시간이 빠듯해서 결국 밀 서비스하면서 미리 다 드신 분의 식사는 클리어런스 하는 상황까지 되었지만, 다행히 시간 안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빠듯한 시간이었지만, 시간 안에 다들 수고했습니다."

랜딩을 하기 전, 이런 훈훈한 대화도 나옵니다. 외국계 항공사라 우리나라 정서에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비행이 끝날 때마다 비행이 무난하고 팀워크가 좋은 비행이었으면, 좋은 뜻의 형용사 다 나오며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원더풀!"

"퍼펙트!"


승객들 내리시는데, 환하게 웃으십니다. 출발이 지연돼서 컴플레인 나올 수도 있는데, 성지순례를 다녀오신 뒤라 그런지 기내에서 그렇게 기침하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대체로 평온한 표정입니다.


"Amazing!"

비행기를 빠져나와 크루들과 이 비행 여러모로 완전 기대이상의 비행이었다며 훈훈하게 마무리하며 특이사항이 있었는지 이야기합니다.  

"승객의 반이 기침을 하던데요?"

문득 생각이 나서 말을 했더니, 저보다 시니어인 크루가 그럽니다.

  


"그 사람들은 약 28-29일을 메카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기도 드리기 위해 온 거고, 때로는 그 기간에 사막땅을 걸어야 해서 그들의 기관지는 많이 약해져 있었을거에요."


상황을 잘 모르고 요란한 기침소리로만 기억할 뻔 했습니다. 증동에는 워낙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타지에 와 있는 노동자라고 생각했었는지, 더운 사막 날씨라 감기에 걸릴 수가 없을텐데, 왜 이렇게 기침을 할까 싶었거든요.


이번 제다비행은 출발시간, 도착시간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비행은 아니었지만, 제가 승객을 통해서 동료를 통해서 전체 비행을 통해서 배울 바가 많은 비행이었습니다. 잘못 판단했던 부분에 대해 일침을 더하기도 했고요.


이런 비행이라면, 비행 할 만 한데요?




https://youtu.be/unEMxuXLJ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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