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긍정스민 Oct 16. 2021

비행ㅣ기내사용법이 필요한 다카비행

다카비행에서 돌아온다. 도하에 랜딩한 시간은 정오가 가까워가고, 3월 중순을 가고 있지만, 도하에는 이미 여름이 시작한다. 여름 유니폼 규정에 따라 3월 26일 이후 부터는 자켓을 입지 않는다. 3월 달 스케줄 받고 신청한 하나의 비행 외 인도아대륙만 두 군데인 카트만두와 다카를 확인한다. 마음 한 구석에서 '다른 크루들은' 으로 시작하는 불만이 올라온다. 실제 그렇다. 유럽 비행지 받은 크루들이 부럽다. 체류비도 높을 뿐 아니라 비행도 무난하니 말이다.


c a l l  b e l l

승무원이 기내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리가 있으니 콜벨이다. 다카 비행은 콜벨이 끊이지 않는 곳 중 하나이다. 점점나아지고 있지만 다카비행은 승객들에게 기내 사용법에 대한 브리핑이 필요한 비행이다. 리모콘 사용이 어려운 기종이라고 탓하면 마음이 나아질까. 의자 바로 옆에 부착형으로 되어있는 리모콘 때문에 승객들이 사용하기도 불편하고 버튼을 이래저래 누르시다보니 콜벨을 누르신지도 모른다. 콜벨은 물 한잔을 원하는 경우에서 기내에서 위급한 상황시에 승무원을 호출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잘 모르시고 3초마다 울리는 이곳저곳에서의 콜벨 소리를 들을 때는 진심 리모컨 사용법 브리핑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어진다. 승객의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회사의 방침대로 이륙 전 안전수칙 비디오가 상영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기내 사용법' 이런 브리핑이 나온다면 서로의 이해를 위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l a v a t o r y 

FLUSH(물 내리기), VACANT(비어있음), OCCUPIED(사람 있음), LAVATORY(화장실), 이런 단어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화장실(toilet) 으로 해석하면 되겠지만,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그림을 그려두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특히 vacant 와 occupied 에 대한 이해가 없이 화장실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는 승객이 있고 화장실에 들어가셔서 lock(잠금) 장치를 안하시는 승객들이 정말 많다. 승객 없는지 알고 화장실 문 열었다가 둘 다 놀라서 급하게 화장실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고, 볼일 보느냐 앉아있는 승객의 모습이나 남자 승객의 경우 등을 자주 보게 된다. 용무를 본 뒤에 Flush로 물을 내리거나, 세면대 싱크에는 속을 게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싱크가 막혀서 바닥으로 넘치는 상황까지 발생하면 진짜 난감하다. 변기에 게워내는 게 더 쉬울거 같은데 그 작은 싱크에 얼마나 담아내시겠다고, 몸의 각도를 조금만 구부리시는지 그래서 그들의 허리는 꼿꼿하십니까 묻고 싶다. 상황이 정 급하면 그럴까 싶지만, 싱크대에는 넘쳐나는 토사물과 변기에는 사과주스가 넘쳐나는 건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마음의 감동을 주는 서프라이즈를 원한다. 눈과 코를 놀래키는 서프라이즈는 사양합니다. 


m e a l  c h o i c e  

"mutton biriyani 와 fish curry 가 있는데 어떤 걸로 드시겠습니까?"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개를 좌우로 두번 까닥인다. 인도크루에게 물어본다. 고개를 좌우로 두번 까닥이는 건 무슨 말인지, 그 말은 anything 이란다. 아무거나 줘도 괜찮다는 말이란다. 그래 반응이라도 해주시니 고마운거다. 몇 번을 물어도 그저 가만히 나를 바라보시는 승객은 정말이지 난감하다. 그저 웃음이 나오는 승객은 자꾸 펩시만 외치신다. 식사는 안 드시냐고 물으니 그저 펩시만 계속 외치시기에 펩시 드리니 빤히 쳐다보신다.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식사를 하는 건 기본이고, 음료는 펩시를 달라는 눈빛이었던 것이다. 말씀을 해주세요. 플리즈.


유독 이 비행에서 자주 쓰이는 말은 same same 이다. 옆 승객이 시키는 대로 고개를 까닥까닥이는 속도에 맞춰 same same 을 연발해주신다. 어찌 생각하면 까다로운 게 아니다. 그들에게는 무언가를 선택하는 게 어색하고 낯설어서 그런거인지도 모르겠지만, 서비스 하는 입장에서 당황스러울 때는 있다. 


5시간 45분의 비행시간이었지만, 비행 마치고 생각해보면 이래저래 에피소드가 꽤 기억나는 재미난 비행이다. 다음에 다카비행을 받는다고 해도 그때는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하지만, 돌아오는 비행이 그 마음을 이어가기에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오늘 마주하는 승객이 가족부양을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먼길을 가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에 도하라는 타지에 나와있는 건 그들과 같은 외국인 노동자인지 모르겠다. 그들의 부담감 지어진 얼굴의 그늘을 보면서 내가 전달하는 건 도착지까지의 작은 편의지만, 마음 속으로 앞으로의 그들 스스로 그들의 인생에 더 큰 편의를 불러오기를 바란다. 


어느 순간에 내가 있든 의미를 새기기 나름일 것이다. 내키지 않았던 비행이라도 다시금 비행을 받으면 어떤 의미에서든 미소가 지어질 수 있게 가장 좋은 기억을 만드는게 내가 비행을 즐기는 최선이지는 않을지.

이전 09화 비행ㅣ페리 플라잇(ferry flight)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