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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하다 Aug 04. 2024

여름의 마음

잠시 멈추라고 여름은 더웠다

 여유로운 금요일 아침, 테라스에 노오란 보름달 테이블을 펼쳤다. 일어난 지 한참 지난 터라 오랜만에 모닝페이지 대신 일기장을 꺼냈다. 마지막으로 쓴 일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씨'였다. 여름에 들어서는 입하부터 낮이 가장 길어지는 하지까지의 날씨를 좋아한다. 특히 이 시기의 이른 아침과 저녁에는 반팔을 입고 있어도 시원한 듯 춥게 느껴진다. 부지런히 즐겨야 하는 귀한 날씨다. 


 일기장 다음 페이지에는 딱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은?


 '행복은 늘 곁에 있다'고 생각한다. 바쁘면 가장 먼저 까먹는 일이 행복이라 일부러 생각하기도 한다. 사실 어제는 집주인 할머니 때문에 성북동과 미하다홈이 주는 행복(현관문만 열고 나오면 누릴 수 있는 초록, 지금 볕뉘 아래 일기를 쓰고 있는 작은 테라스, 가장 좋아하는 여름 노래가 어울리는 집, 신비 복숭아를 먹기 좋은 분위기, 탄산수 대신 물을 넣은 바질 토마토 청)을 깜빡 잊을 뻔했다. 


 여름의 마음을 듣고 있으면 행복한 여름의 한 장면이 그려진다. 쫀득하고 몽글하고 건물에 찰싹 달라붙은 구름, 등에 땀이 주룩주룩 흐르는 여름, 시원한 수박을 큼직하게 썰어 와구와구 먹는 여름, 더위를 숨길 수 없는 여름! 여름이 좋은 건 솔직하기 때문이다. 반면 겨울은 나를 숨게 만든다. 추워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들고, 추워서 동굴 속에 꽁꽁 숨게 만든다. 동굴은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예민하다. 나를 다시 꺼내주는 건 늘 여름이었다. 커다란 수박을 나눠먹고,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잠시 쉬어가고, 역대 최악의 폭염이라는 뉴스에 즐거운 여름휴가를 상상하고, 태양의 에너지를 듬뿍 받고 자란 여름 작물을 먹고 나면 뜨거운 날씨만큼 뜨거운 마음이 쏟아진다. 여름이기에 가능한 솔직함이다. 따듯한 아카시아꽃 차를 마시며 글을 쓰다 보니 또 땀에 젖었다. 그래서 더 좋은 여름 아침이다. 


 

 <무더운 여름날 추천하는 그림책> 

여름 글.그림 이소영

여름 상상 글.그림 

할머니의 여름휴가 글.그림 안녕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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