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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하다 Aug 04. 2024

수박은 확실한 행복!

수.확.행

 아주 어릴 적부터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늘 수박이었다. "수박밭 있는 사람이랑 결혼할 거야!" 라던가 "어른이 되면 매일 수박을 사 먹을 거야" 라고 말하던 어린이가 자라서, 매년 여름 수박을 열 통이나 사 먹는 어른이 되었다. 딸기, 앵두, 살구, 복숭아, 무화과, 홍시 등 다양한 제철 과일을 좋아하지만, 초여름에 만나는 수박을 그 어느 과일보다 더 좋아한다.

  슥 - 삭 - 사삭 - 파삭 - 썩 - 석석 - 쏙 - 꿀꺽 - 싹싹 - 서억- 꿀꺽 수박 먹는 소리는 늘 시원하고 기분 좋다. 한 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에 양 볼은 찌르르하고,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만드는 달콤함이란! 마법 같다.


  커다란 수박을 반으로 싸악-뚝! 여전히 커다란 수박을 한 번 더 싹뚝! 커다랗게 썰어낸 반달 모양 수박은 접시에 담고, 깍두기처럼 자른 수박은 소분해서 담는다. 혼자 먹기에는 너무 큰 과일이라, 수박을 썰다 보면 주변 사람들이 생각난다. 사랑하는 사람, 행복을 나누고 싶은 사람, 부쩍 힘들어 보이던 친구, 동네 이웃들까지, 수박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한다. 수박처럼 내 마음이 더 크고 넓어지면 좋겠다.


 작은 통에 은수님 수박을 담고, 강릉까지 돌아가는 기차에서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다혜님 수박은 더 큰 통에 담는다. 나눠 먹을 때 더 맛있는 수박은 삶을 닮았구나. 늘 이어져있고,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야 하는 삶을 닮았다. 주위를 살피고 수박을 나누다보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 남은 수박을 다람쥐처럼 양 볼 가득 채우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음미한다. 사아악, 사아악- 짧은 시간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행복을 꿀꺽 삼켰다. 아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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