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어 Apr 16. 2023

안녕.

끈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고잡고 있던 손 놓으면 그만인 일이었다고

아직 제목을 달지 못한 우리의 책은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고

마지막 한 장 그 한 장

망설이고 또 망설이고     


한 주기가 다 끝났다고

해진 나무판자 위에 새겨진

해가 진 이름들은

두꺼운 페인트에 덮이고     


마지막 그 한 마디

끝이 났다는 종소리처럼 울려대면

모든 의미 서지고    

모든 시간 을 잃고


끈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고

잡고 있던 손 놓으면 그만인 일이었다고

온 신경을 흘러 다니며 바늘이 되는 말들은

무뎌지기 위한 무너짐들은

가득해진 만큼의 힘을 얻지 못하고    


한마음으로 찰랑거리던 날들

곳곳에 심어진 찬란한 날들

무수한 책갈피로 남고

마지막 한 장의 망설임

길고 길었던 밤과 함께 저물고 나면

당신과는 안녕을



이전 01화 빈 어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