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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어 Apr 16. 2023

안녕.

끈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고 잡고 있던 손 놓으면 그만인 일이었다고

아직 제목을 달지 못한 우리의 책은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고

마지막 한 장 그 한 장

망설이고 또 망설이고     


한 주기가 다 끝났다고

해진 나무판자 위에 새겨진

해가 진 이름들은

두꺼운 페인트에 덮이고     


마지막 그 한 마디

끝이 났다는 종소리처럼 울려대면

모든 의미 서지고    

모든 시간 을 잃고


끈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고

잡고 있던 손 놓으면 그만인 일이었다고

온 신경을 흘러 다니며 바늘이 되는 말들은

무뎌지기 위한 무너짐들은

가득해진 만큼의 힘을 얻지 못하고    


한마음으로 찰랑거리던 날들

곳곳에 심어진 찬란한 날들

무수한 책갈피로 남고

마지막 한 장의 망설임

길고 길었던 밤과 함께 저물고 나면


당신과는 안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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