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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과 성숙

살면서 많은 문제를 당면한다. 문제를 잠시 내버려 두거나 바로 해결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어쨌거나 계속 피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흘려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문제라고 인식했다면 내버려 두는 것은 다음 전진을 유보시킬 뿐이다. 뫼비우스의 띠 같은 삶을 살게 된다.




우리는 갈등과 문제를 만나면 타당하게 풀어낼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나 한 발짝 뒤에서 자신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늘 갈등과 문제 풀이에 대한 글을 쓸 때면 스스로를 하늘에서 내려다볼 줄 알아야 한다고 했던 것과 같은 말이다. 정신과에서는 이걸 '자각'이라고 하고, 자각 후에 갈등을 타당하게 풀어가는 것을 '성숙'이라고 한다.


나는 철들고 싶지 않았다. 매번 아이처럼 새롭고 즐겁게, 또 쾌활하게 살고 싶었다. 문제가 생겨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저 살아가고 싶었다. 이런 마인드로 살았던 게 2년 조금 덜 되었다. 그러나 '성숙'이 이런 것이라면 성숙해져야겠다. 다른 것은 몰라도, 문제 해결 능력은 2~3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애착 있는 관계에서는 특히 더욱 타당하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된다.

자각과 성숙을 기억해야겠다.


불과 2~3년 전과 달리, 살면서 쉽게 포기하게 되는 것이 늘었다. 마음이 앞서서 하려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 때면 잠시 멈추고 "내가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구분 짓고 다시 생각한다". 해야 하는 것이 많을 때도 모두 안고 가기보단 몇 개는 포기하게 된다. 완성된 결과물이 적더라도 제대로 된 게 몇 개 있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할 수 없는 것은 하지 않는다. 안 좋게 말하면 20대 나이에 도전 정신과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사라진 타성에 젖은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신과에서 보면 자각과 성숙의 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자신을 알게 되고 점점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나는 점점 내 삶의 안정화를 구축하고 있는 거다. 그전에 했던 많은 다양한 경험들 덕분이다.


내가 안 좋은 특정 상황이나 무드에서 벗어나거나 그것을 타파하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대게 왜 그런 무드와 기분에 휩싸였는지도 안다. 무언가 나를 밀면 때론 밀리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이러한 내적 갈등과 달리 외부 상황의 갈등과 문제를 당면하면 타당한 선택을 하기 힘들다. 지혜롭게 외부 상황을 풀어가기엔 많이 부족하다는 거다. 과거의 경험과 글쓰기를 해온 시간의 축적으로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많다. 하지만 나를 안다고 해서 외부 문제를 잘 다룬다는 것은 아니다. 외부 문제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요인들'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철들기 싫다는 핑계로 이러한 문제는 모른 채 했다. 그냥 잊어버리기 힘들어하던 내가, 마침내 여러 갈등을 겪고 '그럴 수도 있지'를 배웠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로 여러 문제들을 그냥 흘려버리곤 했다. 힘든 것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처음엔 자기 계발서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한동안 감성 에세이에 빠져있었다. "당신을 지치게 하는 관계는 그만 내려놓는 게 좋아요", "느려도 방향만 맞으면 돼", "내가 행복한 게 중요해" 등의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다. 이런 문장과 글귀가 쓸모없다는 것은 아니다. 자기 계발서의 전진을 유도하는 말 역시 정답이 아니다. 적절하게 스위칭할 줄 아는 것이 건강한 거다.


나는 이제 한 발 더 나아가서 취할 건 취해야 하겠다. 최근 대외활동을 하면서 입맛과 상관없는 독서를 했다. 여러 상황에 놓이고 또 마주했다. 개인적인 일로 힘들어했고 그걸 이 기회로 회복한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는 새에 더 성장한 건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축적으로 버리는 법을 익혔고, 이젠 전에 비해 나를 많이 알고 있다. 나를 알기 때문에 무엇을 취해야 할지 안다. 아닌 건 버릴 수 있다. 나아가 이 활동을 시작하며 봤던 면접 덕분에 "내가 왜 넘어지는지", "언제 넘어지면 안 되는지"도 알게 되었다. (나는 어려울 때, 슬픔이나 힘든 감정의 극한을 느끼며 바닥을 짚고 오르곤 했다. 근데 이게 현명한 방법은 아니었던 거다. 이별의 아픔을 겪을 때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과 '노르웨이의 숲'같은 책은 읽으면 안 되는 거다. 그저 걷고 웃고 떠들고 먹는 데에 열중해야 했다. 부산에 있을 때는 부산을 즐기라며 밤늦게도 함께 일광을 걸어주던 친구에게 감사하다.)


외부 상황을 다스리겠다는 말이 아니다. 외부 상황 속의 나를 잘 다스리겠다는 말이다. 상황 자체는 바꿀 수 없다. 외부 갈등과 문제를 내면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려면, 상황 속의 나를 자각하고 용기 있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개방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개방감은 자신감에서 온다. 개방하기 전에 백업 시스템을 구축해라.

대외 활동 홈페이지에 올라온 선배 기수의 글에서 읽었던 문장이다.


나는 알면 알수록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나를 쉽게 알 수 없다. 3년 정도 매일같이 연락하고 붙어 다녀야 나를 겨우 알 수 있다. 나를 잘 아는 친구는 그래서 거의 없다. 사람들 앞에 나를 잘 꺼내어 놓지 않았다. 내가 상처 받는 게 겁나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며칠 전에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불편하게 하기 싫어서 먼저 다가가고 열지 않는 거 같다. 상대가 힘들어하고 불편해하면 나는 더 힘들고 불편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챙김 받는 건 좋아하지만, 띄워주는 건 싫어한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멈추지 않고 칭찬하면 그 자리가 불편해진다. 그래서 굳이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았던 것도 같다.


어쨌거나 내 성향과 달리 나를 편하게 꺼내놓지 않자니 그것도 불편했다. 그래서 백업 시스템을 확실하게 구축해놓고 개방하기로 했다. 개방해서 얻는 것은 자기 이해와 새로운 분야나 알고 싶던 것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나의 백업 시스템은 뭘까. 글쓰기와 규칙적인 생활이 전부인 것 같다.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래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앞으로는 매주 나에게 주는 보상을 아끼지 않고 챙겨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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