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요즘 부쩍 궁금한 게 많아졌다.
아침에 일어나 매미 울음소리를 듣고 매미가 왜 우는지 알고 싶고 모기는 왜 밤마다 자기를 무는지도 궁금하다.
눈을 뜨면 오늘은 무슨 요일인지 묻고 아침마다 출근하는 아빠가 오늘은 지하철을 탔는지 택시를 탔는지 궁금해 창문 밖으로 출근하는 아빠의 모습을 확인한다. TV 속 자동차 이름도 궁금하고 오늘 간식이 뭔지도 알고 싶다.
아파트 안내방송을 듣고 "오늘도 소독한데?", "태풍이 온데?"하고 친절하게 방송 내용도 알려준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도 역시 많아졌다.
아침에 아빠가 먹는 영양제도 하나씩 하나씩 입에 넣어줘야 하고 아빠 벨트를 직접 채워주려 하다 나는 왜 벨트가 없냐고 갑자기 울기도 한다. 아빠가 매실차라도 마시려고 하면 정수기 물이라도 직접 받아서 줘야 하고 커피머신 버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자기가 눌러야 한다. 화장대에 같이 앉아 화장하는 엄마 볼터치도 해주고 싶고 출근하는 엄마의 휴대폰과 지갑도 가방에 챙겨준다. 띵동 하며 택배 아저씨가 우리 집을 찾아오면 문을 열어주려 신발을 신고 문 앞으로 나서고 아침에 갈아입은 옷은 세탁기에 넣고 빨래 바구니를 옮기는 것도 도와주는 기특한 아들이다.
궁금한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우리 집에서 제일 바쁜 네 살 꼬마가 또 궁금한 것이 생긴 모양이다.
"우리는 왜 가족이에요?"
어린이집 키즈노트에 이번 주 주제가 가족이라고 하더니 우리 집 꼬마가 집에 와서 동그란 눈으로 묻는다.
우리는 왜 가족이에요?라는 아이의 물음에 잠깐 생각하다가 나는 "사랑하니깐." 이렇게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 "우리는 왜 가족이에요?" 우리 집 꼬마가 나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우리는 왜 가족일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나에겐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지날수록 정과 사랑이 깊어져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어 갔다. 어쩌면 가족은 조금씩 물들어 서로에게 익숙해져 가는 거라는 생각도 든다. 나에게 가족은 울타리이자 나의 버팀목이다. 그래서 나에게 안정감을 주고 언제든 찾을 수 있는 휴식처이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아이의 첫 가족. 지금은 아이의 세상 전부인 우리를 아이는 어떻게 기억할까? 우리가 만든 울타리 속에서 아이는 자유롭게 놀다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아이의 첫 울타리는 아이에게 추억이 가득한 안식처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에게 그리움과 사랑으로 언제든 기억하고 찾아올 수 있는 그런 따뜻함으로 기억되고 싶다.
처음이자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하게 될 가족, 그 이름을 아이가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 우리는 왜 가족이에요?라는 물음에 아이가 사랑, 따뜻함, 안식처라는 단어를 당연히 떠올릴 수 있도록. 오늘도 반짝이는 아이의 눈을 보며 작은 입에서 나오는 예쁜 말들을 귀 기울여 들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