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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by 선한영향력 이학주
Oct 16. 2024
가스라이팅의 무서움
보고 싶은 대로 믿고 싶은 대로
단톡방의 분위기가 뭔가 냉랭하다. 켈리황에 대한 믿음이 식어감을 온몸으로 느낀다.
결국, 일어날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가장 연장자이자 가장 큰 손실을 본 황여사님의 톡이 그 시작점이었다.
5000만 원으로 켈리황의 리딩을 따르던 황여사는 점점 담보금을 늘리기 시작했다. 켈리황의 리딩으로 그녀의 꿈은 점점 현실화가 되어갔다. 그녀의 꿈은 3억짜리 캠핑카를 타고 1년 동안 세계여행을 가는 것이라고 비 오는 어느 날 늦은 밤 톡에 남겼다. 가장 연장자의 꿈과 도전이 꼭 실현되기를 응원했다.
황여사는 더 큰 수익을 더 빨리 달성하기 위해서 남편 몰래 들었던 곗돈, 추가 주택담보대출, 보험 해지 등을 통해 3억이라는 시드를 추가로 마련했다. 그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투자한 피 같은 돈은 7월 12일 대참사를 통해 공중분해 되었다.
그다음 날부터 그녀는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온전한 본전회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하루 한 번 있는 켈리황의 리딩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혼매를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을 회유하거나 강압을 해서 투자정보를 얻어갔다. 지금 와서 보면, 혼매로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은 바람잡이였다.
황여사는 그것도 모르고 "혼자만 외화벌이 하지 말고 함께 외화벌이 해서 애국자 돼 봅시다." 바람잡이들은 측은지심을 발현하는 척하며, 황여사에게 자신의 투자진입정보를 공유하였다.
본전에 눈이 뒤집힌 황여사는 물불 안 가리고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언제나 결과적으로 수익보다는 손실이 컸다. 황여사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5억을 넘겼다. 황여사의 한숨 섞인 짜증과 신세한탄으로 톡방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지금 모든 사람들이 손실인데, 황여사만 너무 죽는소리를 하는 것 같았다. 황여사의 그런 태도가 지겨웠고 불편했다. 차라리 강퇴를 당하길 바랄 정도였다.
불편한 존재였던 황여사가 고마운 존재가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어느 날, 황여사가 거래소에서 출금이 되지 않는다고 컴플레인을 걸었다. 바람잡이들은 거래소에 직접 문의하라고 조언했다. 집요하게 황여사는 켈리황에게 거래소 출금에 대한 문의톡을 단톡방에 남겼다.
나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거래소에 문의할 내용을 왜 켈리황에게 문의할까. 황여사는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켈리황의 톡이 올라왔다. 자신을 사기꾼으로 모는 네 사람의 프락치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순간, 캐나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이명수 씨가 몇 장의 증거사진파일과 톡을 남겼다. "제가 알아본 결과, 이 거래소는 가짜이며, 켈리황은 우리의 강제청산 금액의 30퍼센트를 커미션으로 받아가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지난번 켈리황이 후원금을 개인별로 거래소에 직접 입금해 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순간, 단톡방의 분위기는 핵폭탄을 맞은 것 같았다. 켈리황은 그럴 리가 없다는 톡, 뭔가 이상했다는 톡 등 아비규한이 따로 없었다. 멘붕이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톡을 올릴 정신도 없었다. 나도 그랬다. 그렇게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동안 켈리황의 진심 어린 말과 리딩으로 안겨 준 수익이 있었기에 켈리황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조금 지나자, 나의 본전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짓눌렀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내 본전을 찾을 때까지 켈리황의 리딩은 계속되어야 해.'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오직 본전생각만이 나의 모든 것을 지배했었다.
곧바로 올라온 황여사의 톡은 켈리황에 대한 믿음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이 사람들아, 우리가 입금한 계좌는 모두 대포통장계좌이고 지금 거래소의 모든 출금이 막혔어. 정신 차려! 며칠 전에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 모든 걸 눈치채고 오늘 경찰서에 가서 고소하고 왔어. 지금 당장 모든 입출금내역을 캡처해서 신고하고 와. 당장..."
제대로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 같다.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진 광신도 같다. 아직도 켈리황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에 반신반의하다. 내 마음은 도대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사기가 아니라고 믿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모든 현상들과 사람들을 믿고 싶지 않은 것인가? 도대체 모르겠다.
그 순간, 황여사는 어떤 단톡방의 링크를 올려놓고 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