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버리기
명치가 침착한 하루였다.
내 마음을 스스로 멈추지 않아도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하나의 초(秒)에 하나의 생각이 담겨졌다.
쌉쌀한 마음도 함께.
미움이 두려워 미움을 찾아갔다. 미움의 문을 열었다. 찾아가서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고, 미움이 좋아할만한 말을 했다. 어렵지는 않았다. 기분이 상하지도 않았다. 그러자 어느새 미움은 그 자리에 없었다. 미움의 과거만 남았다.
미움을 노려보지 않고, 멀리하지 않고 침착의 마음으로 찾아갔더니 미움이 사라졌다. 자취가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향취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무언가 다가오고 있다. 이 슬픔은 어떻게 대할 것인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또 다시 슬픔을 만나는 것뿐이다. 슬픔을 만나 눈 맞추고, 입도 맞추고, 귀를 기울이고 나의 남은 심장을 꺼내어 준다. 나는 다시 소멸하고 나는 다시 피어오르겠지.
마음이 아픈 밤이다. 하지만 여전히 머리는 차분한 밤이다. 이게 나의 슬픔을 덜어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