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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양이가 말을 뗐어요

말없는 아이가 대답냥이가 되기까지

by 고은유 Dec 23. 2024


우리집 고양이는 말이 없었다. 처음 데려와서도 우는 법이 없어 혹시 말을 못하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했었는데 한번씩 새어 나오는 작은 소리에 긴가민가하며 언젠가 듣게 될 목소리를 기다려왔다.


처음 야옹 소리를 낸 건 데려오고 몇 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아주 또렷한 야옹- 이었기에 멀리서도 선명하게 들렸고, 너무 반가웠던 나머지 고양이에게 달려가 다시 해달라고 졸랐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운 좋으면 하루에 한번 들을 수 있었던 야옹 소리가 최근 들어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왔다. 반가움도 잠시, 고양이의 울음에는 이유가 있댔는데 혹시 무언가 필요한 건가? 밥은 충분하고, 물도 여러군데 있고, 화장실도 깨끗한데...


역시… 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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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아, 놀까?”


“냐앙——“


놀까? 라는 물음에 대답하는 게 너무 깜찍하고 귀여워 나도 모르게 의자에서 튕겨져 나왔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녀석을 따라가 봤다. 


고양이는 내가 잘 따라오는지 연신 뒤를 돌아보며 쫄래쫄래 어딘가로 향한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내가 장난감을 숨겨놓는 곳.


“장난감 가지고 놀자구?”


“냐앙-“


“그래, 놀자!!!!” 


하며 낚싯대를 들고 앞서면 고양이는 그 뒤를 따라 팔짝팔짝 뛰어온다.


냐아앙- 말하는 중


그렇게 적어도 20분은 신나게 뛰어놀고, 마무리로 간식도 쥐어주고 나는 다시 책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면 어느새 아이는 옆에서 다시 “냥~” 하며 나를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다.


“방금 놀았잖아~ 나도 이제 할 일 해야지~”


하면 이내 야옹 소리가 잦아들며 어느새 고양이는 잠들어있다.



아침에 일어나 “그림아~” 하면

가까운 어딘가에서 “냐아~” 하고 대답이 돌아오는 순간이 너무 좋다.


“잘 잤어?” 물으면 돌아오는

 “냐아~” 소리가 너무 좋다.


내가 누군가와 함께하고 있구나. 우리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같은 순간에 자리하고 있구나.


비록 서로가 모든 의도와 바람들을 알 수는 없을 테지만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있다는, 교감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한가득 차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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