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잘할 생각에 시작조차 못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
고양이는 야생의 척박한 환경에서 쥐 등을 하루 몇번이나 사냥하며 배를 채웠다. 사냥 한번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15분.
집고양이들은 대부분 먹잇감이 확보되어 있어 사냥할 필요가 없으니 대신 우리 반려인들이 최소 하루 두번 각 15분씩 사냥놀이를 해줘야 한다.
나도 그 룰을 지켜왔는데 양심고백을 하자면 귀찮을 때가 종종 있다.
내 옆에 다소곳이 앉아 오매불망 나를 바라보는 두 눈.
그 모습이 귀여워 볼 때마다 작게 웃음이 터지지만 일단 나는 지금 상태로 가만히 있고 싶은 마음이 크니 우선 말로 때워보려 고양이와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면 고양이는 심심해- 놀아줘- 와 같은 몇마디 대꾸로 나의 마음을 흔든다. 이제는 일말의 죄책감과 책임감이 일렁이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때, 고양이랑 제대로 놀아주려면 나도 신나야 해서 있는 힘껏 의자를 박차고 일어선다. 톤을 높여 고양이를 부르며 텐션을 한껏 끌어올리면 고양이도 나의 마음을 알아채고 함께 텐션이 오른다.
15분이란 게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사냥의 생생함을 더해주기 위해 사냥감의 종류, 움직임의 속도, 사냥장소에 변화를 조금씩 주지만 인간 입장에서는 고양이만큼 흥이 나지는 않는다.
15분을 채워야 한다 생각하다 보니 시작을 한두번 미루기 일쑤다. 그리고 하루 두번을 채우면 이제 할일이 끝났다 생각하여 나는 고양이의 놀이에 대해 더이상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고양이 입장에서는 얼마나 더 놀고 싶을까.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마음먹고 정식으로 놀아주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데, 그렇게 하여 미룰 여지를 만들기보다는 내 옆에 뭐라도 잡히면 그걸로 더 자주 놀아주는 것으로.
고양이의 놀이는 고양이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만큼 고양이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나중에 가서 뒤늦은 후회 말고 매일 할 수 있는 것을 조금씩 틈틈이 해주려고 한다.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큰 결심을 세우느라 시간을 보내는 대신,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조금씩 해나가자.
그러다 보면 큰 것에 닿아 있을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