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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고양아 내가 오해했어

마음껏 물어

by 고은유 Dec 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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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고양이는 순한 편이다. 크게 문제 되는 행동이 없었고, 서로의 삶에 잘 스며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구나.)


병원에 갈 때마다 참 순한 아이라는 얘기를 듣고, 제 영역에 낯선 이들이 와도 잠시 경계하다 어느새 옆에 자리를 잡고 같이 신나게 놀곤 한다.


그런데 최근에 고민이 하나 생겼다.

자려고 불을 끄면 이 아이가 느닷없이 나에게 후다닥 뛰어들어 냥펀치를 날리는 게 아닌가.


후다닥의 종착지가 내 얼굴이, 내 머리가 될 수도 있어서 조금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이게 무슨 행동이지? 뭔가 문제가 있나? 고쳐야 할 행동일까?

고양이는 몸을 낮추어 나를 뚫어지게 올려다보다 점프한다.


그때 아이의 동공은 점점 커져 눈동자가 새까매진다.


고양이는 밝은 곳에서 동공이 뾰족해지고 어두운 곳에서는 동공이 커져 눈이 동그래진다.

이건 놀라움, 두려움, 궁금함이 있을 때 나오는 행동으로 알려져 있다.



뭐가 두려운 거지? 내가 고양이를 두렵게하나?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여러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조언도 제각각이다.


"놀아달라는 거잖아~ 아유 귀여워, 좀 더 놀아주고 자."


그런데 달려들어 귀여운 이로 앙 물면 좀 아프기도 하다.


"팔에 달려들면 옆으로 밀어봐. 우리 고양이는 그 이후로 안 물던데."


"아직 아기라 그래. 크면 괜찮아져."


일단 첫번째부터 시도해 보았다.


놀아주기. 이게 해결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긴 했다. 우리 고양이는 노는 걸 참 좋아하니까.

평소 아침 저녁으로 놀아줬었는데, 자기 전에도 한번 더 추가해 봤다.


그런데 결과는? 아이가 더 신나서 잘 생각을 않고 뛰어다녔다. 이건 안 되겠군.


잘 생각이 없는 아이가 내 팔에 달려들어 앙 물길래 두 번째 조언에 따라 옆으로 밀쳐냈다. 내 팔에 매달려 있다 침대이불에 떨어진 거라 폭신했을 거다. 그런데 아이의 표정은 이랬다.


"?????????????????왜?????????웅???????????????????????"

 

놀람과 서운함이 가득한 눈이었다.


'우리 엄마가 나에게 이럴 사람이 아닌데.' 하는 눈.


아, 너무 미안하네. 이것도 안 되겠다.

그럼 더 클 때까지, 물지 않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


모르겠다. 그렇게 포기한 채로 이불 속에 들어가 잠들기를 며칠 했다. 어제 저녁에도 이 아이는 침대 밑에서 아주 귀여운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며 엉덩이를 움찔하고 있었다. (귀여운 얼굴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다가 냥펀치를 몇번 맞아봤기에 긴장되는 순간이다.)


뾰족했던 동공이 스으윽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며 동공이 확장 최대치에 이르렀다.



그래 뛰어봐. 눈을 감고 내 몸을 맡겼다. 고양이가 내 팔에 착 매달렸다. 원숭인가? 귀여운데?


에라 모르겠다, 고양이를 안았다. 고양이가 다른 손길은 다 좋아하지만 안는 동작은 익숙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에 반격을 예상하며...


처음 고양이를 데려왔을 땐 고양이가 싫어하지 않을까 쓰다듬는 손길도 조심스러웠고, 만지지 않는 게 고양이한테 좋은 걸까 신경이 많이 쓰였다. 쓰다듬는 건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안는 건 별로 선호하는 것 같지 않아 그동안 시도도 거의 하지 않았다.


역시 고양이는 내 품에서 쏙 빠져나가 이번엔 내 등 뒤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 어디 또 뛰어봐!


이젠 등에 매달렸다. 코알란가?

이쯤 되니 귀엽다. 생각보다 타격(?)도 없었다. 등에 매달려 있으니 따뜻하고 좋은걸?


다음엔 어디에, 어떻게 매달릴지 궁금해져 몸을 돌려 내 정면을 내어줬다.


이번엔 정면으로 뛰어든다.


잡았다 요놈! 안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고양이도 싫지 않은지 조금은 얌전히 안겨있었다.


아직 고양이가 잠들기 전 내게 뛰어드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이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있어주고자 한다.

그동안은 이 아이가 내게 뛰어들어 물지 않을까(가끔 물기도 했으니) 그 상황 자체를 문제시하여 피했었는데 걱정을 내려놓고 상황에 맡기니 새로운 상황이 만들어졌다.


고양이는 내게 매달리는 걸 좋아하고, 나는 그 기회를 이용해 고양이를 안을 수 있다! 몇번 반복하면 고양이도 지쳐 스르르 이불 속으로 들어온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걱정이 문제였구나. '나를 물면 어떡하지?', '그게 습관으로 굳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사실 고양이는 나를 물고싶었던 게 아니라 눈을 부시게하던 밝은 형광등이 꺼져 신났고, 내가 누우면 내 높이가 낮아져 자신과 가까워지니 좋아서 나에게 뛰어들었던 건 아닐까?


물릴까봐 걱정할 일이 아니라 우리 고양이의 신남을 즐거워하며 같이 신나하면 될 일이었는데.


나의 의지든, 우연이든 그동안 쥐고 있던 생각을 놓아버리면 그게 사실이 아닌, 뜬구름 같은 걱정이었단 사실을 알게 된다. 폭신해 보이는 저 구름을 잡으면 마치 폭신한 솜사탕의 느낌이 날 것 같지만, 실제로 잡아보면 서늘한 수증기 덩어리에 불과하다.


실체가 없는 두려움. 

때때로 우리의 시간을 덜 즐겁게 만들고, 때때로 우리를 병들게 하는 그 걱정들을 지워보자.


사실 걱정은 생각보다 힘이 세서 너 저리 가, 한다고 해서 가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신경 쓰이지? 더 신경 쓰일 거야 하며 그 존재가 더 커질 따름이다.


하지만, 걱정을 해서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다. 걱정을 안 해도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다. 그럼 걱정을 안 하는 게 이득이지 않을까?


우선 지금 떠오르는 그 생각을 멈춰 옆으로 밀어버리자. 그리고, '왠지 괜찮을 것 같아' 라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맞닥뜨려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드디어 올게 왔군, 내 걱정과 함께 썩 물러가라' 하며 장군의 기세로 밀어붙이자.


그러면 이기든 지든 해결이 될 거다. 걱정은 버리고 이기기 위한 노력을 하자.


걱정만 버려도 무거운 이 머리가, 이 마음이 80%는 가벼워지지 않을까?


안그래도 무거운 이 삶, 가벼워져야 뛰어놀 수 있다. 걱정은 증발하고 우리는 고양이처럼 팔짝팔짝 뛰어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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