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물건
난생처음 수건을 샀다.
20% 세일해서 5개에 8만 2천원. 정가는 10만원이 넘었다. 수건 한장에 2만원이라니. 그래도 할인을 받은 게 어디야. 내가 수건을 다 사네.
옷 사는 데엔 관심이 있는 나지만, 그 외 생필품 사는 데엔 별 관심이 없는 편이다. 사는 시간마저 아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품질이 괜찮은 편에서 저렴한 제품을 ‘신속히’ 선택한다. 선호와 관계없이 ‘필요’에 의해 무언가를 사는 일이 달갑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 최근 친구집 욕실 수건을 보고 참 부드럽다 감탄을 했더랬다.
“란아, 이거 유연제 넣고 빨았어?”
“아니? 나 유연제 안 쓰는데?”
그러고 보니 일년 전 친구집에 갔을 때도, 내가 같은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났다.
“어쩜 이렇게 부드러워? 좀 좋은 수건인가 보다 얘.”
“그거 모던하우스꺼야. 필요하면 링크 보내줘?”
모던하우스라면 그렇게 비싸지 않을텐데, 참 품질이 괜찮다 싶었다. 동시에, 요즘 건조한 피부를 어찌 관리할지 한참 신경을 쓰고 있던 터라 수건에도 관심이 생겼다.
누군가 그랬다. 자신은 물욕이 없는 편인데 침대와 이불은 최고급으로 사용한다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고, 내 몸이 닿는 곳이니 그렇게 한다는데 참 맞는 말이다.
적어도 하루에 두번 세수를 하고, 몸을 닦고, 손과 발은 몇번이나 더 닦는데 수건이란 참 중요한 존재 아닌가?
독립한 이후 부모님 댁에서 가져온 수건들- 주로 누군가의 잔칫날 기념품으로 가져온, 심미적 요소라고는 없는- 은 오래 써서 까슬해지기도 했다. 드디어 보내줄 때가 되었군.
새로 들인 수건은 따뜻한 베이지톤에 하늘색 스트라이프가 쳐져있다. 첫 세탁은 세제도, 섬유유연제도 없이 물로만, 수건들끼리만 하라고 해서 단독 세탁을 하고 볕 좋은 곳에 널어놓았다. 폭신하니 부드러울까? 얼른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