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5 댓글 4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고양이, 고양이를 만나다!

고양이 입양과 합사

by 고은유 Feb 10. 2025
아래로

지난 연휴, 파주에서 가을이를 만났다.


흰색, 검정색, 노란색이 동글동글하게 어우러진 가을이라는 이름이 참 잘어울리는 고양이였다.


가을이는 벤치에서 작은 몸으로 오들오들 떨고 있던걸 마음씨 고운, 내가 1박을 묵었던 북스테이 사장님이 구조하여 임시보호 중이셨다.


몇달 간 둘째입양을 생각해왔던 나였는데 그 몇달동안 막상 손길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었다. 각자의 사정으로 구조되어 또 각자의 사정으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은 곳곳에 참 많았다.


마음같아선 모두 다 우리집으로 데려오고 싶었지만 말도 안되는 일이란 걸 알기에 허탈감도 잠시였다.


그런 마음으로 그림이 때와 마찬가지로 묘연을 기다리고 있었더랬다.


그러다 만나게 된 가을이는 그림이의 몇달 전 모습과 닮아 있었다. 순하고, 사람 좋아하고, 노는 것 좋아하는데 조용한 고양이. 어쩌면 둘이 좋은 가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가을이를 데려오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하면 가을이와 그림이가 잘 지낼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이 생각해왔다.


첫 만남이 정말 중요할 것 같고, 최대한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여 그림이는 자신의 영역을 빼앗겼다는 상실감과 외로움을, 가을이는 낯섬과 환경의 변화에 대한 불편함을 최대한 느끼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우선 가을이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구비했고, 그림이에게는 공간확장을 위해 수직공간을(캣폴, 캣타워처럼 위쪽으로 향하는) 만들어줬다.


그러다 지난 주말, 드디어 가을이가 왔다! 


먼길을 달려오느라 힘들었을텐데 가을이는 잘 먹고, 잘 놀았다.


종일 가을이방과 그림이방을 오가며 하루를 보냈다. 고양이는 후각이 워낙 발달해서 서로의 존재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을텐데 생각보다 별 반응이 없었다. 가을이는 가을이대로, 그림이는 그림이대로 편안해보였다. 한쪽이 소리내 울어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 듯 했다.


자신감이 생긴 나는 가을이가 있는 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가을이가 뛰쳐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방묘문이란 걸 설치해서 둘의 물리적인 접촉은 막을 수 있다.)

가을이는 바로 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고, 그림이는 처음보는 존재에 깜짝 놀랐는지 꼬리가 부풀어올랐다. 아차, 아직은 아니구나 싶어 문을 바로 닫았다.


등골이 서늘했다. 그래도 서로에게 하악질은 하지 않았다. 가을이는 이쪽으로 나오고 싶어하는 것 같았고 그림이는 조금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좀 더 천천히 다가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두 고양이를 케어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 마음은 혼자 애기 둘을 키우는 엄마 마음과 아주 조금은, 아주 조금은 닮아있지 않을까. 밥도 제대로 못먹고 뭘 제대로 하기에는 아이들이 신경쓰여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조용해도 신경쓰이고 무슨 소리가 나도 신경쓰인다. 그리고 둘이 잘 지내게 해줘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잘될거라 스스로 응원해주기도 하다보니 에너지가 많이 쓰이나보다. 몸은 지쳤지만 그래도 일주 뒤, 이주 뒤, 합사 성공의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힘내 봐야겠다. 우리 고양이들도 힘내서 잘 해보자!!


둘째 가을이, 첫날 꾹꾹이(쭙쭙이도 했다!)둘째 가을이, 첫날 꾹꾹이(쭙쭙이도 했다!)
첫째 그림이, 새로 생긴 캣폴을 좋아한다첫째 그림이, 새로 생긴 캣폴을 좋아한다
이전 12화 둘째 고양이를 데려오는게 좋을까?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