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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합사, 그리고 집사의 고충

합사, 그놈...

by 고은유

둘째 가을이가 온 지 2주가 흘렀다.


집은 조금 많이 엉망이 되었고 우다다다 파다다닥 프덕프덕 타닥타닥* 하는 소리는 일상이 되었다.

* 쫓고 쫓기는/도망가는/어딘가 뛰어넘는/장난감을 해체해 시도 때도 없이 던지는... 총체적 소리


가을이는 집안 이곳저곳에 소변실수를 했다. 임시보호 기간에 강아지들이랑 종종 지냈는데 강아지 냄새가 배인 이불에 종종 소변실수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집에 온 이후로는 침실 이불이며 방석, 담요가 깔린 스크래처 등 흔적을 남겨댔다. 처음에는 적응하느라 그런가 보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소변 뭐 닦으면 되니까, 이불 뭐 한번 빨면 되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앙 다문 입



고양이의 소변은 일반적인 세탁방법으로는 그 흔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고양이 소변냄새를 없애는 특수한 스프레이로 흔적을 없애주고, 미세하게 남은 한 방울까지 찾기 위해 블랙라이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단은 기다려봤다.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을까.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해결되기는커녕 나는 매일 이불빨래를 하고 있었다. 이불빨래를 하느라 다른 빨래는 거들떠볼 틈도 없었다. (수건도 없다...)


이게 일주일 넘게 반복되자 나도 조금 지쳐갔다. 언제 우리 가을이가 화장실에만 볼일을 볼 수 있을까.


고양이 소변실수 중 가장 큰 이유는 화장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화장실 크기가 몸집에 비해 너무 작거나, 너무 더러워 이용하고 싶지 않다거나 채워진 모래가 마음에 들지 않다거나.


그래서 처음 소변실수를 했을 때 기존에 사용하던 화장실의 모래를 모두 버리고 깨끗하게 세척을 한 후 잘 말려서 새로운 모래를 가득 채워줬다. 그랬더니 멀리서 달려와 모래를 힘차게 앞발로 파고 바로 볼일을 보고 또 야무지게 앞발로 묻었더랬다. 이렇게 해결되나 했는데... 아니었지.


화장실은 총 세개이고 아이들 몸집보다 좀 더 큰 사이즈라 화장실 문제 같지는 않다. 다음으로 의심이 가는 이유는 이 아이가 바스락 거리는 재질을 꽤나 좋아한다는 거다.


맨 첫날 우리집에 왔을 때 가을이를 위해 마련해 준 서재방에 따뜻하라고 구스다운 이불을 깔아줬었다. 가을이는 그 위에 앉아 자기도 하고 걸어 다니다가 마치 모래를 파는 행동을 취했었다. 앞발로 모래를 파는 것처럼 이불을 마구 파헤쳤었다. 어라? 화장실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그냥 귀엽게 여겼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그 이불에 소변을 여러번 봤었고, 합사로 거실까지 진출한 이후로는 집안 곳곳에 흔적을 남기는 거다.


어디든 다 들어가고 싶어 / 안겨있는 거 좋아


마지막으로, 적응기라 그런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화장실이 잘 마련되어 있고 소변을 잘 가릴 수도 있지만 어딘가 불안해 여기저기 실수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사각거리는 느낌을 좋아하는 것도 맞는 것 같다. 예전에 이불에 쉬를 한 기억도 한몫을 할 것 같고.


그래서 둘째가 침실로 오면 조금 긴장이 된다. 매의 눈으로 지켜보다가 앞발로 모래 파는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 바로 화장실에 옮겨준다. 그렇게 해서 타이밍 좋게 침대를 피해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게 한 경우도 있다. 휴~


그런데 육묘 난이도가 조금씩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는 분명 모래 파는 행동이 없었는데 느낌이 이상해 다리 쪽을 드니 소변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신이시여.,


아직 직전 이불을 건조 중이라 이따 오후에나 세탁기를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합사 2주 차의 집사는 이렇게 살고 있다.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


행복해라 아기들
햇볕쬐며 코뽀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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