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혼자서 외롭거나 심심할까봐 둘째입양을 고민중이라면 안그러셔도 됩니다."
유튜브에서 '고양이 합사'로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내가 랜선으로 믿고 의지하는 수의사 선생님의 말씀이다.
헉, 딱 내 얘기잖아? 정말요?? 둘째를 데려오기로 마음을 먹고 합사 공부 중에 그만 낭떠러지를 만났다.
그 말씀은 마치 '응, 그거 아니야. 돌아가.' 로 들려 전의가 상실 될뻔 했으나 방법이 있을거라 마음을 다잡고 그 이유를 들어봤다.
내가 이해한 영상의 요지는, 그만큼 고양이는 자신의 영역과 자원에 대한 소유가 강하고, 한정된 자원에서 다른 고양이 한마리가 나타나면 그만큼 자신의 자원이 줄어드는 것이므로 합사를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거였다.
맞는 말씀이다. 그래서 한마리를 더 데려오려면 내 노력과 준비할 자원이 두배가 되어야한다는 사실은 명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선생님, 그리고 고양이 여러분!
둘째 고양이를 데려오고싶단 생각은 언제 처음 들었을까?
아마 알로그루밍(고양이들이 서로 그루밍 해주는 것)을 본 이후인 것 같다. 그리고 몇달 전 친구의 속삭임이 내 무의식에 뿌리를 내린 것 같다. 첫째를 데려오고 행복감에 젖어 하루하루를 보내던 때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은유, 네가 할지는 모르겠는데 고양이들끼리 서로 기대서 그루밍해주고 노는 모습을 보면 그거만큼 행복한 게 없어..."
친구네 집은 다묘가정이라 그 행복을 나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마치 어른들이 '그래도 결혼은 한번 해봐야해', '아이는 낳아봐야해', '안해보면 그 행복을 몰라.' 하시는 것과 비슷한 뉘앙스로 다가왔다.
고양이는 태어나 잠시 동안만 어미와 지내다 일찍 독립하여 혼자 생활하는 개체이다. 자신의 영역이 굉장히 중요하고 새끼가 어린 기간에도 어미는 강하게 키운다고 알려져있다. 그래서 사실상 혼자서 지내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긴한데, 그래도 내가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같은 개체의 체온과 사랑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아마 인간인 내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둘이 잘 지낼 수 있다면 혼자보다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기 때문이다.
서로 그루밍을 해준다는건 가족으로 받아들인단 뜻이다. 보통 새끼때부터 함께 지낸 고양이들은 서로를 가족으로 인식하고(실제 혈육이 아니더라도) 사이좋게 잘 지낸다. 그런데 보통 성묘로 분류되는 한살 이후로는 합사가 어려워진다.
다른 고양이를 데려오면 경쟁상대로 인식한다. 그래서 한 공간에 같이 두면 안된다. 처음엔 서로를 분리시킨 이후 서서히 냄새를 맡게하고 보게하며 서로가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1주에서 한달까지도 봤다.)
합사를 마음먹은 지금 이순간까지도 솔직히 합사에 대한 걱정이 조금은 남아있다. 두 고양이에게도 더 좋은 길이어야 할텐데.
잘 준비하여 두마리의 고양이가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