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대신 틈틈이 놀아줄 결심을 한 이후로 꽤 잘 실천해오고 있다.
마음먹고 놀아줄 땐 내 몸을 움직여 나도 뛰어다니며 현장감을 살려 열심히 놀아준다. 그런데 작업중이거나 뭔가 해야할 일이 있을때는 한 손으로는 사냥감을 흔드는 이른바 자동모드를 켜놓고, 다른 한 손으로는 스크롤바를 내리거나 글을 쓰거나 책장을 넘기거나 할일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모드를 우리집 고양이는 썩 내켜하지 않는다. 이 모드를 가동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는 "우우웅..." 소리를 내며 나를 빤히 바라본다.
“나 안볼거야? 나한테 집중해 줘.” 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러면 괜히 마음이 찔려서 ‘알았어 알았어~’ 하면서 이 조그만 존재에게 돌아간다. 그러다 아이가 놀잇감에 시선을 빼앗기는 안정기(?)에 들어서면 다시 내가 하던 일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데, 이렇게 되면 얼마 안 가 또 “우웅, 우웅” 하는 소리가 어김없이 나의 시선을 소리의 방향으로 돌리게 한다.
“알았어. 알았어어~~” 하며 나는 몸을 일으켜 아이와 다시 놀아준다.
어떨때 보면 고양이에게는 움직이는 사냥감을 쫓아다니며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놀잇감을 움직이는 나라는, 믿고 따르는 엄마와 같은 존재의 관심을 원하는 게 느껴진다. 노는 와중에도 사냥감과 나를 번갈아보며 내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지 살핀다. 조금은 감시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ㅎㅎ)
고양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동시에 그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를 봐줘. 나를 안아줘. 나를 쓰다듬어줘.' 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내가 와달라고 했을 때 항상 와주는 건 아니지만, 조금 있으면 어느샌가 내 몸 어딘가에 제 몸을 기대어 따뜻한 체온을 나누는 순간을 이 아이도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
우리 모두는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존재다. 할 수 있는 한 사랑을 부지런히 많이 나누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