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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텃밭일지
나만의 텃밭에서 지낸 한 해는 금방 지나가버렸다. 내가 아니면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제법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자유롭기도 했다. 무엇을 심고 가꾸고 수확할지 온전히 나에게 달렸다는 점이 책임감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생각 없이 긴 여행을 떠난 날에는 밭의 안부가 궁금했다. 작물들은 내가 없어도 쑥쑥 컸지만, 오랜 부재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매인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서도 잘 돌볼 수 있는 지점을 이리저리 실험해 보며 일 년을 보냈다.
언젠가 텃밭에서 흙과 식물을 잔뜩 만지고 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모두에게 한 평의 텃밭이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과 태양을 흠뻑 느끼며, 나와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 먹을 수 있는(혹은 눈과 코로 즐길 수 있는) 작물들을 돌보는 것은 꽤나 충만한 경험이니까. 퍽퍽한 마음을 촉촉하고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밭 한 평이 있다면 각자의 일상이 조금 달라질 테고, 그런 일상이 모여 삶이 풍성해 거라 믿는다.
2025년, 곧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