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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나처 Oct 26. 2024

우리 집이 될지 모르는 요양원에서

에필로그

안개가 걷히지 않은 새벽 5시 30분, 소양 3교 다리 위로 걸어서 건너갑니다.

뽀얀 안개가 물줄기 위에 서서 나폴나폴 춤춥니다.

검푸른 먼 산 허리는 할아버지 콧수염 같은 운무로 꽉 조여 묶여 봉우리가 더욱 드높아 보입니다.

그 봉우리 커다란 흰 구름 이고 있어 제 발걸음은 그 위를 걷는 기분입니다.

세월이란 놈이 앗아가고 있는 기억력과 건강 더 이상 내어 주기 싫어 운동합니다.

아주 열심히…




젊음이 충만해 있을 때는 생계에 전념했습니다.

아이들 교육도 거의 방목하다시피 해 겨우 먹여주고 재워 주는 원초적인 것만 해 주며 키웠습니다.

고맙게도 아주 잘 커줘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체력이 줄어들고 육체적 통증이 예기치 못한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너무도 억울하게…


20년 동안 해오던 식당 운영을 접고 나니 아이들이 다 성장해 이 사회에서 나름대로 제 몫들을 다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아둥바둥 살지 않아도 되어 직장 생활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직장 생활도 힘든 건 마찬가지 지만 식당처럼 12시간 이상 쉬는 날 없이 일하지 않아도 되니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제가 선택한 직업은 요양보호사입니다.


하얀 울타리 밖으로 장미 넝쿨이 삐죽이 나와 있는 집 모퉁이 돌아가면 작은 마을 골목길 나옵니다.

골목길 막다른 곳에는 춘천댐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소양강 만나러 가는 아우라지 길목 강둑 산책로가 있습니다.

그 산책로 옆 커다란 건물이 제가 요양보호사로 근무할 저의 직장입니다.

제 직장 옆에는 부지런한 농부들의 초록 수채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 이곳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이야기해 보렵니다.

앞으로 우리들 모습도 점점 어르신들과 닮아 가고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르신들의 하루하루와 그분들 보필해 드리는 요양보호사 이야기 등 지금 우리 부모들이 겪고 있고 어쩌면 우리 들이 가야 할 마지막 우리 집 일수도 있는 이곳에서의 일상들을 쓰면서 저는 글 쓰는 요양보호사가 되어 보려 합니다.


* 어르신들의 존함 제가 함부로 알리지 못해 남자 어르신은 나무로 여자 어르신은 꽃으로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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