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1
비가 옵니다.
천둥이 쿠르르쾅쾅 번개가 번쩍번쩍 가을비 치고는 아주 요란합니다.
창문 열고 내리는 비 바라보니 금방 그칠 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기 예보에서 알려 준 대로 가을장마인가 봅니다.
태풍이 딸려 오지 않으니 다행입니다.
평소에는 잘 웃으시며 조용히 이방 저방 마실 다니시고 다른 어르신들과 대화도 잘하시는 채송화님은 이렇게 비 오는 날이면 몹시 흥분 상태로 돌변하십니다.
“아주메이, 아주메이, 이리 와봐요”
“왜 그러세요?”
“나 조기 신작로까지만 데려다줘요. 신작로까지 데려다주면 집까지 가는 버스가 있어, 거기서 그거 타고 집에 갈려고 그러니 신작로까지 데려다줘요.”
“댁이 어디세요? 어르신 혼자 가실 수 있으세요?”
“노일, 우리 집 노일이야. 노일 가는 버스 올시간 다 됐어요. 빨리 데려다줘요.”
“네 알겠습니다”
“급해요 장독 뚜껑 덮고 고추 널은 것 도 걷어 드려야 해요, 빨래도 널어놓고 왔는데...”
참 신기한 일입니다.
평소 채송화님은 “어르신 어디서 오셨어요?” 하고 여쭤 보면 “몰라요, 어디서 왔는지...”라고 대답하시며 지금 계신 곳이 어딘지 조차 전혀 모르셨습니다.
채송화님은 걷지 못하셔서 저희가 도와 드려야 휠체어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거나 누군가 면회 오셨다 가시거나 하는 등 환경이 변하면 채송화님 마음은 뒤도 안 돌아보시고 과거로 달려가십니다.
오늘 비 소리에 과거 걸을 수 있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 계신가 봅니다.
두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망각하시고 과거 몇 살로 돌아가 계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손짓이나 말씀하시는 어투로 느낄 수 있는 건 정말 젊은 새댁 시절로 가신 것 같습니다.
소리는 요란하나 빗줄기는 보슬거립니다.
보슬거리는 빗줄기는 채송화님께 과거로의 여행을 보내드립니다.
잠시라도 행복한 여행 하시고 돌아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