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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나처 Jan 06. 2025

바지 주머니 속 나물

스토리#34

연꽃님이 표정이 안 좋습니다.

"어르신 어디 불편하세요?"

"나 바지가 젖은 것 같아요"

이불을 들추어 보니 소변이 흘러 침대 시트까지 젖어 있었습니다.

'미안해요"

"아유 어르신 그런 말씀 마세요 불편하시더라도 조금만 참으세요"

다른 요양 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연꽃님의 침상을 깨끗이 정리해 드립니다.

침상 정리 후 바지를 입혀 드리려는데 연꽃님이 말씀하십니다.

"선상님 나 바지 주머니 좀 떼어줘요 다리에 걸려 거추장스러워요"

"알겠습니다"


연꽃님의 바지에는 바지 앞 안쪽으로 지퍼 달린 주머니가 한 개씩 달려 있었습니다.

용도가 궁금했지만 돈 주머니겠거니 하고 추측만 하였습니다.

바지뿐만 아니라 팬티에도 지퍼가 달린 주머니가 있었습니다.

팬티는 상품 자체가 그렇게 나오는 것이 있고 바지는 연꽃님이 만들어 달았다고 합니다.

"어르신 왜 바지마다 다 이렇게 주머니를 달으셨어요?"

"나물 캐러 다닐 때 핸드폰 넣고 다니려고요"

그 뒤로 연꽃님은 한참을 말씀하십니다.

나물 캐러 산에 가실 때 나물 담을 포대 하나만 들고 다녀야 오르락내리락하기 편하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핸드폰, 교통카드등 소지품을 그 주머니에 넣고 다니셨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 그렇게 나물 많이 뜯어서 다 드셨어요?"

"아니요 나는 조금 먹고 다 내다 팔았어요 "

"우린 땅이 없어서 농사도 못 져 그냥 들로 산으로 다니며 나물 뜯어먹고살았어요"

"밥숟갈만 놓으면 나물 뜯으러 갔어요"

연꽃님 눈은 빨갛게 충혈되고 있었습니다.


연꽃님은 무릎 관절을 앓으셨는데 제때에 치료하지 않으셔서 염증이 악화돼 걸음을 걸을 수 없게 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 누워 계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나물과 함께 평생을 살아오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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