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딸아이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물론 세월이 가져다준 변화일 것이다.
달라도 너무 많이 달라진 결혼식 문화다.
혼주가 부모님이었는데 이젠 결혼 당사자라고 한다.
주례사가 없어지고 양가 부모님 덕담으로 대신한다.
축가를 부르거나 댄스팀이 등장하거나 축제 분위기다.
또, 시댁 어르신들께 인사드리고 덕담과 용돈을 받던 폐백이 사라졌다.
어쩜 어르신들의 의견에 따라 폐백 드리는 집도 아직은 있을 듯하다.
가장 흥미 있게 본 것은 친정에 있던 우리 형제들 결혼할 때 친정아버지께서 기록해 둔 ‘부주계’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큰고모 -떡 한 말, 춘호엄마-국수 한 관, 경자아버지-막걸리 한 말, 김부리김 씨-국수반관 등 지금 MZ 사람들은 이해 못 할 것이다.
결혼식날을 그땐 주로 잔칫날이라 했다.
‘앞마을 순덕이네 언제 어느 날 잔치래’하며 결혼식이란 말보다 잔칫날이란 표현을 더 많이 했다.
더불어 잔치가 있는 날은 말 그대로 동네 잔칫날이었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부터 엄마 등에 업힌 갓난아이까지 세 끼니를 모두 잔치집에서 해결하고 돌아갔다.
잔칫집 마당에서 마을 아낙들이 모여 이삼일 전부터 음식 장만을 했다.
잔치 당일날은 마을 아낙네들은 과방을 보고 국수를 삶아 내고 젊은이들은 쟁반 가득 담은 음식을 날라 상차림을 한다.
또, 장구재비를 불러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신랑을 달아 매질구경을 하며 온마을 사람들의 축제장이었다.
그렇게 잔칫날 날이 저물어지면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손에는 봉송 봉지 하나씩 들려있었다.
남은 음식을 서로 나눠 싸가지고 갔다.
요즘은 예식장에서 미리 주문해 두었던 음식 먹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결혼식을 마무리한다.
어쩜 바삐 돌아가는 현실에 맞춰진 것일 거다.
하지만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인 결혼식이 이리 간단히 치러지는 것을 보며 약간의 허무함과 아쉬움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