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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DA Oct 11. 2021

우울감, 난 왜 그때 그 말을 못했을까

반박을 반박할 줄 아는 능력

  사람들과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기만 해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은 들어주기 싫을만큼 나와 생각이 아주 다른 사람을 마주치게 되는 날이 있다. 혼자서 유럽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에게 여행은 허세라느니, 배블런이 말한 유한계급을 따라가는 뱁새가 되는거라느니 하는 사람들 말이다.


  무작정 비아냥거리는 것이었다면 가볍게 무시한다거나 돌려까기를 할 수 있었을텐데, 본인이 읽은 책이나 뉴스기사를 인용하여 논리적으로 나의 의견을 비판한다고 느껴지자 나의 생각회로는 멈춰버리고 말았다. 어디가서 논리로 쉽게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의 '지식'을 가미한 이야기에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왜냐면 나는 배블런의 유한계급이라는 책을 읽어본 적이 없으니까. 이건 뭐 그냥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완전한 패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아무생각 없이 그냥 좋아서 한 일에 대해 지적을 받을 때에는 더 그렇다. 나는 그냥 혼자서 자유로움을 느끼며 여유있게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뿐인데, 그 여행이 어떤 의미이고 본인에게 어떤 성취감을 주는지 설명하라고 하면 참 어렵다.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따라하는 거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좋아보이는 걸 한다는데 그걸 비난할 자격이 누구에게 있겠는가.


  라고 왜 말하지 못했을까. 나는 왜 그 시간에 그저 멍하니 듣고만 있었을까.


  이런 순간을 겪고 나면 꽤 우울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부정을 당했는데 나는 나 자신을 보호하지 못했다. 왜 좋아하냐는 질문에 반드시 명확한 답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나는 왜 그를 논리적으로 이길 수 없다고만 생각하고 입을 다물어버린 것일까. 집에 와서 이렇게 계속 생각날거면서!


  취미활동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의 대화기에 망정이지, 이런 상황이 회사 사업계획 발표였다거나 결혼을 허락받으러간 자리였다면 더욱 낭패다. 하고싶은 말은 분명 있는데, 상대와 상황에 압도되어 내생각처럼 말이 나오지 않으면 너무도 절망이다. '망했다...아..' 라고 생각해본적이 누구에게나 한두번쯤은 있을거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이 되면 밀려오는 우울감은 말해 뭐하겠는가.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같은 상황을 상상하며 하고싶었던 말을 주루룩 내뱉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이불킥!


 그러나 괜찮다.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꼭 상대를 설득하거나 나 자신을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왜 여행을 좋아하는지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설득해서 내 편을 만들 필요도 없다. 사업계획 발표 자리였다면 부족한 설명을 보완하는 자료를 배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결혼을 허락받으러 갔던 자리에서 멍을 때렸다면 오히려 순박한 이미지로 귀여움을 받을지도 모른다.


  모든 순간 완벽해지려는 노력은 조금만 내려놓자. 어떻게 사람이 맨날 논리정연한 말만 하면 살 수 있겠는가. 막내딸 부르려고 첫째딸 이름부터 차례로 불러대던 우리 어머니들을 바보같다고 놀릴 수 있겠는가. 진짜 우울한건 나를 진정으로 괴롭히는 사람을 물리치지 못했을때 느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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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의학에서 이야기하는 우울한 상태란 일시적으로 기분만 저하된 상태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분 저하와 함께 생각의 내용이 우울해지며 생각의 속도도 느려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도 않고 식욕, 성욕, 수면이 감소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수면 과다나 식욕증가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출처]우울감-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국민건강지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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