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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DA Apr 12. 2022

머리를 하다가

머리에 망치를 맞았다.

출산휴가를 시작하면서 하고 싶었던 두 가지, 단발컷과 젤네일을 이틀에 걸쳐 해치웠다. 오늘은 집근처 주차가 쉬운 헤어샵을 대강 검색해 머리를 하러갔다가 머리를 망치로 맞았다.


똑단발을 해달라고 주문하고 앉아있으니 머리를 샥샥 자르시던 디자이너 실장님께서 층을 좀 낼까요? 물으셨다. 왠만하면 미용실에 잘 가지 않아 이런 질문이 난감했던 나는 어떻게 하는게 나을까요? 라고 되물었고, 실장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고객님께서 자른 머리가 답답하다고 느껴지시면 층을 내드릴게요.

우선 드라이를 해드릴테니 거울을 한번 더 봐주시겠어요?


세상에. 내 돈 내고 내 머리를 하러 갔는데 디자이너에게 내 머리스타일에 대해 의견을 묻다니. 이런건 친절함 또는 배려라기보다는 상대에 대한 의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 아차싶었다. 나는 점점 의존적인 사람이 되어가는게 아닐까.


요즘 내가 사람이 그리운 시기여서 대수롭지 않았던 대화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크게 동요되었을지도 모른다. 원래 고객에게 가장 어울리는 스타일을 추천해주고 조언해주는게 헤어스타일리스트의 업무 중 하나이니까.


그럼에도 그 말 한마디가 내게 큰 울림을 준건, 지금 내게 뭔가 결핍이 있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나 자신에 대해 조용히 생각했던 시간이 있었나? 출산 준비를 하며 혼자가 될 것만 같은 생각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매몰되어 나 자신을 잃고있었던건 아니었을까.


조금 생각해보다가 층은 반절만 달라고 말씀드렸다. 내 머리카락이니까 결정은 내가! 책임도 내가 ㅎㅎ

무거운 감정을 지속할 이유는 없었다. 난 원래 결정도 빠르고 행동도 빠른 사람이니까.


사실 셀프염색한 내 머리색을 보며 염색만으로 이렇게 밝은 색이 나오기 쉽지 않은데 예쁘다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8천원짜리 올리브영 버블염색약으로 세번 염색한 내 머리카락들아, 잠시만 안녕!

아기 낳고 다시 만나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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