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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DA Apr 28. 2023

미혼 친구들과의 약속

이해하고 싶지않지만 이해해

간만에 생긴 주말 약속, 서울 근무중인 친구가 지방까지 내려오며 만나기로 하여 시간과 장소를 조율중이었다.


나는 사실 저녁시간에는 이제 막 퇴근한 남편과 함께 아기 저녁 맘마, 목욕, 밤잠케어에 남은 집안일까지 다 해야하므로 남편에게 양해를 구해야하는 복잡하고 번거로운 의사결정의 과정이 필요하다.


당장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다고 미룰수 있는 개념의 일들이 아닌거다. 아기를 키우는 부모만이 알 수 있는 수많은 야간 작업들. 지금 하지않으면 아기에게 치명적일수 있는 먹고, 씻고, 자는 중요한 작업들.


친구들 기다리며 커피!


나도 아기가 없을땐 자꾸만 저녁 8시 이후로 만나자는 언니들이 야속했다. 입으로는 이해한다, 천천히 준비 다 되면 나오라 했지만 6시 퇴근 이후 붕뜨는 시간이 싫었다.


그렇지만 그 언니들은 8시라는 충분히 여유로운 시간에도 제몸은 제대로 챙기지못한채 헐레벌떡 나오기 일쑤였다.


그리고 지금 내 모습이 그렇다. 싱글인 친구들에게 8시에나 만나자고 하고, 아기 씻기느라 젖은 옷을 간신히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급히 크록스를 끌고 나간다.


나가서 차를 마시면서도 종종 카메라 어플로 아기가 잘 자는지 확인하게 된다. 그러다가 괜히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혹은 아기가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묻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늘어놓기도 한다.


이렇게 점점 싱글인 친구들보다 아기엄마들을 만나는게 더 편해지는건 같아 기분이 묘하다. 나는 변한것이 없는데 내 삶의 그림체가 달라지고 있다.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바꿀수도 없는 고정형의 반영구 그림체다.


딸아, 엄마는 이런 고민이 생길때마다 딸을 제일 우선으로 생각한단다. 그리고 그 다음엔 아빠를 생각해.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맞춰주려다가, 혹은 아쉬운소리를 하기싫은 마음에 스스로 휘둘리다가 가장 소중한걸 많이 놓쳐봤거든.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


친구들, 그러나 이번엔 내가 7시까지 나가볼게!! 이번까지는 왠지 그러고 싶네. 주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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