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환절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리 Dec 05. 2020

벌거벗은 사랑

사랑에 관한 고찰

어느덧 겨울이다.
알록달록 화려한 나뭇잎으로

옷을 입은 나무들이 옷을 벗고 나니,

내 사랑도 벗겨졌다


사랑을 말하면서

사랑에 관한 의문만 품었던 내게 찾아온 너
나를 가장 무지하게 만든 상대를 만날 때

내 사랑은 성립됐다.

물론 그 사람과 나는 우리가 될 수 없었다.

나는 부족했고 무지해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계산적이고 실험적인 태도로 그녀 앞에 섰다면,

지금도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구상하며

함께는 있었겠지만, 아마 그 사랑은

사랑이 아닌 성에 그치고 말 것이다.
성에 그쳤다면 난 지금처럼 고통받지 않겠지만

지금처럼 삶에 감명받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빛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함께 있을 땐 작은 촛불 같더니,

떠날 때는 내 세상을 온통 환하게 비춰놓았다.

나는 벌거벗어있었고, 이상하게 창피하지 않았다.

내 몸에 잔뜩 묻어있던 촛농은

어느새 다 떨어져 나간 듯싶다.


그녀가 밝혀놓은 세상엔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그만큼 아픔도 가득 차 있다.

난 이제 아픔이 눈에 보인다,

다른 말로 사랑이 눈에 보인다.
아픔을 볼 수 있고 사랑을 볼 수 있게 해 준

그녀에게 감사하며 이젠 매일 도망칠 수 없는 슬픔이 온다면 마주하리라 다짐하며 살려고 한다

어쩌면 이 세상을 가득 채운 아픔과 슬픔,

벗어 날 수 없는 것일 테니.
고마워요 잘 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