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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라 Apr 05. 2021

그럼에도 탈덕하고 싶다면

과감하게 끝내버리자구요

가벼운 덕질조차 자신이 없는 이들을 위해 나에게 효과적이었던 탈덕 방법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탈덕에 앞서 주의해야   3가지와 탈덕 방법 6단계이다.




첫 번째, 미안해하지 말자. 그들은 나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하도 많이 들어서 면역이 생긴 말이지만, 이것은 반박 불가능한 사실이다. 그들은 덕질을 강요한 적도, 탈덕을 말린 적도 없다. 내가 어떤 자세를 취하든 남아있는 다른 팬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사랑을 표현할 것이었다. 늘 그래왔듯 말이다.

   

마음이 사라져 이별을 고하는 일이나 마음에 없는 상대의 고백을 정중히 거절하는 게 잘못된 행위가 아니듯, 탈덕도 누군가를 배신하는 일, 미안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 전혀 아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불교의 고사성어처럼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뿐. 최선을 다해 사랑했으니 그걸로 된 거다. 그들에게 미안해하지 말자.


두 번째, 탈덕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지 말자. 누구나 겪어봐서 잘 알겠지만 어떤 일을 하지 말라고 하면 반발심이 생겨 괜히 더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게다가 강박은 닦달하는 습성까지 있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생각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일단 탈덕하고 보자’라는 마음으로 서둘러 탈덕의 절차를 밟았다가 부작용만 겪은 산증인이 여기 있지 않은가. 애써 외면하려니 더 보고 싶고, 반강제적으로 이별부터 하려니 싫었던 것마저도 좋아지는, 참 신기하고도 약은 마음의 농간에 놀아나기만 했을 뿐이었다.


이렇게 쫓기듯 탈덕을 진행해선 안 된다. 그랬다간 ‘실패한 탈덕기’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제공하는 일을 면치 못할 것이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어보고,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면 된다. 여기에 적힌 순서대로 진행할 필요도 없다. 완전 탈덕이 아니라 가성비 덕질에서 그친대도 괜찮다. 삶에 숨통이 트인다면.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실천했다면 절대 뒤돌아보지 말 것. 뒤를 돌아보는 순간 메두사 같은 엔터들이 ‘이래도 네가 탈덕할 수 있을 것 같아?’하며 매력적인 콘텐츠들을 미끼로 삼아 당신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를 명심하자.



 

1. 덕메와 헤어지기, 탈덕 고백하기

덕메가 없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일코해제를 하지 않았다면 이 부분은 건너뛰어도 괜찮다. 만약 덕메가 있다면 그에게 탈덕을 고백하고 앞으로 그들과 관련된 이야기는 자제해달라고 부탁하자. 덕질과 관련된 부분 외에도 가치관이 맞는다거나 대화가 통해서,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면 말이다. 그런 게 아니라 오직 덕질만 함께하는 정도의 사이였더라도 덕메가 있다면 반드시 탈덕했음을 알리자. 덕메와 헤어져야 덕질도 끊어낼 수 있다. 덕메가 없다면, 자신이 덕질하는 것을 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탈덕을 선언하자. 인터넷상에 ‘탈덕은 조용히 하라’는 말이 있지만, 조용히 숨어서 하다 보면 합리화를 하게 되거나 게을러지기 쉽다. 반대로 남들에게 떠벌리고 나면 타인의 눈치를 봐서라도 어쩔 수 없이 실천하게 된다. 이는 빠른 추진력과 높은 행동력을 끌어내므로 훨씬 효과적이다.



2. 마인드컨트롤

이 또한 선택사항이다. 본인이 마음이 약한 편이라 자꾸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덕질했던 때의 행복했던 나날들을 완전히 저버리는 게 아니라 마음속 추억의 서랍 속에 저장해놓는 거라고. 그래도 힘들다면 이건 어떨까? 현생을 위해 일단 탈덕하고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내 삶을 먼저 산 다음, 먼 훗날 꿈을 이룬 뒤에 그들에게 떳떳하게 나를 알리거나 그들이 먼저 나를 알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탈덕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잊지 말 것, 기억을 미화하지도 말 것. 명심하자.



3. 주변 환경 정리

정말 중요하다. 탈덕을 결심했다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항목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진리가 있지 않은가. 눈에서 그들이 보이지 않게끔 주변 환경을 싹 정리하는 것이다. 핸드폰, 노트북 등에 저장된 그들의 모든 사진과 영상을 지우고, 방에 붙어있는 브로마이드와 포토카드, 인화한 사진들도 떼어내자. 굿즈도 마찬가지다. 팔든 버리든 둘 중 하나는 택해야 한다. 그냥 두면 언젠간 보게 될 테니.


개인적으로 트위터나 당근에 헐값에 파는 걸 추천한다. 중요한 포인트는 ‘헐값’이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아야 눈앞에서 빨리 치워버릴 수 있다. 안 팔릴 것 같은 비공식 굿즈들은 팔릴 만한 것에 덤으로 끼워 넣으면 좋다. 나도 탈덕한 후 굿즈를 전부 팔아본 경험이 있는데, 그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 굿즈를 모조리 꺼내, 일일이 사진을 찍어서, 사이트에 올리고, 연락이 오면 가격 조율을 하고, 매일같이 무거운 굿즈들을 들고 우체국을 왔다 갔다 하는 이 모든 과정이 너무 번거롭고 귀찮아서 ‘괜히 덕질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정이 뚝 떨어졌다. 무엇보다 헐값에 팔았음에도 수중에 20만 원씩이나 생긴 게 가장 좋았다. 그 돈으로 요가원에 등록해 건강을 얻었다.



4. 온라인 정리

위의 주변 환경 정리가 오프라인에서의 이야기라면 온라인 정리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덕질의 8할 이상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것만큼 이 과정도 필수적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그들의 SNS 공식 계정과 개인 계정을 언팔로우하고, 팬카페를 탈퇴하고, 고독한 ○○○ 등의 오픈 채팅방에서 나가는 것이다. 더 나아가 트위터에 덕질 전용 계정이 있다면 트위터 어플을 삭제하는 것보다 아이디를 비활성화하는 것이 좋다. 그전에 만일의 사태―비활성화를 풀고 싶어서 손가락이 드릉드릉 시동을 거는―에 대비해 아이디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엉망진창인 것으로 변경한 다음 비활을 걸면, 다시 활성화하고 싶어도 못 할 것이고 아이디는 무사히 삭제될 것이다.



5. 일주일만 버티자

7일 동안 그들의 근황은 물론 그들의 콘텐츠도 멀리하자. 음악, 영화, 드라마, 예능 뭐든 말이다. 소식을 끊으면 처음에는 불안할지도 모른다. 아마 그럴 것이다. 내가 없는 동안 그들에게 대단히 좋은 일이라도 생기진 않을지, 역대급인 떡밥이 올라오진 않을지, 아니면 흑발! 또는 백발! 같이 파격적인 컨셉을 하진 않을지, 그리고 그게 너무 잘 어울려서 리즈를 갱신하는 건 아닐지, 그것도 아니면 병크가 터지는 것은 아닐지, 예상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 별별 잡생각이 다 들 것이다. 정말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겠으나 높은 확률로 아무런 사건 사고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이 7일의 고비를 넘기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그간의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질 테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7일만 버텨보자.



6. 유튜브 알고리즘, 조심조심 또 조심

앞서 말했던 것처럼 유튜브 알고리즘은 소름 끼치게 무섭다. 영상 하나만 봐도 그와 관련된 영상이 우후죽순 뜨니까. 내 취향을 나보다 잘 아는 게 유튜브다. 그리고 그간의 전적이 있는 만큼 당분간은 온통 그들과 관련된 영상들을 마주치게 될 것이다. 정말이지 유튜브만큼 덕질을 부추기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춘 어플도 없다. 거기에 쉽게 흔들릴 것 같으면 유튜브 계정을 지워버리거나 아예 새로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혹은 덕질이 아닌 다른 카테고리의 유튜버들을 잔뜩 구독한 다음, 그들의 영상을 줄줄이 재생하고 나면 유튜브 알고리즘이 깜빡 속아 넘어갈지도 모른다. 요새는 정보를 검색할 때 네이버보다 유튜버를 이용한다고 할 만큼 무궁무진한 콘텐츠가 있으니, 덕질 외에 자신의 관심사를 알아보고 관련 영상들을 찾아보면 덕질에 대한 미련을 차츰 없앨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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