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끼라 Apr 05. 2021

건강하게 덕질하는 8가지 방법

(!) 과몰입 덕후 필독

이번 글에서는 건강하게 덕질하는 방법을 소개해보겠다. 그전에 우선, 만약 자신이 과몰입 덕후라고 생각한다면 잠시 덕질을 멈추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꼭 가져봤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자신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어떤 모습으로 살길 원하는지,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지 등 삶에 관한 질문들에 답해보는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나누어 정리해보자. 최소한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있어야 삶이 안정적일 수 있고, 삶이 안정적이어야 덕질도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한 덕질을 위해선 어느 정도 자제력이 있고 무언가에 광적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가볍게 덕질하기로 마음먹었대도 그러기가 쉽지 않은, 라이트 덕질이 자꾸 코어행(行)을 타며 과몰입에 빠져드는 사람에게는 건강한 수준의 덕질 또한 멀리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류의 사람들은 대개 어떤 것 하나에 빠지면 끝까지 파고드는 성향이 있는데, 한 번 빠졌던 것으로부터 잘 헤어나오지도 못한다. 특히 끊임없이 입덕과 탈덕을 반복하며 덕질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렇게 되기가 쉽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이 과몰입 덕질을 하지 않을 수 있는 확실한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애초에 시작하지 않으면 끝장을 봐야 할 일도 없으니 덕질판과 최대한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실용의 측면에서만 따져보자면 덕질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을 기반으로 하기에 무용(無用)에 가깝다. 그러나 때로는 금방 시들며 인생이 굴러가는 데 조금의 영향력도 끼치지 않는 작은 꽃다발이 온종일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반드시 삶에 실용적인 것만이 중요한 건 아니다. 행복감을 충족시킨다는 것만으로도 가벼운 덕질은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1. 입덕 전, 병크가 있는지 없는지 체크하기


누군가에게 점점 관심이 생기고 있다면 그 사람이 이전에 병크를 터뜨린 적이 있었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특히 그 대상이 남성 연예인이라면 데뷔 전, 데뷔 후를 모두 조사해보자. 우리는 그동안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던 남성 연예인들이 성범죄, 마약, 폭행, 도박, 사기 등의 범죄를 저지른 장면을 숱하게 목격했다. 불과 얼마 전에도 이미지메이킹이 아주 잘 되어 있던 한 남자 아이돌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지 않았던가. 이와 같은 범법자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입덕 금지다.

 

중범죄까진 아니어도 미성년자 시절에 흡연 또는 음주를 했던 증거가 발견되었다든지, 학폭 가해자였다든지,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적이 있었다든지, 유흥을 너무 좋아한다든지, 각종 혐오 발언을 했다든지, 표절했다든지, 인종차별을 했다든지, 범법자로 연예계에서 퇴출된 사람과 절친이었다든지 하는 등의 병크가 있다면 일단 거르자. 물론 사람에 따라 흐린눈이 가능한(눈감아줄 만한) 병크의 기준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병크가 추측이 아닌 사실이라면, 적어도 쉴드는 치지 말자. 쉴드를 열심히 쳐본 적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게 얼마나 감정 소모가 큰 작업인지.


다음으로 그 사람의 이미지가 ‘이미지’ 임을 인지하자. 연예인은 다 가식이라거나 꾸며진 모습으로 보고 의심하라는 뜻이 아니다. 소속사에서 어느 정도는 그 사람의 본모습을 토대로 콘셉트를 잡아주겠지만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부분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누군가 병크를 터뜨렸을 때 ‘그 사람은 절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실망이다’라는 반응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미지메이킹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치밀하게 이루어진다. 그러니 겉으로 보이는, 저 천사 같고 다정한 그의 모습이 백 퍼센트 본연의 모습일 거라고 너무 철석같이 믿지는 말자. 조금 안타까운 얘기지만 언제든 실망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병크가 터져도 타격을 덜 받는다.



2. 덕질에 돈 아끼기


돈 관련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먼저 팬사인회다. 엔터 사업도 다른 사업들과 마찬가지로 이익 창출이 목적이므로 다양하고도 신박한 방법으로 주 소비자인 팬들의 지갑을 털어간다. 그중 가장 기괴한 것이 팬사인회다. 잘나가는 남자 아이돌의 경우 한 번 팬사인회에 참여하려면 몇백만 원은 기본으로 써야 한다. 심지어 그만큼 돈을 쓰고도 추첨에서 떨어져 팬싸에 가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게다가 팬사인회에 응모하기 위해 앨범을 몇십 몇백 장씩 사놓고 보관할 데가 없어서, 아예 앨범은 가져가지 않거나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막대한 쓰레기가 발생한다.


또한 요즘은 점차 예전처럼 대면 방식으로 팬사인회를 다시 진행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한동안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영상통화로 팬사인회를 했다. 다시 말해 최애와 1분 영상 통화를 하기 위해 몇백만 원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이것이 정상적이라고 보는가?


나도 팬사인회 떡밥이 뜨면 보긴 하지만 그 방식 자체는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찌 됐든 이러한 방식이 돈이 되기 때문에 엔터 쪽에서는 절대 개선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단 한 번의 팬사인회를 위해 몇백만 원을 쓰느니 차라리 적금을 들든, 주변에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밥을 사든,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들에게 기부하든 좀 더 나은 곳에 돈을 쓰자.


다음으로 두 가지 팬덤 문화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첫 번째는 생일 카페. 생일 카페는 주로 홈마나 서포터즈에 이루어지는 최애 생일 기념행사로, 카페를 빌려 최애의 사진과 여러 굿즈들로 꾸며놓고 생일을 다 함께 축하하는 팬덤 문화다. 음료를 시키면 최애의 사진으로 꾸며진 컵홀더와 포카, 스티커 등의 굿즈를 받을 수 있다. 보통은 생일 카페를 한 군데만 가지 않고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카페 세네 군데 이상을 묶어서 같이 돈다. 카페마다 주는 특전이 다르고 컵홀더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페 여러 군데를 단시간에 돌다 보면 나중엔 물배가 차서 음료를 마시지도 않고 버리기 일쑤다. 컵홀더는 생각보다 쓸데가 없고, 구겨지면 안 되기 때문에 보관이 번거롭다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최애 생일 기념으로 가장 가고 싶은 곳 한두 군데 정도를 가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온통 최애 사진으로 둘러싸여 있는 공간에 최애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모이는 날인 만큼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설렘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논할 것은 생일 광고다. 생일 광고는 생일 카페와 마찬가지로 최애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버스나 지하철, 영화관 등의 전광판에 생일 축하 광고를 거는 이벤트다. 팬덤 내에서 광고비를 모아 진행하기도 하고, 홈마가 단독으로 걸기도 한다. 또는 해외 팬연합에서 광고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것만큼 돈 낭비인 일이 또 있을까 싶다. 과몰입 덕후 시절, 최애 생일 광고에 몇십만 원을 써본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다. 이건 심지어 남는 것도 없다. 남는 거라곤, 광고판 앞에 서서 수줍게 찍은 내 사진……. 쩝. 그 돈으로 차라리 굿즈를 사라.



3. 되팔릴 만한 굿즈 사기


이제 웬만한 소속사들은 팬들의 니즈를 굉장히 빠르게 파악해 수요가 있을 만한 굿즈를 생산하고 돈을 쓸어 담는 데 도가 텄다. 요즘 굿즈의 퀄리티는 말 그대로 미쳤다(물론 굿즈를 얼레벌레 만들어 파는 소속사도 있긴 하다). 그러나 그만큼 가격 또한 미쳤다. 그렇기에 굿즈를 살 때는 장바구니에 무턱대고 담으면 안 된다. 정신없이 한 개 두 개 담다 보면 합계가 9억 7천만 원이 되는 신비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굿즈를 고를 때는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해봐야 한다. 일코가 가능한지, 되팔릴 만한지. 일코가 절대 불가능하고 누가 봐도 OOO의 팬인 게 티가 나는 굿즈는 실사용이 어렵다. 실사용이 어려우면 전시용 또는 보관용에 그치고 마는데, 처음 택배를 받았을 때나 기쁘지 계속 가지고 있다 보면 나중엔 별 감흥이 없어진다. 그런데 이건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처럼 굿즈를 실사용 목적으로 구입하는 사람도 있고, 보관용으로 구매해서 미개봉 상태로 그냥 두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굿즈가 한두 푼 하는 것이 아니기에 꼭 갖고 싶고 필요한 경우에만 사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갖고는 싶은데 왠지 내 돈 주고 사기엔 아까운 굿즈를 함께 케이팝 덕질을 하는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나중에 되팔릴 만한 굿즈를 사는 것이 좋다.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굿즈, 언젠간 반드시 되팔거나 버리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무조건 그 순간은 온다. 그날을 위해 사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잡지. 잡지는 잘 팔리지도 않고 자리만 차지하며 어차피 사람들이 본문 인터뷰와 사진들을 정성스럽게 스캔해서(외국 잡지일 경우 번역까지 해서) 트위터에 업로드해 주기 때문에 가성비가 구린 아이템이다.


다음으로 시즌그리팅. 시즌그리팅은 그 해가 지나가면 값어치가 떨어져 포카를 제외한 나머지 구성품은 괜찮은 가격에 팔기 어렵다. 보통 시즌그리팅에는 탁상달력, 다이어리, 스티커, 접지 포스터 등이 들어 있는데 예쁘긴 해도 박스 부피가 큰 데다 내용물들이 그다지 유용하진 않다. 탁상달력은 책상에 올려두면 되긴 하지만 나머지는 아까워서 못 쓰는 경우가 많다. 시즌그리팅 실물 사진을 먼저 확인해보고, 갖고 싶은 구성품만 따로 트위터나 당근에서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도 있다. 멤버별로 분철해서 파는 사람에게 자신의 최애 것만 양도받을 수도 있다.


되팔기 좋은 굿즈들로는 포토 카드, 포스터, 공식 인화 사진 등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요새는 포토 카드 시세가 말도 안 되게 비싸졌다. 기본 몇천 원에 아주 비싼 건 n만 원 이상이 되기도 한다. 내가 잠시 케이팝 판에서 발을 뺐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진 모르겠으나, 어쨌든 포카는 되팔기 좋은 대표적인 굿즈다. (좀 안타까운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인기멤일 경우에만 포카가 잘 팔린다. 되도록 인기멤을 덕질하자…) 포스터는 지관통이 있지 않으면 깨끗하게 보관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보관만 잘한다면 제값에 되팔기 괜찮은 굿즈 중 하나다. 공식 인화 사진도 포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되겠다.


그 외에도 부채(우치와), 아크릴 스탠드, 아크릴 키링처럼 퀄리티가 괜찮고 쉽게 손상되지 않는 굿즈 역시 되팔기 좋은 아이템이다.



4. 외국인 또는 교포 멤버 덕질하기


자기 계발도 하고 덕질도 할 수 있는 방법! 바로 외국인 또는 교포 멤버를 덕질하는 것이다. 학창 시절에 어떤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면 그 선생님이 가르치는 과목을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던 것처럼, 덕질에서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또는 교포 멤버를 덕질하다 보면 그가 말하는 외국어를 자막 없이도 알아듣고 싶어지게 되고, 그가 쓴 문장을 번역 없이 스스로 해석하고 싶어지게 된다.


내 차애 R은 중국인이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긴 하지만 브이앱이나 웨이보 라이브 방송에서는 중국어로 말하는 때가 많다. 웨이보는 중국인들이 이용하는 SNS이기 때문에 백 퍼센트 중국어로만 이야기한다. 나는 웨이보 방송은 어차피 봐도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듣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시청하지 않는다. 한국어 자막 버전 영상을 누군가 만들어줄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다 가끔은 까먹고 지나칠 때도 있다. 이런 상황이 답답하기도 하고 외국어를 하나 배워놓으면 좋을 것 같아서 조만간 중국어 과외를 끊을 생각이다.



5. 구글링 금지


이건 비교적 최근에 깨달은 건데 구글링은 거의 자해 덕질이나 마찬가지다. 나무위키처럼 깔끔하게 정리된 글을 읽는 건 괜찮다. 병크가 있나 없나 찾아보는 것 정도도 괜찮다. 하지만 구글링은 안 된다. 구글에다가 ‘최애 이름+논란’을 쳐 보면 말도 안 되는 루머를 양산하는 트위터 알계가 정말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른 여자 연예인과 엮어서 근거 없는 스캔들을 퍼뜨리기도 하고 어이없는 증거로 까글(비난글)을 쓰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글들을 계속해서 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진짠가?’ 하고 혹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 또한 악플러다. 자격지심으로 근거 없이 비난하는 글에 휘둘리지 말고, 명확한 근거로 비판하는 글이 아니라면 무시해버리자.



6. 명언 모음 계정 팔로우하기


어째선지 아이돌이나 아이돌 팬은 연예계에 별로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쉽게 무시당하곤 한다. 그나마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케이팝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부정적이었던 시선이 전보다 걷히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돌을 우습게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아이돌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알면 함부로 욕할 수 없다. 그 노력의 정도를 우리가 다 알 수도 없다. 성공이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듯, 그들은 아이돌을 꿈꾸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지금까지 숨이 차게 달려왔을 것이다. 그렇기에 성공한 아이돌들이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나이는 어린데도 배울 점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괜히 성공한 게 아니구나 싶다.


트위터에는 아이돌 그룹의 명언을 모아 업로드하는 ‘명언봇’ 계정들이 있다. 그런 명언봇 계정을 팔로우하고 업로드되는 글들을 읽다 보면 일상이 지칠 때 위로를 받을 수 있고 동기부여를 받을 수도 있다. 특히 내면이 단단하고 자기 일에 자부심이 있으며, 이미 실력이 출중한데도 매일같이 연습하는 멤버를 덕질하면, 최애를 본보기 삼아 더욱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자세로 자기 계발에 힘쓸 수 있다. 명언 계정이 따로 있지 않더라도 잘 찾아보면 명언 모음 타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기적으로 그런 글을 읽으며 동기부여를 받아보자.



7. 걱정하지 않기


연예인 걱정이 제일 쓸데없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이 맞다. 괜히 연예인 걱정하느라 나를 갉아먹지 말자. 지금 내가 그를 걱정한다고 해서 그가 알아주기라도 하나? 상황이 나아지나? 아니면 그 사람이 갑자기 안 아파지나?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고 나의 시간과 감정만 낭비될 뿐이다. 만약 그 사람이 아픈 게 문제라면 그가 알아서 치료받는 데 집중할 테고, 그가 스스로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의 주변인들이 알아서 잘 도와줄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면 마음이 쓰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그가 생사의 갈림길에 선 정도가 아니라면 너무 걱정하면서 전전긍긍하지 말자.



8. 취미로만 덕질하기


건강한 덕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덕질을 취미 정도로만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파트는 두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이야기로 대체한다.


저는 아무리 높아도 여러분들의 3순위여야 해요. 1등이랑 2등은 여러분들의 가족, 여러분 자신의 일이기 때문에 저는 힐링, 취미 생활, 위로 정도로만 존재해야 합니다. (NCT 해찬)
‘(팬이 남긴 댓글) 뭐 지금은 방학이라 공부도 잠시 쉬고 있는 상황이고, 부모님이 영어라도 외우라고 하시는데 계속 여자친구(그룹명) 위버스에만 빠져 산다고 잔소리하시네요. 여자친구에 빠지는 것도 좋지만 공부에 집중을 못 하게 되어서…’

이거는 가차 없이 저도 잔소리를 하고 싶어요. 이건 사실 고민이라기보다는 반성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부모님이 큰 걸 바라시는 것도 아니고, 얼마나… 얼마나 조금의 실천이라도 안 하면 영어라도 외우라고 하시겠어요. 진짜 열 단어 씩이라도 외웠으면 부모님이 그렇게 말을 안 하셨을 텐데. 부모님이 당장 취업하라고 하셨던 거면 조금 힘든 면을 더 헤아려 주고 싶은데 영어라도 외우라고 하신 정도면 제 생각에는 많이 현실 직시를 못 하고, 많이 나태하신 상태인 것 같아요. 그런 상태에서 저희한테 빠지신다면 저희는 정말 일하는 보람을 못 느껴요, 그럴 때는.

여러분들 인생에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준 사람들이 되고 싶은데 저희로 인해 뭔가를 못하게 된다면 저희가 방해를 하는 거잖아요. 본인이 지금 다르게 생각을 하셔야 하는 것 같아요. 힘든 일상을 지내다가 저희로 힐링이 된다거나 저희로 인해 쉼이 될 수 있고 저희로 인해 웃음이 난다거나 행복하면 기분 좋죠. 근데 이거는 저희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이거는 저희도 너무 속상하고…

위버스는 가끔 들어와서 보시고 알람을 끄셔도 될 것 같아요. 나중에는 저희의 무언가에서 힐링이 안 될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되기 전에 저희가 힐링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본인의 인생을 잘 살다가 저희를 한 번씩 보러 오시고 하면 되니까. 이분은 조금 현생에 집중하실 필요가 있네요. (여자친구 엄지)


이처럼 팬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연예인들은 알고 있다. 팬의 인생에 자신들이 최우선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여자친구 엄지가 말했듯 자신의 최애가 단지 힐링이 될 수 있는 상황부터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소개한 여덟 가지 건강한 덕질 방법을 따른다면 덕질은 분명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요약하자면 ‘건강한 덕질’이란 ‘자신의 삶에 물리적, 정신적으로 피해가 가지 않을 만큼의 덕질’ 정도로 풀어 말할 수 있겠다. 시간과 돈뿐만 아니라 마음가짐도 가볍게, 덕질 대상과 본인을 동일시하지 않고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만 덕질을 하는 것이 진정한 취미 생활로서의 덕질이자 건강한 덕질인 것이다.

이전 15화 내가 자의식 과잉이었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