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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라 Apr 05. 2021

내가 나의 최애가 되자

자아 덕질이 을매나 재미있게요

앞서 말한 6단계만 제대로 지킨다면 탈덕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저 관문들을 통과했다면 이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탈덕으로 인해 텅 비어버린(것처럼 느껴지는) 나의 삶을 다시 채워나가는 것이다. 이 과정도 주변 환경을 정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탈덕한 뒤에 붕 떠버린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몰라 공허함을 느끼다가 결국 재입덕 루트를 타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인생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빈 도화지는 무엇이든 그릴 수 있기에 가치가 있고, 아직 채워지지 않았으므로 채울 수 있는 것이다. ‘끝’은 ‘새로운 시작’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하지 않는가. 무제한으로 담을 수 있는 커다란 마음속 장바구니를 들고 내 인생을 위한 자기 계발 쇼핑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나를 알기

덕질을 시작할 때 그 대상에 관한 모든 것을 낱낱이 파헤치듯 자아 덕질도 마찬가지다. 우선 나에 대해 알아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광범위한 질문보다는 구체적인 질문일수록 좋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 뭘 잘하고 못하는지, 어느 장소에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지, 혼자가 편한지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편한지, 그 누군가는 친구인지 가족인지 지인인지, 음악, 영화, 도서, 그림, 식음료, 향수, 옷, 색깔, 날씨 등 여러 가지 카테고리에서 나의 취향은 어떤 것인지 등이 있겠다.


어린 시절에 많이 했던 백문백답 양식을 찾아 답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각 질문에 대한 답은 손으로 다이어리에 적어놓든 컴퓨터에 문서로 저장해놓든 핸드폰 메모에 간략히 써놓든 어떤 방식으로라도 기록으로 남겨두자. 시간이 지난 후 그것을 보며 일상을 피드백하는 데 제법 도움될 것이다.


그리고 짧게라도, 하다못해 한두 줄이라도 일기를 쓰자. 경험했던 일 자체를 나열하듯 쓰기보다는 그 경험으로 인해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에 관해 서술하자. 일기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소통하며 미래의 나를 만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탈덕을 결심한 날부터 탈덕하는 과정을 일기로 기록해도 좋다.



취미 만들기

요즘은 취미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아서 취미를 찾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겐 벅찬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몇 가지 취미 활동을 아주 간단히 소개해보려 한다. 하루 동안 수업을 들으며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원데이클래스’도 많으니, 관심 가는 취미가 있다면 인터넷 사이트 혹은 인스타그램 등의 SNS를 통해 수업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 여행 :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여행을 갈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상황이 나아진다면 여행을 자주 다녀보자. 초심자라면 국내부터 가보기를 추천, 혼자도 가보고 여럿이서도 가보기


• 독서 : 본인의 장르 취향 알아가기, 좋아하는 작가 정해보기, 혼자 실천하기 힘들면 독서모임 추천(전국 각지에 있는 독립서점들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간략하게 독후감 쓰기


• 필사 : 책에 나와 있는 글 일부를 손으로 옮겨 적는 것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며, 필사를 오래 하다 보면 필력이 향상됨


• 글쓰기 : 소설, 시, 에세이, 시나리오, 동화 등. 특히 일기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음


• 블로그, SNS 키우기 : 자신이 관심 있는 한 분야의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업로드하기


• 금융, 부동산, 주식, 재테크 공부 : 경제 관련 책을 읽거나 자격증을 따거나 소모임에 들어가 지식 늘리기


• 영화, 드라마, 넷플릭스 보기 : 킬링타임용보다는 생각할 거리가 있는 콘텐츠나 최근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은 것들 위주로 보기(사람들과의 대화 주제를 얻을 수 있음)


• 피포페인팅, 컬러링, 명화 그리기, 아크릴판화, 수채화, 유화 등 그림 그리기 : 인터넷에서 물품을 구입해 집에서 혼자 그리거나 원데이클래스 수업 듣기


• 요리, 베이킹 : 맛있는 걸 먹을 수 있고, 음식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음


• 피아노, 드럼, 바이올린, 기타, 보컬 레슨, 방송댄스 등 음악학원 다니기 :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됨, 하지만 탈덕한 최애가 음악하는 사람이었다면 곰곰이 생각해볼 것(그의 음악과 마주치게 될 가능성이…….)


• 사진찍기 : 핸드폰으로 찍는 것도 좋지만 카메라를 하나 장만해 출사 나가는 것을 추천


• 자수, 마크라메, 가죽공예, 향초, 향수, 비누, 미니어쳐, 가구 등 만들기 : 작업에 많은 도구가 필요하거나 환경이 적합하지 않거나 혼자 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원데이클래스 수업 추천


• 코딩, 영상 편집 : 잘 배워두면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음


• 스도쿠, 2048, 체스, 장기, 바둑 등 : 단순하면서도 머리를 써야 하는 게임, 핸드폰 어플로 혼자서도 할 수 있어 간편함



자기 계발

자기 계발을 위한 무언가를 실천하기 이전에, 주변 환경 정리의 연장선상에서 먼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가장 ‘별거’인 것. 바로 대청소다. 옷장 정리와 방 정리, 집 안 청소까지 모두를 포함한다(집 안 전체를 청소하기 버겁다면 자기 방 청소만이라도 해보자). 주변 환경을 깔끔하게 정리함으로써 새롭게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마음가짐을 단단히 다질 수 있으며, 잡생각이 덜어지기에 대청소는 자기 계발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 방 청소를 하면 우울감이 줄어든다는 내용을 본 적 있었는데 직접 해본 결과 맞는 말이었다.


필요 없는 물건이나 오랜 기간 손대지 않았던 옷을 과감하게 버리는 게 첫 단계다. 나의 경우엔 어떤 옷을 버려야 할지 모르겠고, 왠지 앞으로 입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버릴 옷의 기준을 정했다. ‘최근 1년 이내 입은 적 없는 옷은 모두 버린다.’ 기준이 너무 각박한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옷을 사놓고도 매번 입는 것들만 입는 안 좋은 습관이 있어서 1년 내로 입은 적 없는 것들만 한 보따리 갖다 버렸는데도 옷장이 터질 지경이었다. 어쨌든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아깝다기보다는 속이 후련한 쪽에 더 가까웠으니.


강박증이나 결벽증까진 아니더라도 물건을 제자리에 놓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심한 강박증이 있고 그보다는 덜한 결벽증도 있어서 친구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랑은 못 살겠다고들 한다. 그래서 주변을 어지럽히며 사는 삶이란 어떤 느낌일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정리 정돈된 삶보다 인생에 도움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리하는 습관은 일상의 루틴을 지키는 습관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니, 본인이 외출 후에 옷을 아무 데나 쌓아놓는다든지 집에서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든지 한다면 정리하는 습관을 한번 들여보길 바란다.


• 운동하기 : 헬스, 홈트, 요가, 필라테스, 러닝, 복싱, 발레, 테니스, 배드민턴, 주짓수, 유도, 합기도, 태권도, 탁구, 걷기, 스쿼시, 검도, 클라이밍, 승마, 골프, 수영, 등산 등. 체력이 좋아져야 정신력도 강해진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이므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놓자.


• 어학원 등록 : 중국어, 일본어, 불어, 독일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 어학원이 아니더라도 유튜브나 온라인 강의를 통해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길은 많으므로 평소에 배워보고 싶었던 외국어를 하나쯤 마스터해보길 추천. 자격증을 따는 것도 좋다.


• 서포터즈, 동아리 등 대외활동 : 아직 대학생이거나 취업하기 전이라면 취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각종 대외활동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


이외에도 취업 준비, 이직 준비, 워킹 홀리데이, 유학, 교환학생, 해외 어학연수, 각종 자격증 따기 등 자기 계발의 종류는 무수히 많다. 이렇게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계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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