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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라 May 07. 2023

시작이 반이다(X) 전부다(O)

6년 전, 요가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내 몸은 고목나무처럼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손이 발끝에 닿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다운독처럼 유연성이 필요한 자세를 할 때면 무릎은 접히고, 발 뒤꿈치는 공중에 떠서 늘 어설퍼 보였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자꾸 머쓱해졌다. 빳빳한 내 근육들은 좀처럼 늘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고, 나와 내 근육은 마치 줄다리기하듯 서로를 바깥으로, 안으로 당기며 힘을 겨뤘다. 물론 언제나 내가 패배하고 말았지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유연해지고 싶어서 요가를 가지 않는 날에도 방 안에서 혼자 낑낑대며 스트레칭을 했다. 때로는 발끝을 손으로 터치하려고 몸을 앞으로 과감하게 숙였다가 햄스트링 근육이 확 당겨지는 바람에 눈물을 찔끔 흘리기도 했다.

6년이 지난 지금, 나는 대부분의 동작들을 다 해낼 수 있다. 때로는 수강생들 중 나 혼자만 동작을 제대로 해낼 때도 있다. 가끔은 속으로 '이게 되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가를 오래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유연해지는 줄로만 알았다. 이를 깍 깨물고 버텨야 하는 힘든 동작도 다 척척 해낼 수 있게 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누군가 나에게 그렇지 않다며 너는 거의 '인간 승리' 수준이라고, 아무리 요가를 오래 다녀도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는 거라고, 네가 그만큼 애썼다는 증거인 거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다. 이건 자기 자랑이 맞다. 내가 당당히 자랑할 수 있는, 또 자랑하고 싶은 이유는 살면서 이렇게 꾸준히 노력을 해서 성과가 눈에 보였던 게 요가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서 요가는 기한 없이 평생 함께하고 싶은 운동이자 수련이라서 '성과가 눈에 보였다'라고 끝맺듯 말하는 게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만 보자면 그만큼 이전과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나는 그간 여러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요가를 권해왔다. 내 생각에 요가는 단점이 없는 운동이며 또한 흔히들 ㅡ나 또한 그랬지만ㅡ 생각하는 것처럼 정적이고 재미없는 운동이 절대 아니라고. 하다 보면 땀이 후두두 떨어질 정도로 힘들어서 운동이 끝나면 그만큼 뿌듯하기도 하고 동작을 따라 하느라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아 좋다고.

이렇게 요가를 추천했을 때 돌아오는 답변들 중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이거였다.

"그런데 나는 너무 뻣뻣해서..."

칼바람이 불던 1월 중순의 어느 날, 요가원으로 처음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나 역시 원장 선생님께 그렇게 말했었다.

"저는 너무 뻣뻣한데 괜찮을까요?"

당연히 괜찮다.

일단 시작하자.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뻣뻣함으로는 다 이길 자신이 있던 내가 수년이 지난 지금은 별의별 동작이 다 되는 것처럼, 얼마든 해낼 수 있다.

유연하지 않으면 또 어떠하리. 요가는 자기 수련이기 때문에 본인의 몸에 맞춰서 수련을 하면 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갖다 보면 안 되던 것도 다 되는 때가 자연스럽게 찾아 온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얼마든 해낼 수 있다.

다운독이든,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든, 시르사아사나든 말이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일단 시작하자. 비단 요가뿐만이 아니라 하고 싶었던 일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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