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나의 감정을 직면하기
나는 눈물이 많다. 그 애를 만나는 동안에는 좀 과하다 싶을 만큼 울었다. 과장이 아니라, 살면서 울었던 모든 눈물의 총합보다 더 많은 양의 눈물을 쏟은 것 같다.
잘 우는 만큼 웃기도 잘 웃는다. 화가 날 때, 당황스러울 때, 기쁠 때, 행복할 때, 어이없을 때, 부끄러울 때, 이 외에도 나는 늘 감정에 솔직한 편이었다. 그냥 스스로 그런 성향의 사람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지내왔다. 이러한 성향이 감정을 회복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헤어진 후 1~2주 동안에는 정말 별의별 곳에서 별의별 타이밍에 울었다. 일하다가 울고, 밥 먹다가도 울고, 세수하다가도 울고, 길을 걷다가,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식당과 카페에서도 울었다. 화수분 같은 눈물샘을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랐다. 화가 나면 육성으로 욕을 하거나 분노에 찬 상태로 일기장에 그 애의 싫었던 점을 휘갈겨 쓰기도 했다. 갑자기 보고 싶어지면 멍하니 그 애 생각을 했고, 공허함이 밀려오면 한숨도 푹푹 내쉬었다. 그러다가 또 울고, 웃겼던 기억이 떠오르면 다시 웃었다. 참으로 미친 인간이 따로 없었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채 2주 정도를 지내다 보니, 점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주변이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감정을 배제한 채 지난날들을 이성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됐다. 내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나 좋았던 날들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실낱 같은 희망 혹은 착각보다, 끝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좀 더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그런 미친 인간의 모습으로 지냈던 게 헤어진 후로 가장 잘한 일이었다. 마음속에 나쁜 감정을 한 톨도 쌓아두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이것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배설의 과정이었다.
그런데 나처럼 감정에 솔직한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월등히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진짜 감정을 마주할 자신이 없거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약하다고 느껴서, 혹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감정을 억누르거나 부정한다고 한다. 슬픔이나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인정하면 그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하니까 애써 회피하는 거라고 한다.
그러나 억눌린 감정은 결코 해소되지 않고 내면에 차곡차곡 쌓이기만 한다. 그냥 아무 일도 없이 평생 담아두기만 하면 모르겠는데, 문제는 그렇게 쌓인 감정은 언젠가 반드시 폭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상황은 당연히 악화될 수밖에. 슬프거나 화가 날 때 긍정적인 기운으로 마음을 새롭게 채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자칫 미봉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내가 그랬던 것처럼 슬플 때는 울고, 화가 날 때는 화를 내고, 그리울 때는 그리워하면서 감정을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 누구에게? 나 자신에게.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자연스러운 회복의 과정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 감정의 폭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좁혀질 것이다. 또한, 지금의 슬픔은 절대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만큼 슬픔은 더욱 빠르게 물러날 것이다. 감정을 직면하는 것이 감정 회복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