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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라 Mar 23. 2021

가수 팬들이
배우로 못 갈아타는 이유

배우 덕질의 처음이자 마지막 C

배우 덕질의 처음이자 마지막, C

장담하는데 C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워낙 많은 작품의 주연을 해왔고 그가 출연한 영화들이 전반적으로 잘 됐기 때문이다. 대박 난 작품도 여럿이다. C의 수상 내역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될 만큼 많은 상을 휩쓸었다.


나는 8년 전 대학교 입학식 날 동기들 앞에서 자기소개할 때 ‘저는 C의 팬이고 최근에 그 배우가 주연인 영화가 개봉했으니 많이들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대리 홍보를 했더랬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자기소개였다. 나는 C가 아닌데 그의 소속사 홍보팀 담당업무를 무급으로 해준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B만큼 장기간은 아니었더라도 나름 몇 년 동안 C의 팬으로서 지냈다. C와 함께하는 팬클럽 영화 단체 관람에도 가고, 또 다른 C 주연 영화의 VIP 시사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배우 덕질을 하며 느낀 것은 확실히 가수보다는 ‘떡밥’이 적다는 것이다. 내가 그를 덕질했던 때에는 일 년에 한 번쯤 무대인사를 통해 만나거나 팬 사인회와 같은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 정도밖에 없었던 것 같다. 요즘은 실시간 라이브 방송 애플리케이션도 있고 SNS의 종류도 다양해져서 내가 C를 덕질했던 때보단 소통이 자주 이루어지겠지만.


그나마 다행히 C는 다작하는 배우여서 C를 덕질했던 4년 동안 무려! 두 번씩이나! 그를 만날 수 있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머지 시간엔 다음 작품 촬영을 하러 다니는지 뭘 하는지 도통 소식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C는 최애까지는 아니고 차애 정도의 느낌으로 곁다리 덕질을 했다. ‘얘가 제일 좋은데 쟤도 좋아’에서 ‘쟤’를 담당하고 있던 게 C였다. 


지금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그때 당시엔 대한민국 탑배우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주연급보다는 조주연급이었지 싶다. 그러다 한 스릴러 영화를 통해 세간에 이름을 알리면서, 앞으로 스크린에서 더 자주 만나게 될 배우로 인식되는 정도였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때 희소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던 학창 시절. C가 연기를 잘하고 멋져서 팬이 된 것도 있지만 그보다 그에게서 어떠한 희소성을 발견했기 때문에 팬카페에 덥석 가입했던 것 같다. C의 팬인 나 자신이 특별하게 느껴져서. C에겐 조금 미안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C 자체가 좋은 것보다도 그를 좋아하는 내 모습을 좋아했다. 이 사실을 깨달은 것은 그의 팬카페를 탈퇴하면서였다. 그가 더 잘되길 바랐으면서도, 정말로 잘되어버리자 순식간에 마음이 시들해졌다.


앞으로 내 인생에 두 번 다신 배우 덕질할 일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C가 싫어서도 아니고 내 마음에 문을 두드린 배우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도 아니고(TMI:나의 이상형은 ‘배우’ 정상훈이다), 단지 배우를 덕질하는 것이 내 덕질 스타일과는 맞지 않아서였다.


그렇게 C 덕질은 싱겁게 끝이 났다. 구린 이유로 탈덕을 한 건 아니기에 지금도 C가 출연했던 작품들을 종종 찾아보기도 한다. 이 정도면 Good-bye를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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