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원피스라는 대물림
분홍색 원피스를 차려입은 큰손녀가 나풀나풀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그 옷은 얼마 전, 손녀의 유치원 입학을 기념해 내가 백화점에서 큰맘 먹고 구입한 선물이다. 손바닥만 한 아이 그 옷값이 어찌나 비싸던지 손이 떨렸지만, 기어이 결제하고 말았다.
나는 아이들 옷에 관한 한 나름의 고집이 있다. 두 딸을 키울 때도 옷만큼은 무조건 백화점 브랜드를 고집하며 형편에 살짝 넘치는 정성을 쏟았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일종의 보상심리였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예쁜 옷 한 벌 제대로 사주지 않으셨던 ‘절약의 화신’ 친정어머니에 대한 소심한 반항이자 결핍의 표출이었다. 아픈 남편을 돌보시며 넷이나 되는 자식을 공부시켜야 했던 박봉의 교사인 어머니에게는 아끼는 게 당연지사였겠지만 그래도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만큼은 예쁜 옷을 입고 싶은 내 마음이 그리 나쁜 욕망은 아니지 않았나 싶었다.
큰딸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의 일이 떠오른다. 아파트 장터 행거에 걸린, 조잡한 레이스가 덕지덕지 붙은 분홍 원피스를 보고 딸아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평소 사 입히던 백화점의 고상한 옷들과는 거리가 멀어 한사코 만류했지만, 딸은 집에 돌아와서도 울고불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다시 가서 그 옷을 손에 쥐여주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렇게 분홍 레이스에 푹 빠져 지내던 딸은 초등학교 저학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 ‘유치한’ 취향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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