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교사의 손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 두 분 원로 선생님을 보내며

by 해림

오늘 우리는 우리 학교의 든든한 버팀목이셨던 두 분 원로 선생님을 보내드리는 이별의 자리에 모였습니다. 두 분의 명예퇴임을 축하하기에 앞서,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말문을 열어볼까 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초등 교사로 평생을 근무하시고 명예퇴직을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퇴직하시던 날, 차가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치던 운동장을 함께 걸어 나오던 기억이 선합니다. 그때 어머니의 손에 들려 있던 빛바랜 종이가방 속에는 아이들이 쓰다 버린 몽당 연필과 잉크조차 남지 않은 모나미 볼펜 몇 자루가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평생을 교단에서 보낸 교사의 두 손에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연금이 충분한 보상이 될까요? 물질적인 보상을 바랐다면 우리는 진작에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어야 했습니다. 똑똑한 교사 출신이 수십억 건물주나 자산가가 되지 못했을 리 있겠습니까. 참 어리석게도 우리는 돈을 버는 일보다 아이들과 북적거리며 지내는 걸 더 잘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습관처럼 출근하고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새 머리칼은 희어지고 얼굴엔 주름 가득한 늙은 교사가 되어버린 것뿐입니다.


서 00 선생님, 그리고 이 00 선생님. 요동치는 교육 환경 속에서도 국어 교사로서 교단을 굳건히 지켜주셨습니다. 이제 영원히 학교를 떠나신다니 서운함과 허전함이 밀물처럼 밀려옵니다.


서 00 선생님, 선생님께 ‘원로’라는 단어는 참 어색합니다. 늘 청춘이셨으니까요. 긴 머리 휘날리며 댄스부 아이들을 이끌고 학교의 이름을 빛내셨고, 웬만한 방송국 PD 못지않은 실력으로 마지막 학예제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하시던 열정적인 모습에 우리 동료들은 늘 감탄했습니다. 수업 시간, 쨍쨍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호령하며 기본을 단단히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의 그림자는 이곳에 오래도록 남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입니다.


이 00 선생님, 노환 중인 노모를 지극정성으로 봉양하며 묵묵히 교단을 지켜오셨습니다. 저 역시 최근 노모를 떠나보낸 사람으로서 선생님께 깊은 존경과 위로를 전합니다. 본인의 건강조차 돌보기 힘든 상황에서도 교사의 자리를 지키며 효심을 다하신 모습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때로는 세대 차이로 인한 마음고생도 하셨음을 잘 압니다. 이제는 학교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시고, 오직 선생님의 건강과 평안만을 돌보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존경하는 두 분 선생님. 영어에 **'The best is yet to come(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 30여 년 교사로서의 삶도 가치 있었지만, 앞으로 펼쳐질 자유로운 날들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그 여정의 길목마다 늘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소망합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2026년 1월 7일, 교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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