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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Feb 25. 2024

서울탐방 제12탄 : 책과 함께하는 공간 탐방기 2부

2023년 2월의 기록 (1) : 잠실 서울책보고

      오늘은 2월의 서울탐방을 가는 날이다. 지난 12월 이태원 편에 이어 이번엔 강남권역에 있는 책과 함께하는 공간 탐방을 해보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긴 하루를 보내자고 다짐한다.






      첫 번째 코스로 갈 잠실 책보고 오픈시간은 11시다. 느지막이 길을 나섰는데 날이 흐리다. 아침 일찍에 비가 온 듯했는데 오후엔 비 소식은 없었지만 혹시 몰라 우산을 갖고 나왔다. 하루종일 밖을 돌아다니는데 비가 오면 곤란하니까.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는 잠실에 있는 <서울책보고>라는 중고책서점들이 모여있는 공간이다.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인 듯한데 나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2호선 잠실나루역에서 하차한다. 이쪽을 자주 다니진 않았지만 잠실나루역이라는 이름이 낯설었다. 분명 원래 다른 이름을 가진 역이었던 거 같은데 뭐였더라? 생각이 안 나서 검색해 보니 이곳이 과거에는 성내역이었다고 한다.


[서울책보고]

* 위치 : 서울시 송파구 오금로 1
* 교통편 : 2호선 잠실나루역 1번 출구 도보 5분 내
* 입장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s://www.seoulbookbogo.kr/front/

* 특징
- 주로 중고서적 취급하나 독립출판물, 큐레이션 서가 등도 작게 있음
- 사진 찍기 좋은(=멋있는) 구조물
- 작은 카페도 함께 있음


     출구로 나와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지 두리번거렸는데 그 고갯짓이 무색하게도 나오자마자 다른 곳보다 좀 낮은 건물이 눈에 딱 띄었다. 저거다. 그쪽으로 걷는다. 지하철이 지나가는 철도교 옆으로 단층 건물이 하나 서있었다.



요러한 외관을 가진 건물. (@서울책보고, 2023.02)


     우주선 입구 같은 문을 열고 입장한다. 겨울이라 그런지 눈이 내린 서울책보고 건물을 중심으로 한 마을풍경이 미니어처로 만들어져 전시되어 있었다. 계절이 계절인만큼 앞에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도 놓여 있었다. 계절이 바뀌면 다른 소품으로 바뀌겠지?


      그리고 거기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니 그동안 사진에서 봤던 수많은 아치형 책 터널이 눈앞에 펼쳐진다. 본능적으로 발길이 그쪽으로 향한다.


서울책보고 내부 풍경. (@서울책보고, 2023.02)


     이 터널 같은 틀이 바로 서가인데 이곳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헌책방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글과 책들도 일부 전시되어 있다. 80,90년대에 발간되어 표지의 색이나 글씨 폰트에서부터 오랜 세월이 흘렀음을 짐작하게 하는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 책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그래도 요즘 책은 도서관이든 서점이든 어디서든 볼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오래된 것들에 눈길이 더 쏠린다.


     영어 원서도 보이고 요즘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 사전, 한때 많은 어린이들의 집에 반드시 있었던 각종 전집과 브리타니커 백과사전이 눈에 띈다. 요즘은 전집과 백과사전의 역할이 인터넷으로 대체되었기에 그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그리고 터널형 서가 말고 벽 한편에는 어느 대학 교수님께서 기증한 책들도 놓여 있었다.


대학교수님의 기증도서, 크고 두꺼운 사전, 만화잡지에 대중가요 책까지... (@서울책보고, 2023.02)


    요즘 애들은 모르겠지만 옛날엔 대중가요나 팝송의 기타 악보와 가사를 담은 책을 팔았었다. 그리고 내가 어린 시절 즐겨봤던 만화잡지도 발견했다. 몇 년 전, 25년 동안 살던 집에서 이사 올 때 물건을 많이 정리했었다. 그때 학창 시절부터 모아놨던 만화잡지들도 생각 없이 버렸는데 몇 푼 못 받더라도 헌책방에라도 팔아서 역사적으로라도 기록해 둘걸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최근에 원서도 버릴까 고민 중인데 잘 생각해 봐야겠다.


     애초에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으니 그나마 책을 접하는 곳이라 하면 서점이나 도서관이 마지노선인 것 같다. 헌책방은 그 범위에 들지 못하므로 애초에 헌책방을 찾을 이유 자체가 없다. 옛날엔 인터넷이 없었으니 책이 필요했고 그러니 도서관과 서점을 지나 그 수요가 헌책방까지 닿았을 텐데. 나도 참 오랜만에 오늘 이곳에 오면서 헌책방이라는 게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다음에 와서 원서를 사볼까 생각했다. 원서는 도서관 기본 대여기간인 2~3주 안에 읽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나는 원서를 읽을 땐 매일 적은 분량을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읽는다. 그러니 아무리 빨라도 두세 달에 걸쳐 한 권을 겨우 읽게 된다. 저렴하게 사서 깨끗하게 보고 다시 팔면 집이 책으로 넘치는 일도 없을 텐데. 하지만 중고 서점에서 원서를 살 때의 단점은 내가 원하는 책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있는 책 중에 내 취향을 맞춰야 해서 그 점이 아쉽다.


     이 <서울책보고>는 지하철 잠실나루역에서 걸어서 3분 컷 거리에 있는 데다 건물 바로 옆으로 지하철이 지나가서 덜컹덜컹 열차 지나가는 소리가 상시 배경음악처럼 들렸다. 그런데 이 단층짜리 건물의 시야에는 각도 상 백몇층짜리 롯데타워가 눈에 들어왔는데 중고서적에 묻혀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보인다니 참 이질적인 풍경이라고 생각했다.


     서가 터널 끝까지 갔다가 돌아 나오는 길에도 아까 못 본 서가들을 슥슥 훑으며 걸어 나왔다. 입구에서 들어오자마자 타운터가 있는데 나는 반원형 터널모양 서가를 보고 왼쪽으로 꺾어서 그쪽을 구경하고 나왔기 때문에 아까 들어오면서 보지 못했던 오른쪽 안쪽도 구경하러 들어갔다.



큐레이션 서가나 독립출판물 코너도 있었다. (@서울책보고, 2023.02)


반원형 터널모양 서가 건너편의 또 다른 공간. 디지털 책방, 만화책, 카페 등. (@서울책보고, 2023.02)



     뭐가 있을까 하며 가보니 큐레이션 서가도 있고 고서도 판매하는 등 잘 꾸며져 있었다. 독립출판물도 있고 만화콘텐츠진흥원에서 후원하는 만화들에 대한 전시도 있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오니 도서관처럼 테이블도 있고 앉아서 책을 읽든 뭘 하든 할 수 있게 해 놓은 공간도 있어서 사람들이 이미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안쪽엔 작은 무대 같은 공간도 있어서 행사가 있으면 행사공간으로도 변신 가능하겠더라. 사진에서만 주로 보던 터널 같은 공간이 이 곳의 전부이겠거니 했는데 안쪽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안쪽까지 알차게 잘 보고 갑니다. 천천한 실내산책을 마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서울탐방 제12탄 : 책과 함께하는 공간 탐방기 2부 '(2) 카페 뷰클런즈'>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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