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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Jan 28. 2024

이사를 앞둔 독립 2년 차의 혼삶 후기

삶의 만족도 매기기 : 과연 별 몇 개?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고 물건을 받으면 어김없이 다음과 같은 알람이 온다.



"제품
 배송이 완료되었습니다."
"물건에
 이상이 없으면 구매확정 버튼을 눌러주세요."


     나는 독립 2년 차로 곧 이사를 앞두고 있다. 그래서 '독립 2년 차의 삶'이라는 상품에 대한 개인적인 사용후기를 남겨 보고자 한다. 개인적 사용후기이므로 개인을 둘러싼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똑같은 독립 2년 차 혼삶러들과 달라질 수 있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20 때부터 그토록 꿈꿔왔던 독립생활을 30대 중반에 들어서며 시작했고 어느새 2년을  웠다. 혼자 사는 게 편하기도, 외롭기도 하면서 그 외에 여러 어려움을 예상하지 않았 것은 아니지만 상상했던 것과 마냥 같지도 않다. 이제 실제로 2 살아 후기를 적어볼까 한다


     마치 인터넷 쇼핑몰로 상품을 구입하면 며칠  '상품은  받아보셨나요? 그러면 구매확정을 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받고는 ‘후기 기고 포인트 받아야지 헤헤헷하는 마음으로 후기를 쓴다. 후기를 쓰기 위해 구매확정을 하는 건 내가 끝끝내 구매확정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강제로 구매확정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받은 물건은 겨우 뜯어서 포장만 막 제거한 상태다.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 본, 딱 그 정도다. 내가 이 제품에 대해 기대했던 기대치는 제품을 쓰다 보면 달라질 수도 있는데,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는데 구매를 확정하라니 이 얼마나 잔인한 건지.


     물건이란 게, 포장을 뜯고 쓰자마자 당장 그 물건의 효용이 나타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는 거다. 괜찮은 제품인 줄 알았는데 막상 써보니 내구성이 형편없다던지 내가 생각했던 포인트와 다른 점이 있다던지. 나만 당하긴 억울해서(?) 그제야 사용후기를 남기려고 하면 이미 후기 작성기간이 지났다는 메시지가 뜬다. 


     그래서 물건을 받자마자 누르는 ‘구매확정’은 말 그대로 정말 '물건을 받았음' '당장 하자가 없음' 정도의 의미에 충실한 것이다. 그러니 깊이 있는 후기가 나올 수 없다. 이런 걸 보완하려고 그러는지 요즘 네이버쇼핑엔 한 달 뒤에 사용후기를 남길 수 있는 서비스도 생겨났다. 하지만 아무런 대가도 없는데 한 달 뒤에 충실하게 후기를 남겨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일반적으로 부동산 계약이 한 차례 만료되는, 전세기간이 한 바퀴 도는 2년이란 시간 동안 혼자 살았다. 그러니까 독립 즉 ‘혼자 사는 삶’에 대한 평가가 조금은 현실적으로 가능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뒤늦지만 이제야 후기를 쓰기로 한 것이다.


     얼마 전 명동의 어느 카페에서 읽었던 책에서 '혼자'라는 것의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해서 잘 적어놔서 공감이 많이 갔었는데 나는 단점에 엄청나게 공감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 혼자 사니까 집에서  행동할 수 있어서 편하기도 하지만 그것의 이면은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거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면 최소한 인간로서의 예의는 지키겠지.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집에서 인간말종 같은 행동을 하거나 윤리적, 도덕적 범위를 벗어난 행동을 한다는 건 아니다. 귀엽게(?) 혼자 소주 마시고 쓰러져 자는 정도...? (ㅋㅋㅋ) 밖에선 절대 그렇게 행동하지 을 행동을 하는 정도. 


     둘째, 삶의 무게를 확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나와 같은 혼삶러들 중엔 '그동안 혼자 살았으니까 앞으로도 쭉 혼자 살겠다'는 상품평을 남기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그것과는 다른 의견이다. 혼자 살기 전에는 막연하게 막상 혼자 살면 '혼자 살아도 괜찮아'라고 생각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혼자 살아보니 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을 혼자 책임지려니 너무 무겁다는 생각과 함께.


      셋째, 안정적인 관계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된다. 내가 원래 친구도 많고 밖에서 사람도 많이 만나는 편이라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은 데서 오는 불균형이 있었다. 일회성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한계가 있다. 때로는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편할 때도 있지만 이런 피상적인 관계들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분명 있다는 거다. 안정된 관계에서 오는 편안함과 내가 온전히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 같은 것. 함께 경제 공동체를 꾸려감으로써 느낄 수 있는 소속감과 연대감. 때로는 삶을 짓누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래서...
   사람들이 가족을 만드는 거구나. 



    이걸 깨닫고 나서 가족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수순인 거다. 누군가를 좋아하다 보니 같이 살고 싶어 졌고 -> 법적으로 서로에게 충실할 것을 약속하고 ->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처음과 같은 애정관계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함께 키우는 동료이자 동지이면서 공동체를 꾸려가는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사이에서도 부부 두 사람의 관계와 긴장을 잘 유지해 나가는 사람들도 있겠지. 스스로가 외롭지 않다고 생각하고(외로워도 이 정도면 버티겠다, 라면 상관없다) 혼자 사는 삶을 충분히 괜찮다고 느낀다면 만사 오케이지만 나 같은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런 기사도 있다.)


      요즘 개인적인 화두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무언가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진지하게 타개책을 생각하고 실천해야겠다고기를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슬픈 삶이라니. 독립 전에는 항상 가족과 밥을 먹었기 때문에 안정욕구항상 충족되어 있었다. 그래서 혼자 밥을 먹을 때가 있어도 아무렇지 않았고 오히려 밖에 나가서는 혼밥을 하러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매일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밥을 먹다 보니 이것이 외로움을 엄청나게 배가시키는 일이란 걸, 독립 2년 차가 되어 이렇게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만큼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인간관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번엔 사람들과 밥을 먹고 싶다는, 가족과 살 때는 한 번도 들지 않았던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나를 해칠 용기는 없으니 노력을 해야 한다. 찔끔찔끔이라도 살아 나가야 한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혼삶 2년 차의 삶의 만족도를 별점으로 매긴다면?


총점 [ ★★★ ] 

세부항목
1. 자유 [ ★★★★ ] : 자유도는 최상. 내 멋대로 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지!
2. 책임 [ ★★★★ ] : 기분 좋은 속박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3. 외로움 [ ★★ ] : 혼자 있는 게 좋기도 하지만 역시 좀 외롭다.

한 줄 평 : 혼자 살아보는 것을 권장한다. 분명 느끼는 바가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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