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9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서울여행 제19탄 : 용마랜드와 화랑대 철도공원 (상)

2023년 9월의 기록 : 낡고 낡은 놀이공원에 놀러 가기

by 세니seny Feb 08. 2025

      보통 말일에 그달의 서울탐방을 할 수 없다. 왜냐면 나는 업무 특성상 말일엔 휴가를 거의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달은 어느새 말일이 됐다. 월중에 바빠서 휴가를 내지 못하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추석연휴가 돼서야 시간이 났다. 연휴 3일 중 본가에도 들러 1박 2일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서울 탐방을 갈 날짜를 미리 정해야 했다.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 아니고서는 주로 서울 탐방을 하게 되는 장소는 바깥이다. 그래서 날씨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고민하다 본가를 먼저 다녀오고 그래도 아직 달력 상 9월인, 9월의 마지막날에 이번 달 서울 탐방을 하기로 했다.




     9월의 마지막날이자 추석 연휴 끄트머리날 아침.


    서울 시내는 고요하다. 항상 막히던 출근길도 뻥뻥 뚫려있고 버스도 한가하다 못해 손님도 달랑 한두 명이 전부다. 오늘은 서울이긴 하지만 전혀 가 본 적 없는 낯선 동네에 가게 되었다. '사라져 가는 것들 찾아보기'라고 멋대로 부제를 붙인 오늘의 여행을 시작한다. 우리 집에서 가기엔 거리도 멀고 교통편이 애매한데 지하철을 탈 수도 있지만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하지만 굳이 버스를 선택한다.


   나는 버스 타는 것을 좋아한다.


     시간이 남아돌던(?) 대학생 땐 학교 가기 전에 어디 들를 때가 있으면 그 중간중간까지 버스를 타서 최종 목적지인 학교까지 가곤 했었다. 그러면 최대 환승 횟수인 4번을 다 채워서 버스를 다섯 번 타기도 했었다.


     내가 버스를 좋아하는 건 바깥을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지하철은 길이 막히지 않으니까 목적지까지 빨리 갈 수 있는 대신 지하의 시커먼 벽과 어둠밖에 없기에 결국 스마트폰만 쳐다보게 된다. 버스에선 스마트폰을 보다가도 자연스레 바깥으로 시선이 가게 된다.


      눈 오는 날, 비 오는 날, 맑은 날, 흐린 날 같은 날씨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배웅하며 헤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교복 입고 친구들끼리 재잘대는 모습, 혼자 고독 씹으며 음악 듣는 모습, 재밌는 간판, 맛있어 보이는 가게 등 여러 가지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마저도 맨날 다니는 길이면 익숙하니 잘 안 보게 되는데 낯선 곳에 가는 버스를 타게 된다면 아무래도 바깥 풍경에 시선을 뺏긴다.


     버스 배차간격 때문인지 일부러 속도를 느리게 운행하는 버스 기사님 덕분 때문에 원래 타야 할 버스를 놓치고 급하게 경로를 수정해 다른 버스로 겨우 환승했다. 공휴일이라 그런지 원래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버스 배차간격이 죄다 20,30분씩으로 길어져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용마공원 입구로 잘못 들어갔다가 돌아 돌아 용마랜드 입구에 도착!


*용마랜드 입장안내*

- 운영시간 : 10:00-18:00
- 운영요일 : (기본적으로) 매일
 (*단 외부 대관 등으로 입장이 불가능한 날이 있으므로 미리 확인하고 가야 함)
- 입장료 : 성인 입장료 1만 원, 고교생 이하 5천 원, 그 외 영상촬영 등은 별도로 문의
(*카드는 안 받고 현금 또는 계좌이체만 되니 주의)


     내가 오늘의 첫 번째 손님인 건가? 문을 직접 따서 열어주셨다. 안에 손님이 한 명도 없다. 완전 전세 냈네. 날이 맑은 걸 기대하고 왔지만 오늘처럼 날이 흐리고 구름이 낀 이 분위기는 나름 폐장한 놀이공원이라는 콘셉트와 잘 어울리긴 했다.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낡아버린 놀이기구들. (@용마랜드, 2023.09)


     해가 쨍쨍한 맑은 날에는 그 밝음과 쇠락한 곳의 어두움이 대비되는 거라면 오늘 같은 날은 이 장소와 그냥 맞는 날씨가 돼버리는 거니까. 둘 중 어느 날이든 장점은 있다.


     슬슬 걸으며 사진을 찍는다. 오래전에 가족이 연인이 와서 호호 깔깔대며 놀이기구를 타고 걷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을 따뜻함이 흘러넘쳤을 곳이 이제는 빗물에 녹슬고 낡아서 멈춰버린 흉물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곳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쓰레기장에 버려진 고철덩어리와 비슷한 고철덩어리라도 이곳에 이야기가 부여되니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 같다.


     놀이동산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아담하다는 말이 적당하다. 정말 서울의 중심으로부터, 버스가 다니던 큰 도로로부터, 동네로부터 계속 쭉쭉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밀리고 밀려서 도착한 이곳. 산 밑에 있어서 이곳까지 들어오기도 쉽지 않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구석에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이곳에 무슨 생각으로 놀이동산을 만들었을까? 이 작은 놀이동산 끝에는 창성랜드란 푯말을 단 놀이공원 입출구 문이 있던데 원래는 창성랜드였던 걸까. 서로 경쟁하듯 울어대는 까마귀의 깍깍 소리가 장소의 배경음으로 깔린다.


    혼자 놀이공원에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춘향과 몽룡의 도시로 유명한 남원이었다. 나는 거의 100%라고 할 순 없지만 꽤 높은 확률로 혼자 여행하고 있기 때문에 십이 년 전쯤 그때도 용감하게 사랑이 흘러넘치는 도시 남원에 혼여(혼자 여행)를 갔었다.


     당일치기 여행과 대중교통 뚜벅이 여행자라는 한계에 부딪히며 여행코스를 짜다가 남원에 작은 놀이동산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놀이동산에 혼자 간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용감하게 혼자 놀이공원에 가는 패기를 부렸다. 다행히 사람이 많아서 나를 외롭게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마음 한편은 이상하게 쓸쓸했다. 마치 그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사라지는 것들.


     내가 어렸을 적 엄마와 아빠와 동생과 또 친구들과 여행 갔던 기억, 추억 그리고 시간을 보냈던 장소는 다 사라진 것일까? 어딘가에는 이런 식으로 남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오늘의 BGM*

<회전목마>, 데이브레이크
<바이킹>, 페퍼톤스
<사라지는 것들>, 박새별


      회전목마에 앉아 노래를 듣다가 다시 한번 내부를 돌고는 쓸쓸한 용마랜드를 두고 나왔다. 그래도 조금 덜 쓸쓸하게 느껴졌던 건 내 뒤로 가족단위 팀이 입장했다. 그들은 나처럼 궁상(?) 떨지 않고 황량해 보이는 놀이동산에서도 좋은 카메라와 삼각대에 소품까지 야무지게 챙겨 와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은 이곳이 황폐하고 어쩌고 그런 걸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곳이 마치 야외 스튜디오인양 생각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다음 글 <서울여행 제19탄 : 용마랜드와 화랑대 철도공원 (하)>로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탐방 제18탄 : 책과 함께하는 공간 탐방기 3부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