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보고 간 사람이 약속도 없이 집에 들이닥쳤다
그렇게 금요일 저녁에 두 팀이 와서 후다닥 집을 보고 갔다.
그리고 다음날 토요일 오전에는 본가에 가있었는데 나중에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부재중 전화와 카톡이 와있다. 그래서 확인해 보니까 오늘 오후에 집 보러 가도 되냐는 거였다. 처음에 3시를 얘기해서 4시 이후로 오라고 했다. 나도 오늘은 본가에 일찍 갔기 때문에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어제 치워둬서 치울 건 크게 없었지만 그래도 분리수거 쓰레기도 버리고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약속한 시간보다 일렀다. 차라리 빨리 와서 보고 갔으면 좋겠다 싶어서 일찍 올 수 있으면 와도 된다고 했더니 카톡만 읽고 아무 소식이 없길래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할 일 하면서 기다렸다. 그런데 약속한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안 오는 거다. 그래서 다시 연락해 봐야 되나? 하고 있는데 갑자기 띵동- 소리가 들린다.
부동산 중개인 아주머니가 웬 남자 한 명을 데리고 왔다. 그런데 얘기를 슬쩍 들어보니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랑 같이 안 와서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걸 보니 여자 친구인지 와이프인지는 같이 안 온 모양이다. 집은 금방 보고 갔다.
이게 토요일에 있던 일이었고, 그다음 날은 일요일이었다. 보통은 일요일에 본가를 가는데 어제 다녀왔기 때문에 일요일이지만 드물게 집에 있었다. 마침 본가도 이사를 갈지 아니면 집을 살지 말지 와 함께 나의 이사 문제까지 얽혀 있어서 엄마랑 통화 중이었다. 그런데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요즘엔 택배도 경비실 앞에 다 두고 가서 문 두드릴 일이 없는데. 게다가 오늘은 일요일이다. 미리 약속한 게 없는데 누가 문을 두드리면 문을 안 열어주는 편이다. 아무래도 혼자 사니까. 그런데 내가 이미 엄마랑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어서 통화소리가 밖으로 들렸을 수도 있는데 없는 척하기가 뭐해서 잠시 전화를 끊고 나가서 누구세요? 했더니 이러는 거다.
어제 집 보러 왔던 사람인데요,
여자친구가 어제 못 봐서 그런데
집을 좀 보여주실 수 있나요?
이게 뭔 시추에이션이지? 오늘은 일요일이고 부동산에서 집을 보러 온다는 연락도 없었다. 아니, 약속도 안 잡은 상태로 부동산이랑 같이 와도 문을 열어줄까 말 깐데 너무 당황스러웠다. 집 빼려면 이렇게 까지 집을 보여줘야 되는 건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무리 전세여도 집 보여주기 싫어하는 세입자는 끝까지 집 안 보여준다. 그래도 나는 내 돈 돌려받고 이사 가야 하니까 협조하는 의미에서 보여주는 거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방금 전까지 엄마랑 통화하고 있었으니까 다시 방에 들어가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문 두들기던 사람이 어제 집 보러 왔던 사람이라며 집 좀 보여달라고 왔다고 했더니 엄마가 노발대발을 했다. 아니, 부동산도 안 거치고 지가 뭔데 와서 집을 보여달라고 하느냐고.
몇 년 전에(찾아보니까 오래전이긴 하다) 집을 보고 간 사람이 그 집에 주부 혼자 있는 걸 확인하고 나중에 다시 와서 그분을 성폭행해서 죽인 사건도 있었다면서 절대 문 열어주지 말라고 했다. 엄마는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며 난리가 났다.
일단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문은 열지 않고 현관 발치에 나가서 밖에 들리도록 크게 이야기했다. 쌍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최대한 참고서 연락도 안 하고 오는 게 어디 있느냐, 오늘은 부동산도 쉬는 날이니 정 보러 올 거면 나중에 약속 잡고 다시 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