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13 또다시 이사

집 내놓은 지 한 달 째인데 집이 안 빠진다 (feat. 집주인의 욕심)

by 세니seny

전세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하고 집을 내놓은 지 한 달째.


주말엔 토요일마다 꼬박꼬박 한두 팀은 계속 집을 보러 오고 평일 저녁에도 가끔 온다. 바로 집 내놓은 초반에 한 팀이 계약할 것 같더니 그 뒤로는 영 소식이 없다.


이제 전세 계약만료까지 두 달 남았다. 그때 이사 다닐 사람들은 이미 집을 구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제 내 날짜와 맞추려면 거의 막바지에 가깝다. 물론 지난번, 이사 한 달 전에 집을 급하게 구한 나 같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건 특수한 상황이었고. 미치겠네.


매주 토요일마다 한두 팀 꼭 오고 평일에도 한두 팀 씩은 와서 당연히 금방 계약이 될 줄 알았다. 한 달이 지난 지금 거의 10팀 정도 보고 간 거 같은데 처음에 대출 안된다는 팀 이후로는 계약하겠다는 소식이 없다.


그러던 중 엄마와 딸이 왔는데 딸 혼자서 살 곳을 찾는 모양이었다.


집이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면서 지금 살고 있는 곳과도 크게 차이가 안 나고 물도 잘 나오는지 틀어보고는 나한테도 이것저것 묻기까지 했다. 벌레가 나오냐, 1층이고 중문이 없는데 춥지 않고 괜찮냐 등. 심지어 이사 날짜도 딱 맞다고 너무 좋아하면서 돌아갔다. 이사날짜를 말하는 거에서 거의 계약까지 가겠구나 확신했는데 그 뒤로 소식이 없었다. 알고 보니 이사 나오려는 집에서 뭔가가 꼬인 듯 결국 나가리.


이제 전세계약 기간이 한 달 반도 안 남았다. 이 와중에 나는 새로운 직장이 정해졌다. 여기는 무조건 주말에 출근하고 평일에 쉬는 곳. 쉬는 날짜 확인되면 평일에 이사업체 컨택하고 집주인하고 부동산한테 통보할까 생각 중이다.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망부석처럼 기다려야 되냐고요.


그리고 이사업체나 이런데도 늦게 연락하면 자리 없어요. 나도 슬슬 짐정리도 해야 하고 이사 가려면 가스 끊어야지, 인터넷 끊어야지 그 외 기타 이사에 수반되는 각종 처리해야 될 일도 많단 말이다. 이 모든 게 이사 날짜가 정해져야 나도 시작을 하지요. 대체 언제 보증금 받을 줄 알고 이렇게 불안한 마음 안고 살겠냐고요. 눼?


그리고 이제 집 보러 오는 것도 지칩니다요.


것도 한두 번, 1,2주 정도하고 말아야지. 평일에는 퇴근하자마자 시간 맞추러 달려와야 된다. 나도 퇴근길에 예고 없이 집 앞 산책하다 늦게 들어갈 수도 있는 거고 약속을 잡을 수도 있는 건데 언제 집 보여달라고 올지 모르니까 약속 잡기도 어렵다. 그리고 올 때마다 집 치워놔야지, 퇴근하고는 배고파서 바로 밥 먹고 싶은데... 퇴근시간과 집 보러 오는 시간 사이의 시간이 애매해서 밥을 먹었다가는 내가 밥 먹는 도중에 이 사람들이 올 수도 있어서 불안하고 급하게 밥을 때려먹고 나면 반드시 내가 설거지하는 와중에 집을 보러 오는 시간대에 걸린다.


그리고 토요일도 그래. 아침에 오면 내가 그거 기다리느라 못 나가고 아님 오후에 오면 나도 나갔다가 그 시간 전에 들어와야 한다는 압박감이 든다. 여기는 그나마 계약이 활발한 단지인 편인데도 이래? 이 정도면 집주인 문제 아냐?


엄마가 열받아서 부동산 아줌마한테 전화했더니만 부동산 중개인 왈, 집주인이 집이 7,8채가 있는데 어쩌고... 이 중개인 아줌마도 참 멍청이다. 집주인이 집이 많고 어쩌고 그런 얘길 세입자한테 왜 하는 걸까? 더 열받으라고 하는 건가?


그러면 나 집 안 보여 줄 테니까 알아서 하시고 내 돈만 계약기간 안에 제대로 준다고 하면 나도 아무 재촉 안 하지. 집주인이 뭐 하는 인간인지 모르겠으나(집이 여러 채라는 거 보니 임대 사업자인 듯) 자기 돈 안 주고 다음 세입자 전세금으로 내 거 때우려고 하는 거잖아. 그리고 2년 전에 이 집 이사오려고 계약할 때도 저 방정맞은 중개인 아줌마 왈, 집주인이 갖고 있는 집이 3,4채 된다고 했던 거 같은데 (집주인과는 그전부터 계속 거래하던 사람인 듯) 미묘하게 그 사이에 집이 늘었네? 더 열받는다.


여기는 1층이라 시세를 낮춰야 집이 빨리 빠질 텐데 내가 나가는 김에 집주인도 돈 더 벌고 싶으니까 욕심을 부리는 중인 거다. 다른 층 시세하고 비교해서 딱 1천만 원 낮게 내놓으니까 별로 크게 차이 없잖아? 1층이 뭐야, 가격 메리트라도 있어야 나가지. 그런데 오른 보증금 포기하긴 싫고 자기 돈으로 내 보증금 내주긴 더 싫고 그런 거잖아? 그런데다 부동산 아줌마의 입방정이 거기에 기름을 부어서 더 화가 났다.


나도 부동산 중개인 업무를 해보진 않았으나 누가 봐도 저런 말은 하지 말아야 된다는 건 알겠다. 내가 해도 저거보단 더 잘하겠다. 이래서 부동산 중개인들이 욕을 먹는 겁니다.


이렇게 시간은 또 흐르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12 또다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