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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여행가 Mar 09. 2020

진정성, 비합리적 순간 속에서도 통하는 가치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트레바리 마케팅 퍼플 1908 독후감


인간은 비합리적이다.

이 책 보다 더 깊은 마케팅 지식을 담은 책은 수 없이 많다.

이 책에서는 기본, 관계, 본질을 강조하는데, 마케팅 책 중 이 부분을 가볍게 여기는 책은 절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만큼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가 다가온 적은 없었다. 정말 책 자체를 진정성 있게 써냈고, 보통 다른 서적들이 기업들의 사례로 설명했다면 본인의 삶, 본인의 경험, 본인이 살아온 길을 통해 마케팅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뻔한 기업의 사례가 아닌.)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적용하고, 여러 컨설팅을 거치고,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도 실패하는 것이 마케팅이다. 우리는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결정에 의해 구매하고 행동한다고 계산해서 마케팅을 하지만, 당장 오늘도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수많은 선택을 한다.


개성이 존중받고 다양해지는 이 사회에서 줄자로 재어 나온듯한 결과물은 고객에게 인정받기 힘들어지고 있다. 대기업인 우리 회사는 정말 STP를 열심히 분석해 이에 딱 맞는 마케팅 캠페인과 홍보를 펼치고 있다. 굉장히 전문적이면서도 체계화되어 있지만, 동시에 기계적이다. 매번 유행에 맞는 시즈널 상품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이 방면에서는 꽤나 잘하고 있다. 트렌디하게 유행을 선도하는 측면에서.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 이야기.

4년 전 입사 면접 때 우리 회사는 애플과 같은 기술을 넘어 혁신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제공하는 상품이 아닌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했었다. 다만, '과연 나는 전략/기획 업무를 하며 이런 생각을 하며 상품 콘셉트를 개발했을까.'라는 생각을 곱씹게 하는 책이었다.


입사 초기에는 그래도 나름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은 고인물이 되어, '어차피 안 돼'라는 마인드로 투자비만 보며 고객이 아닌 회사 입장만 보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고객이 아닌 메이커의 관점에서 일을 하다니 마케팅 전공자 맞나, 6년간 대학을 다니며 무엇을 배운 걸까 싶다. 심지어 2주 된 신입에게도 이런 마인드를 전했던 것 같다. 참 쪽팔린 일이다.


어쩌다 보니 독후감이 아닌 반성문이 되었지만, 그만큼 이 책은 나에게 마케팅 서적 그 이상의 역할을 해주었고, 내가 마케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커리어를 쌓고 싶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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