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은 곧 사업의 심장이다!
6년간 9번의 업무 이동. 매번 새롭고 낯선 사업들이 밀려왔고, 그때마다 혼란스러웠지만, 끝내 잘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예산을 읽는 눈 덕분이었다. 예산은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의도된 방향성'이고, '조직의 우선순위'며, '행정의 언어'다.
교육청 행정에서 예산은 곧 사업의 심장이다. 아무리 멋진 기획서가 있어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책상 서랍 속 아이디어로만 남는다. ‘말’이 아니라 ‘돈’이 움직일 때 비로소 정책은 현실이 된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말보다 예산의 가계부를 써라.”
처음 어떤 업무를 맡게 되면 사람들은 대개 업무 매뉴얼이나 전년도 사업계획서를 들여다본다. 그러나 내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예산 세부 내역서다.
내가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은 얼마인지,
세목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세부 사업별 집행 가능 항목은 무엇인지,
실제 업무 범위와 예산의 구조가 일치하는지.
이것을 정확히 이해해야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분명해진다.
실제 내가 경험한 사례 중 하나. 교육 사업을 민간위탁 방식으로 기획했으나, 세목이 잘못 편성돼 있었던 바람에 예산을 그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업은 잠시 멈췄고, 결국 시의회에 보고하고 세목을 변경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에서 예산이 사업을 멈추게도, 다시 움직이게도 했다는 사실이다.
예산은 ‘가능과 불가능’을 나누는 가장 현실적인 기준이다.
예산서를 보면, 그 조직의 철학이 드러난다. 어떤 사업에 많은 예산이 편성되어 있는지, 어떤 세목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는지. 이를 보면 해당 부서가 무엇을 중시하는지, 어디에 힘을 싣는지 알 수 있다.
예산은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정책의 의지이며, 실행의 에너지다. 나는 교육행정가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감각 중 하나가 ‘예산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기획, 뛰어난 협업 능력, 풍부한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예산에 대한 이해 없이는 결국 ‘생각만 많은 사람’에 머무르게 된다.
우리 일상에서 가계부를 쓰는 이유는 지출을 통제하고, 소비를 예측하기 위해서다. 업무 예산도 마찬가지다. 나는 업무 예산을 관리할 때도 늘 ‘가계부’를 썼다.
품의한 금액과 실제 지출 금액은 항상 다르다. 수수료나 단가, 인원 수의 변동으로 인해 수십만 원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차이를 정확히 기록하지 않으면, 연말에는 잔액이 넘치거나 모자라서 당황하게 된다.
나는 세목별, 사업별로 구분해 엑셀 예산 관리표를 만들었다. 연간 계획을 분기별, 월별로 쪼개어 지출 시점을 예측하고, 예상 비용과 실제 비용을 비교하면서 잔액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매달 상황에 맞게 A안, B안, C안의 집행 시나리오도 함께 짰다.
특히 재량 예산과 필수 예산을 구분해 운용했다. 필수 예산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에 우선 배정하고, 재량 예산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일정 부분을 남겨두었다. 연말 예산이 부족해 사업을 줄이거나, 잔액 정리를 위해 억지로 행사를 추진하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학교는 2월 말이 회계 마감이지만, 교육청은 12월이 회계 종료 시점이다. 실제로는 12월 중순이면 집행이 모두 마무리되어야 한다. 그러니 11월까지 사업을 대부분 마무리해야 하며, 12월에는 잔액 정리, 정산 처리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
교육청에서는 보통 6월까지 예산의 60% 이상을 집행해야 하는 신속집행 지침이 있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 방침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나는 업무 초기에 연간 예산을 6:4로 나눠, 상반기 집행과 하반기 운영을 분리해서 관리한다.
예산은 달력과 함께 읽어야 한다.
예산은 정해진 세목에 맞게만 집행할 수 있다. 세목 변경은 반드시 예산부서의 승인과 경우에 따라 의회 보고까지 거쳐야 한다. 따라서 애초에 사업 계획을 세울 때 예산 세목과 집행 가능 항목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운영비에는 강사수당, 일반수용비, 용역비 등 다양한 항목이 포함되며, 각 항목은 사용할 수 있는 목적이 다르다. 강사 수당으로는 외부 전문가에게만 지급할 수 있고, 용역비는 일정 기준 이상의 계약 조건 갖춰야 한다.
특히 교육부 특별교부금은 별도의 지침이 존재하며, 홍보물 제작, 인건비 전용, 협의회비 지출 등이 금지된 경우가 많다. 이를 어기면 결산 시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교육부 지침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예산은 융통성보다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
혼자 사업을 맡으면 모든 예산 흐름을 파악하기 쉬우나, 하나의 사업을 여러 명이 공동 운영할 경우, 중간 점검 없이는 예산이 과잉 집행되거나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예산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 팀 내 엑셀 시트를 만들어 실시간으로 집행 금액과 잔액을 업데이트했다. 이것이 소통의 도구가 되었고, 서로 책임을 분산하며 집행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이 되었다.
예산은 공유되는 순간부터 책임도 공유된다. 따라서 투명한 예산 공유 체계는 협업의 기본이 된다.
큰 예산을 다루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예산이 '숫자'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수천만 원, 수억 원도 클릭 한 번이면 집행되는 시스템 속에서 무감각해지기 쉽다. 그러나 그 돈은 누군가의 세금이고, 나의 클릭 한 번은 곧 ‘공적 지출’이 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이 집행은 꼭 필요한가?”, “지금 이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가?”, “더 저렴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없었나?”
내가 집행한 예산이 언젠가 행정감사에서 질문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사업 목적에 맞게, 예산 세목에 맞게, 적법하게 집행하는 것을 ‘생존’의 원칙으로 삼았다.
나는 어떤 사업을 맡으면, 그 사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예산과 인력 구성이 되어 있는가를 먼저 본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예산이 없고 인력이 없다면, 그건 요란한 빈 수레에 불과하다.
사업을 설계할 때는 사업계획서보다 예산편성표를 먼저 보라. 예산이 곧 가능성이다.
장학사는 ‘정책의 실행자’다. 실행에는 반드시 ‘자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자원은 예산과 인력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자원이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말했다.
“계획 없는 목표는 한낱 꿈일 뿐이다.”
예산이 없는 계획도 마찬가지다. 실현 가능성 없는 아이디어는 혁신이 아니라 허상이다.
교육청 예산은 정성스럽게 다뤄야 할 시민의 세금이다. 숫자로만 보지 말고, 사람의 시간과 노력이 담긴 자원임을 인식해야 한다.
나는 지금도 모든 사업마다 예산의 가계부를 쓴다.
매달 계획된 지출을 정리하고,
실제 지출과 비교하며,
잔액과 차이를 분석한다.
그리고 예산을 통해 다시 사업을 되돌아본다. 과연 이 사업은 꼭 필요한 사업이었는가? 비용 대비 효과는 충분했는가?
말은 누구나 한다. 그러나 예산을 관리하는 사람은 드물다.
“예산은 심장이다. 말보다, 예산의 가계부를 써라
2025. 7. 10.(목)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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