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 생존기④)교육청 행사 운영 A to Z

누가 이 행사를 기획했냐고요? 제가 했습니다.

프롤로그|기획서 하나 쥐여주고 시작된 나의 행사 생존기


“왜 이걸 하죠?”라고 끝까지 물어봐야 한다


처음엔 그냥 ‘공문 하나 보내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교사 시절, 교육청 행사란 늘 멀고 귀찮은 일이었고, 연수는 앉아서 버티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걸 ‘기획하고 운영하는 사람’이 되고 보니, 세상에서 가장 많은 체크리스트를 가진 일이 바로 행사더라.


누구를 초대할지, 어떤 말을 할지, 간식은 제공 할지, 어떤 장비가 들어오는지, 갑자기 비가 오면 어떻할지까지… 하나라도 놓치면 “이게 뭐야” 소리 듣는 일.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는 많은 일들이 그렇겠지만, 행사는 특히 사람의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정성’이 빠진 기획은 금방 들통난다.


이 글은 그렇게 잔뜩 깨지고 얻어맞고 또 해내면서 배운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지금 어디선가 행사 하나 맡고 머리를 싸매고 있을, 나처럼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목적 없는 행사는 고생만 남는다.


“기획이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이유를 찾는 일이다.”


좋은 주제만으로는 행사 하나 못 만든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아무리 주제가 좋아도 ‘왜 지금, 이 사람들을 모아서, 이 방식으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면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작년 3월,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새롭게 꾸려졌고, 위원 역량강화 연수를 준비하게 되었다. 대부분 처음 위촉된 위원들이었고, 교육청에서도 ‘어떤 내용이 필요할까’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결국 나는 “우리는 왜 이 연수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갔다.


결론은 명확했다. 이 연수는 단순한 연수가 아니라, ‘이 역할이 왜 중요한지 스스로 납득하고, 용기를 내는 시간’이어야 했다. 그래서 하루짜리 프로그램을 빡빡하게 채웠다. 사례 중심 설명, 법률과 판례 소개, 집단 토론… 참여자들은 지치기보다 몰입했고, 연수 후 실제로 위원 활동도 훨씬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 실무 팁

행사는 ‘내용’보다 ‘당위성’이 우선이다. 왜 해야 하는지를 모르면 다른 것도 다 흐트러진다.

타이틀, 초대대상, 자료 구성도 모두 이 ‘목적’에 따라 정해야 한다.



시기는 그냥 날짜가 아니다.


“타이밍이 안 맞으면 아무리 좋은 기획도 헛수고다.”


달력을 보지 말고 현장을 보라!

같은 행사도 시기를 잘못 잡으면 참여율이 반토막 난다. 학교는 학사 일정이 분 단위로 짜인 공간이다. 그 리듬을 읽지 못하면 준비는 준비대로 하고, 사람은 안 온다.


예를 들어 법 개정 안내나 학교 관리자 연수는 무조건 ‘학기 초’에 해야 효과가 있다. 그래야 1년간 참고가 가능하다. 반면 성과 공유나 박람회는 가을, 특히 10월 초~중순이 적기다. 날씨 좋고 학사일정도 여유롭다. 한 번은 7월 말에 실외 성과공유 행사를 기획했다가, 폭염과 방학으로 반 이상이 불참했다. 그 뒤론 달력보다 학사 캘린더, 기상청 예보를 먼저 본다.


◯ 실무 팁

학교 담당자 대상 연수는 3~4월, 성과 박람회는 10월 전후가 적기.

장소 대관은 연초에 예약하지 않으면 못 잡는다.

야외행사는 절대 장마철, 혹서기, 혹한기 피할 것.


참여자는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다.

참여자 중심, 말보다 물리적 배려가 먼저다

행사에서 가장 잊기 쉬운 건 바로 ‘참여자’다. 기획자는 자기 일정, 자기 논리, 자기 보고서에 빠지기 쉬운데, 실제로 현장에 오는 사람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쓴다.


내가 야외 가족 행사 때 크게 깨달은 적 있다. 텐트 몇 개만 두고 가족 단위 참여를 유도했는데, 유모차는 어디 세워야 할지, 아이는 어디에 앉혀야 할지, 쉴 공간은 부족하지… 결국 설문지에 “아이 울고 힘들었다”는 피드백이 줄줄이 올라왔다.


그다음 행사부터는 참여자 시선으로 ‘공간 시뮬레이션’을 먼저 한다. 어디서 앉고, 어디서 물 마시고, 어떻게 쉬는지를 먼저 설계한다.


◯ 실무 팁

가족 참여 행사: 텐트, 의자, 간이 휴게공간 확보 필수

이동 동선, 대기 시간, 쉼터 등 현장 감각이 관건

참여자 설문은 행사 후가 아니라 기획 단계에 활용해도 좋다


유관기관은 ‘관리’ 대상이 아니라 협력자다.

설득하려 하지 말고, 먼저 공유하라!

교육청 행사는 종종 지역 문화시설이나 공공기관과 협력하게 된다. 문제는, 이 시설들이 한 군데에서 운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아트센터 대관 때 뼈저리게 느꼈다. 잔디광장, 공연장, 회의실, 로비… 다 관리 부서가 다르고 규정도 달랐다. 공연장에서는 생화 금지라 코사지를 반입 못했고, 로비 장식은 전시팀의 승인이 필요했다.


이후 나는 ‘총무팀’이나 전체 운영 책임자와 먼저 계획을 공유한다. 그 다음 각 부서와 일일이 연락하며 필요한 지점을 정리한다. 번거롭지만, 이걸 안 하면 당일에 반드시 사고 난다.


◯ 실무 팁

대형 시설 이용 시, 각 공간별 관리부서 확인부터 할 것

행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사전 공유하면 혼선이 줄어든다

‘도와주세요’보다 ‘이렇게 함께 하면 좋습니다’가 더 잘 통한다


리허설은 안 하면 반드시 후회한다.

계획은 종이로, 운영은 몸으로 익혀야 한다.

리허설을 하면 귀찮지만, 안 하면 반드시 대혼란이 생긴다. 나는 그걸 두 번 경험하고서야 뼈에 새겼다.

한 번은 토론회였는데 발표자 동선과 좌장 동선이 겹쳐서 마이크가 꼬였고, 영상이 중간에 끊겨버렸다. 리허설 한 번만 했으면 잡을 수 있었던 문제였다.


지금은 큰 행사는 세션별 리허설, 전날 전체 리허설을 기본으로 한다. 강사와 스텝, 진행자 모두 모여서 “이 시간에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를 함께 맞춰보면 사고가 줄어든다.


◯ 실무 팁

소규모 행사라도 발표 순서, 영상 테스트는 필수

대형 행사: 행사 전날 전체 리허설, 담당자 체크리스트 운영

실전감각은 시뮬레이션에서 온다


강사는 명사보다 ‘맞는 사람’이 중요하다.

좋은 강연은 메시지를 통일시킨다

유명한 강사가 곧 좋은 강사는 아니다. 한 번은 두 명의 강사를 섭외했는데, 주제는 같았지만 서로 반대되는 해석을 하며 청중이 혼란스러워했다. 물론 그런 토론도 의미 있지만, 그게 기획의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강사 섭외 시 사전 통화로 대상의 특성과 행사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키워드 중심으로 어떤 방향이면 좋겠다고 미리 말한다. 강사도 이걸 더 선호한다.


◯ 실무 팁

강사 섭외는 ‘대상 이해도’가 높은 사람 중심

복수 강사 시 ‘주제 중복/충돌’ 사전 체크

행사 진행자는 강의 내용과 흐름을 알고 있어야 한다


예산은 가장 현실적인 변수다.

여유 없는 기획은 늘 급해진다

예산은 ‘예상’이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도구다.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실은 안배를 잘하면 충분히 가능한 경우가 많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급하게 핫팩을 사서 돌렸던 행사도, 여유 예산 항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예비비’가 없었으면 똑같은 행사라도 평가가 확 달라졌을 것이다.


◯ 실무 팁

전체 예산의 5~10%는 예비비로 설정

식음료, 인쇄비 등 단가는 꼭 비교견적 받을 것

행사 끝난 후 예산 사용 리뷰도 중요하다


용역은 계약 전 협의가 90%다.

“계약했잖아요”란 말이 안 나오게 하려면

용역업체와의 갈등은 대부분 ‘기대치의 차이’에서 시작된다. 계약서에는 없는 ‘현장의 감’이 문제다.

그래서 나는 용역 계약 전에 꼭 세 가지를 한다. 1) 현장답사 동행, 2) 운영 시나리오 공유, 3) 진행자와 업체 간 협의. 이렇게 하면 업체도 그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명확히 이해하고, 사전 준비도 훨씬 철저해진다.


◯ 실무 팁

계약 전 ‘불가사항 리스트’, ‘우선순위 업무’ 정리할 것

장비, 인력, 응급상황 대응 포함한 ‘현장 매뉴얼’ 요구

계약 이후 변경 어렵다는 전제하에 체크리스트 구성


에필로그|행사란, 결국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

이제는 안다. 잘 짜인 행사에는 반드시 ‘참여자 중심의 기획’이 있었다는 걸. 형식이 멋져도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실패한 행사다. 반대로 조금 서툴러도 진심이 보이면 그건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다.


나는 이 글을, 행정이 처음인 동료 장학사에게 보내는 마음으로 썼다. 그리고 교육청이 아니더라도, 회사에서, 단체에서, 학교에서 누군가를 초대하는 자리를 준비하는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


'왜 하는가'를 묻고, '누구를 위한가'를 고민하고, '어떻게 남을까'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진짜 기획의 시작이다.


2025. 7. 10.(목)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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