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 생존기⑥)보도자료, 거꾸로 쓰기 전략

기획서 보다 보도자료가 먼저다!

기획서보다 보도자료가 먼저였다

1. 보도자료 64건, 진짜 열심히 일했네요

“64건의 보도자료요?”

옆자리 장학사님이 내게 말했다. “진짜 열심히 일했네요.” 그 말 한마디에 순간 멍해졌다. 내가 그렇게 많이 올렸다고? 하나하나 생각이 났다. 급하게 퇴근 직전 밤에 쓴 자료, 행사장 한켠에서 노트북 켜고 정리했던 문장들, 보도 되기 전에 허겁지겁 현장 사진 보내던 날들…

보도자료 64건이라는 숫자보다도, 그 안에 담긴 장학사로서의 생존기가 떠올랐다. 그런데 실은 인사업무나 정책기획 등 보도자료를 많이 쓸 일이 없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 내에 그렇게 많은 보도자료를 썼다는 건, 그만큼 내 업무의 무게중심이 ‘기록’과 ‘전달’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TIP – 실전 노하우

보도자료는 단순한 기사용 문서가 아니다. 내 사업과 정책의 궤적을 남기는 일종의 ‘행정 일기’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흐름과 맥락을 쌓았는지가 중요하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이 사업 왜 했나요?”라는 질문이 돌아올 때, 보도자료는 가장 정확한 답이 된다.


2. 나는 거꾸로 시작했다 – 보도자료가 기획을 부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사가 끝나고 나서야 보도자료를 쓴다. 그러나 나는 다르게 접근했다. 처음 사업을 기획할 때부터 보도자료를 상상하며 시작했다. ‘이건 누가 왜 참여해야 하지?’, ‘어떤 메시지를 시민에게 전달해야 할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기획서를 쓰면, 보도자료는 절로 따라온다.

행사의 목적, 기대효과, 참여자의 반응, 현장 분위기까지. 처음부터 보도자료로 풀어낼 구조를 머릿속에 넣고 움직이다 보면, 행사 자체가 훨씬 단단해진다. 일관성이 생긴다. 무엇보다도, 예산을 설명할 근거가 명확해진다. 그리고 사후 평가와 확산도 훨씬 수월하다.


TIP – 실전 노하우

보도자료는 사후 결과물이 아니라 기획의 일부다. ‘마무리용 기록’이 아니라 ‘설계의 실마리’로 시작하라.

초안 보도자료를 행사 기획단계에서 먼저 써보면, 목적과 메시지를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기획자가 직접 써야 메시지가 명확해진다. 홍보팀에 넘기기 전, 자신의 손끝에서 출발하자.


3. 챗GPT의 유혹, 그러나… ‘정직한’ 문장이 가진 힘

요즘은 챗GPT나 생성형 AI가 보도자료를 ‘순식간에’ 만들어준다. 형식도 갖추고, 문장도 제법 매끄럽다. 특히 시간에 쫓기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꽤나 유혹적인 도구다. 하지만 내가 몸소 느낀 건 이거다. AI가 쓴 보도자료는 결국 ‘기계가 쓴 티’가 난다.

문장은 번듯하지만, 그 안엔 아무런 체온이 없다. 현장의 분위기도, 참여자의 말 한마디도, 정책을 설계한 사람의 고민도 담겨 있지 않다. 표면은 반듯하지만, 속은 비어 있다. 겉으로는 문법적으로 완벽해 보여도, 기자나 시민이 읽었을 때 느끼는 공감력은 확연히 떨어진다.

기술은 도와줄 수 있지만, 대신 써줄 수는 없다. 특히 교육이나 공공 영역에서 보도자료는 ‘정책의 진심을 해석하는 문장’이다. 결국 사람의 손이, 마음이, 시선이 들어가야 하는 글이다.


TIP – 실전 노하우

AI의 초안은 참고일 뿐, 반드시 사실 확인과 감정의 맥락을 ‘사람의 손’으로 채워야 한다.

숫자는 정직하게, 메시지는 명확하게. 과장도 생략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맥락’을 살려라.

현장 스케치, 참여자 반응, 주요 인용문 등은 반드시 기획자가 챙겨야 할 핵심 요소다.


4. 보도자료는 신뢰의 약속이다 – “우리는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보도자료를 쓰며 스스로가 민망할 때가 있다. ‘이 정도 성과를 기사로 내도 될까?’, ‘숫자가 부풀려진 건 아닐까?’ 그렇게 양심의 무게가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그 감각이 바로 중요한 ‘윤리 필터’다.

보도자료는 공공기관이 시민과 맺는 약속이다. 단순히 자화자찬용 문서가 아니다. 한 줄이라도 사실과 다르면, 그건 신뢰의 균열이다. 그래서 나는 숫자를 쓸 때 꼭 두 번 확인한다. 참여자 수, 만족도, 예산 집행률까지. 불편하더라도 솔직하게 적는다. 과장 없이 써도 충분히 감동적인 현장이 많기 때문이다.


TIP – 실전 노하우

보도자료는 ‘사실에 근거한 감동’을 담아야 한다. 꾸며낸 드라마는 오래 못 간다.

모든 수치는 출처가 있어야 하며, 가급적 객관적 근거(설문, 집계표 등)를 확보해두자.

‘신뢰의 반복’이 신뢰를 만든다. 매번 정확하고 정직하게 쓰는 습관이 중요하다.


5. 보도자료는 뉴스다 – 타이밍이 전부다

보도자료는 글이 아니라 뉴스다. 그리고 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아무리 훌륭한 내용도 늦게 나오면 의미가 반감된다. 예전에 교육청 주관 행사에서 큰 성과가 있었는데, 내부 검토와 사진 검토, 홍보 부서 연락 등을 거치다 보니 보도자료가 사흘 뒤에 나갔다. 그 사이 교육계 뉴스는 다른 이슈에 묻혔고, 우리가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관심에서 멀어졌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뉴스의 생명은 바로 '지금'이라는 걸. 이후부터는 행사 당일에 보도자료를 낼 수 있도록 미리 초안을 완성하고, 사진은 행사 중간에 바로 전송 준비를 했다.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괜찮다. 미리 준비한 뼈대가 있으면 현장 감각만 살짝 얹으면 된다.


TIP – 실전 노하우

행사 당일 오전까지 초안을 작성해두자. 당일 오후 기사화를 목표로 삼는다.

사진은 ‘마지막에 모으자’가 아니라 ‘중간 중간 찍고 바로 전송’이 원칙이다.

보도자료 검수 절차가 길다면, 사전 공유와 검토 루트를 확보해두자.


6. 정정보도 대신 ‘내가 쓴다’ – 반론보도의 전략

기자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단지, 언론의 속도와 우리의 진의는 종종 어긋난다. 인터뷰에 응하고 자료도 정리해서 드렸는데, 기사의 제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간 적이 있다. 우리 사업의 한 단면만 부각돼 오해를 낳았고, 전화가 빗발쳤다. 그때 처음으로 ‘보도자료는 반론보도이자 자율보도다’라는 걸 깨달았다.

교육청이 직접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그 이후부터 사안이 중요한 사업일수록, 먼저 보도자료를 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우리 목소리로 우리 이야기를 담는 것. 그게 가장 정직한 방패다. 단 한 줄이라도 오해를 줄이고, 오정보를 바로잡는 데는 직접 쓰는 보도자료만한 무기가 없다.


TIP – 실전 노하우

논란 가능성이 있는 사업은 행사 전, 후에 반드시 보도자료로 ‘주도적 메시지’를 전달하자.

언론 보도와 상충되는 경우, 감정적 대응보다 ‘사실 중심 보도자료’로 신뢰를 쌓자.

보도자료는 ‘해명’이 아니라 ‘정리된 목소리’다. 반론이 아니라 설명의 기회로 활용하자.


7. 포맷은 원칙이자 무기 – 시민의 눈으로 써라

보도자료를 쓸 때 우리는 너무 자주 ‘교육청의 언어’를 사용한다. 약어, 사업명, 내부 표현들. 외부에서 보면 외계어 같은 이 단어들이 보도자료의 설득력을 갉아먹는다. 특히 일반 시민들이나 기자들이 보기에 이런 표현은 불친절하거나, 거리감 있게 다가온다.

나는 문장을 쓸 때 항상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 아이 학부모가 이걸 읽고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까?” 그리고 최대한 짧게, 쉽게, 군더더기 없이 쓰려고 한다. 보도자료는 감탄을 자아내는 글이 아니라,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글이다. 그래서 가장 어려운 글이다. 요즘엔 한 페이지짜리로 요약된 ‘핵심형 보도자료’가 기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읽기 쉬우면 전달도 쉬워진다.


TIP – 실전 노하우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의 6하 원칙을 기본 골격으로 삼아라.

처음 두 문단에서 핵심 내용을 전달하고, 그 다음 목적, 개요, 기대효과 순으로 풀어라.

내부 용어나 약어는 반드시 일반용어로 풀어주고, 꼭 필요한 경우 괄호 안에 설명을 달자.

“시민이 읽는다”는 관점으로 문장 길이, 어휘, 문단 구성을 재점검하라.


8. 축적의 힘 – 보도자료는 조직의 데이터베이스다.

보도자료를 쓸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되묻곤 했다. “이건 또 누가 보겠다고 이렇게 정성 들이나?” 하지만 그 질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회의 준비 중 누가 과거 사례를 물었고, 국회의원실에서 사업 배경을 달라 했으며, 행정사무감사에서 성과를 정리해달라고 요청받았다. 그때마다 나는 내 하드에 저장된 보도자료를 꺼냈다. 날짜, 사업명, 기사 링크까지 정리된 엑셀 시트. 그게 바로 나의 ‘행정 생존 무기’였다.

장학사의 업무는 흐름이 빠르고 담당자가 자주 바뀐다. 기록이 없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보도자료는 단순한 보도 목적을 넘어, 한 부서의 맥락과 기억을 남기는 아카이브다. 그래서 나는 보도자료를 올리면 꼭 언론사, 일자, 링크, 요약 등을 엑셀로 남긴다. 그것이야말로 뒤를 잇는 후배에게 남기는 친절한 인수인계다.


TIP – 실전 노하우

보도자료는 ‘기록’이자 ‘출처’다. 실적 평가, 감사 대응, 정책 개발의 가장 신뢰도 높은 근거 자료다.

엑셀 파일을 만들어 제목, 일자, 사업명, 언론사, 링크, 핵심 요약 등을 기록해두자.

담당자 변경을 대비해 부서 공유 폴더에 정리하고, 분기마다 업데이트하며 관리하자.


9. 나는 아침마다 언론을 본다 – 정책 감각은 뉴스에서 온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나는 늘 뉴스를 본다. 다른 부서 사람들이 날 보면 “장학사님은 뉴스 중독이에요”라며 웃곤 했다. 하지만 나는 뉴스가 정책 감각의 기초라고 믿는다. 교육부가 무슨 발표를 했는지, 타시도에서 무슨 문제가 불거졌는지, 교사노조는 무슨 입장을 냈는지… 이런 흐름을 놓치면, 우리는 지역에서 정책을 설계할 수 없다.

게다가 요즘의 국정감사나 행정사무감사는 거의 언론보도를 토대로 이슈가 형성된다. 실시간으로 터지는 교육 이슈들 속에서 우리 부서의 사업은 어떤 파장을 가질 수 있는지, 보도자료는 어떤 메시지를 중심으로 정리해야 할지… 언론은 그 모든 감각을 가능하게 해주는 나침반이다.


TIP – 실전 노하우

출근길 15분, 교육·행정·사회 분야 뉴스 제목만이라도 훑자. 시사 흐름을 읽는 힘이 생긴다.

정책 이슈, 사회적 관심사, 기자들의 언어를 파악하면 보도자료의 타이밍과 톤을 조절할 수 있다.

‘이슈화된 기사’와 ‘가려진 정책’의 간극을 보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전략적으로 접근하자.


10. 보도자료는 사업의 순환고리다 – 마침표가 아닌 다음의 시작

많은 이들이 보도자료를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한다. 사업이 끝났고, 보고도 마쳤으니 이제 보도자료만 쓰면 끝.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보도자료는 다음 사업을 부르는 씨앗이다. 기사 한 줄에 어떤 학부모는 감동을 받고, 어떤 교사는 참여를 결심하며, 어떤 학생은 궁금해져서 찾아온다. 그렇게 한 줄의 기사로 다음 사업이 시작되는 걸 나는 여러 번 경험했다.

한 번은 작은 지역 단위 행사였지만, 보도자료가 지역 언론에 실렸다. 그걸 본 다른 부서에서 연락이 와서 협업이 성사되었고, 결국 예산도 늘어나고 다음 해에는 사업 규모도 커졌다. 바로 이것이 보도자료의 힘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생각한다. “이번 보도자료가 다음 사업의 초대장이 될 수 있다.”


TIP – 실전 노하우

보도자료는 단순한 ‘성과 보고’가 아니라, 다음 기획을 위한 ‘전략적 브리핑’이다.

확산 가능한 구조(주요 성과 + 반응 + 향후 계획)를 담아, 다음 사업과 연결되는 흐름을 설계하자.

매 사업 보도자료를 작성하며, ‘누가 이 기사를 보고 동참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으로 마무리하자.


에필로그 – 장학사의 펜 끝에서 시작된 기록

보도자료 64건. 숫자로 보면 작지 않은 기록이다. 하지만 그 속엔 숫자로 다 담을 수 없는 무수한 땀과 생각, 그리고 사명감이 있었다. 때론 허겁지겁 썼고, 때론 한 문장을 두고 몇 번을 지웠다. 때론 누군가에게 “이건 너무 뻔한 내용이에요”라는 말에 속상해했지만, 때론 우리 사업이 기사로 소개되어 자랑스러웠다.

돌아보면, 보도자료는 나에게 ‘공적인 일기장’이었다. 내가 본 현장, 내가 믿는 가치, 내가 설계한 기획의 흐름이 한 줄 한 줄에 녹아 있었다. 앞으로도 보도자료는 내 행정의 일부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한 줄의 기록으로, 또 한 명의 독자를 향해 말할 것이다.

“이 일은, 이렇게 의미 있었습니다.”


2025. 7. 15.(화)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보도자료 #행정기록 #장학사생존기 #공무원업무 #정책홍보 #교육청업무 #실무노하우 #보고서작성 #공공기관보도자료 #공감가는행정 #기획과기록 #현장중심행정 #공무원문서작성 #AI보도자료 #챗GPT활용 #행정일기 #기록의힘 #정직한기록 #실적관리 #정책홍보전략 #기획의흐름 #교육정책홍보 #언론대응 #보도자료작성팁 #공공언어 #정책소통 #뉴스읽기습관 #정책기획 #시민소통 #공무원생존기 #교육청정책 #정책기록 #언론보도대응 #공공문서작성법 #기획력향상 #행정업무팁 #공감행정 #실전행정 #장학사루틴 #교육행정실무 #교육현장기록 #정책성과공유 #정책기록관리 #행정자료작성 #기획력강화 #보도자료실무 #보도자료전략 #교육청커뮤니케이션 #공공소통전략 #정책홍보실무



keyword
이전 05화(장학사 생존기⑤) 장학사의 부캐 관리법